2024-04-16 18:10 (화)
서울시설공단, 어린이대공원 멸종위기 남미 아기물개
상태바
서울시설공단, 어린이대공원 멸종위기 남미 아기물개
  • 정민호 기자
  • 승인 2011.08.29 2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7년 4월, 한 쌍의 물개가 지구 반대편인 남미 우루과이에서 서울어린이대공원으로 이사 왔다.

남미물개는 국제적 멸종위기동물로 시가 2천만원에 달하는 귀하신 몸. 3살 동갑내기였던 물개 커플은 화려한 수영솜씨와 귀여운 몸 개그로 일약 어린이대공원의 인기스타가 됐다. 그런데 이들의 사랑이 결실을 맺기까지 무려 4년이 걸렸다. 막장 드라마(?) 같은 바람기와 질투가 빚은 사연 때문이다.

서울시설공단(이사장 이용선,www.sisul.or.kr)은 30일(화) 오전 11시 서울어린이대공원 바다동물관에서 아기 남미물개(암컷) ‘온누리’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온누리’는 직원 공모를 통해 물개의 순우리말인 ‘온눌’을 본 떠 지은 것.

아기물개는 지난 6월 8일 태어났다. 그동안 내실에서 사육사와 엄마물개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아 출생 때 3kg였던 몸무게가 2개월만에 2.5배인 8kg이 됐다. 특히 이날은 엄마의 훈육으로 틈틈이 익혀온 수영실력도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원 관계자는 “개원 이래 처음인 아기 물개가 탄생하는 데 아빠, 엄마의 ‘질투’가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2007년 4월, 3살짜리 남미 물개 한 쌍을 들여왔는데 수컷의 경우 6살이 돼야 이성에 눈을 뜨고 번식이 가능하므로 금세 2세가 태어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서울로 오기 전 이미 암컷이 임산부였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2007년 11월말부터 갑자기 수컷의 접근을 꺼리는 등 부쩍 행동이 수상하더니 이듬해 1월 ‘몰래 출산’을 한 것.

핏줄 다른 아이에 당황한 수컷과 지구 반대편에서 어렵게 얻은 자식에게 집착한 암컷이 사사건건 부딪쳤다. 급기야 수컷의 질투가 극에 달해 2개월만에 아기 물개가 하늘나라로 떠나는 아픔을 겪는다(이때 태어난 아기물개는 현재 바다동물관에서 골격박제로 전시 중이다). 이를 계기로 암컷은 수컷과 합방을 거부했다. 파경이었다.

이 무렵 어린이대공원은 재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낡고 오래된 바다동물관을 친환경적인 동물사로 전면 리모델링하는 공사를 추진했다. 이에, 동물원측은 2008년 12월부터 5개월간 자연스럽게 별거 조치를 취하고, 새 집이 준공되는 이듬해 5월에 재회토록 했다.

2009년 5월, 특수 제작된 대형 아크릴 관람창을 통해 백곰, 물범, 물개 등 바다동물의 수중 생활을 바로 눈 앞에서 볼 수 있게 재단장된 바다동물관은 어린이대공원의 최고 인기관람 코스로 변신했다. 동물입장에서도 기존보다 2배(연면적 483.19㎡→931.14㎡) 넓은 널찍한 주거 환경 덕택에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새 보금자리가 마음에 들었는지 5개월간 서로의 빈자리가 컸는지, 오랜만에 만난 물개 커플은 서서히 화해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육사의 기대반 우려반 속에 재결합에 성공하는가 했는데, 암컷 1마리가 새로 들어오면서 또 다른 파란이 일었다.

때마침 본격적으로 이성에 눈 뜨는 시기에 적극적인 대시를 받은 수컷의 마음이 흔들린 것이다. 바람을 피웠다. 위기의식을 느낀 ‘본처’는 ‘후처’에 대한 ‘투기’가 발동했고, 우선 ‘남편’부터 되찾기로 결심했다. 물개판 ‘사랑과 전쟁’이었다. 1년간 계속된 싸움의 승리자는 결국 ‘조강지처’였다. 지난 6월 탄생한 아기 물개가 그 결실인 셈.

하지만 이들의 ‘삼각관계’는 아직 끝나지는 않았다. 물개는 일부다처제가 일반적이어서 사랑을 공유하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이들을 지켜봐 온 사육사 이상범씨(52)는 “물개 부부의 적당한 질투는 저출산 문제의 해소(?)에 도움된다”며 은근히 ‘건전한 불륜’을 기대했다. 엄마가 딸에게만 애정을 쏟는 사이에 이복동생이 탄생할 개연성이 크다는 귀띔.

서울어린이대공원 허시장 원장은 “엄마 뒤를 졸졸 따르며 뒤뚱뒤뚱 걷는 아기 물개가 물 속에서 펼치는 역영(力泳)이 대견하다”며 “아기 물개의 재롱 덕분에 물개가족이 불화를 극복한 것처럼, 이제 막 세상 나들이 나서는 아기 물개가 어린이대공원을 찾는 시민들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널리 퍼뜨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