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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결정에 뿔난 정치권…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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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결정에 뿔난 정치권…왜?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6.05.16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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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한 목소리로 "보훈처 결정 재고" 요청…박승춘 국가보훈처장 해임 거론

(시사캐스트, SISACAST= 권지나 기자) 5.18 기념식을 앞두고 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식 지정을 둘러싸고 기존의 합창 방식을 고수한다고 밝힌 가운데,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여야는 한 목소리로 보훈처의 결정을 비판하고 보훈처의 입장을 재고할 것을 요청하고 있으며, 일부 정치인들이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해임을 주장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훈처 '을 위한 행진곡', "관례대로 합창 방식으로 결정"

국가보훈처는 16일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방식을 허용하지 않으며, 관례대로 합창 방식을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또 정치권에서 재결정을 요구하는 데 대해 "발표한 대로 행사를 진행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최정식 보훈처 홍보팀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기념식(5월18일)까지 이틀이 남았고 정치권에서도 재고를 요청하고 있는데 결정이 바뀔 가능성은 없느냐'는 질문에 "지난 8~9년 동안의 논란을 2~3일 만에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이와 같이 밝혔다.

최 팀장은 "보훈처는 지난 3일간 논의를 통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공식 식순에 포함해 합창단이 합창하고, 부르고 싶은 분들은 따라 부르고, 부르고 싶지 않은 분들은 부르지 않는 방식이 논란을 최소화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 여부와 관련해서는 "관련 법령이 없다"며 "기념곡으로 지정한다고 해서 관련 법률을 만들어 내고 지정하게 되면, 애국가조차도 지정이 안 된 상태에서 대한민국 기념곡 제1호가 '임을 위한 행진곡'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긴다. 또 다른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보훈처의 이날 결정이 믿을 만한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하느냐'는 질문에는 "보훈처가 진행한 여론조사는 없었다"면서도 "언론사나 리서치 회사 등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찬반)의견이 분분하다는 것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 여부와 제창 방식 등에 대한 청와대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별다른 지침이 있었던 건 아니다"라며 "대통령께서 지난 13일 야3당과 회동을 하시고 말씀을 하셨고 그에 따라 논의를 거쳐 결론을 도출하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에 대한 해임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그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정당에 물어봐 달라"면서도 "과거 박 처장이 국회 법사위원장 면담 자리에서 '내 선을 넘었다'고 말한 건 이 문제가 찬반 여론이 워낙 팽팽하기 때문에 어느 한 사람이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는 뜻인데, 와전된 것 같다"고 말했다.

◇與野 한 목소리로 "보훈처 결정 재고해달라" 요청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둘러싸고 보훈처와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여야가 한 목소리로 보훈처에 결정을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민경욱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공식 논평을 내고 "정부가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허용하지 않은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5·18까지 이틀 남았다. 보훈처의 재고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정진석 더민주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보훈처가 이 노래의 제창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건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아직 (5·18기념식까지) 이틀 남았으니까 재고해 주길 요청한다는 것이 저희 당의 입장"이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보훈처에서 국론 분열이라고 하는 것은 대통령 스스로가 야당과 한 약속을 3일 만에 찢어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보훈처장 해임을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박 처장이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 문제는) 자기 손을 떠났다고 한 것은 바로 윗선이 박 대통령이었다는 게 입증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부터 합창 방식으로 변경…"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은 유신잔재 청산을 위해 투쟁하다가 붙잡힌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1980년 서빙고 보안사에서 고문을 당할 당시 쓴 시 '묏비나리'에서 유래했으며, 노래는 1982년 광주 북구 운암동의 소설가 황석영씨 집에 모였던 10여명의 문인들이 만들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에는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등 강렬한 노랫말과 비장한 곡 흐름에 오월 광주를 대표하는 곡이자 한국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노래로 자리 잡았다.

또한 5·18민주화운동이 1997년 정부기념일로 제정된 이후 2008년까지는 정부 기념식에서 모든 참석자가 제창하는 형식을 따라왔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첫 해였던 2008년 기념식 직후 보훈·안보단체에서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노래"라며 문제를 제기해 2009년부터 합창단이 부르는 합창으로 대체되고 참석자들이 따라 부르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이에 5·18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들은 정부의 제창 금지에 반발해 아예 행사를 따로 갖거나 민주묘지 입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등 갈등을 빚었다.

지난해에는 국가보훈처가 제창은 금지한 채 합창단만 노래를 부르도록 했으나 노래가 시작되자 여야 대표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올해에도 역시 기념식을 앞두고 야권에서 기념곡 지정․제창 요구가 이어지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여야 3당 원내지도부를 만나 자리에서 야당이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을 요구하자 “국론 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안을 찾아보라고 보훈처에 지시하겠다“고 말해 기대가 모아졌으나 결국 불발됐다.

한편 보훈처에 따르면 5·18 민주화운동 정신 계승을 위한 '제36주년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은 18일 오전 10시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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