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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女 혐오전쟁으로 번진 강남역 살인사건…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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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女 혐오전쟁으로 번진 강남역 살인사건…왜?
  • 이정인 기자
  • 승인 2016.05.25 11:5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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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 논란 이어 남녀갈등으로, 해결방안 없나?

(시사캐스트, SISACAST= 이정인 기자) 최근 발생한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이후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지난 17일 오전 1시께 서울 강남역 인근 한 건물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3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수차례 찔려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남성이 경찰 조사에서 “사회생활에서 여성들에게 무시를 당해서 그랬다”고 범행동기를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사건을 ‘여성 혐오 범죄’로 공론화하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피해 여성에 대한 애도의 물결도 이어졌다. 사건 발생 다음 날인 18일 트위터에서 시작된 추모 움직임은 온·오프라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사건이 발생한 현장 인근인 강남역 10번 출구 벽면은 고인의 명복을 기원하는 내용의 메모지로 가득 찼다. 메모지 안에는 추모와 사과의 뜻을 전한 내용이 대부분이었지만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논쟁도 엿보였다.

이번 사건이 여성을 목적으로 한 범죄로 드러나면서 현장에는 남성보다 여성들의 모습이 더 눈에 띄었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내가 범행대상이 됐을지도 모른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피해자에 대한 안타까움을 추모로 대신했다.

◇추모현장에서 표면에 떠오른 男女혐오

사건 발생 후 첫 주말인 21일,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집회를 주도한 인터넷 커뮤니티 ‘강남역 추모집회’ 운영자들은 “그 여성은 나의 친구, 나의 가족이 될 수도 있었다”며 “우리는 여성을 향한 혐오와 범죄가 사라지길 바라며 이 자리에 모였다”고 밝혔다.

집회현장 한 측면에서는 ‘여성혐오’와 ‘남성혐오’를 둘러싼 갈등이 터져 나왔다. ‘증오는 추모가 될 수 없다’는 피켓을 든 남성 집단은 “정신병력을 가진 한 개인의 살인사건을 여성 혐오 범죄로 보고 모든 남성을 잠재적 살인자 취급하는 시선이 불편하다”며 “모든 남성을 일반화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남혐, 여혐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건 옳지 않다는 주장이 잇따르면서 추모 현장은 졸지에 토론장이 됐다. 여성단체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우리사회의 성차별과 여성혐오가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건이 여성 혐오에 의한 범행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19일 “피의자가 심각한 수준의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만큼 이번 범행의 동기가 여성 혐오 살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김씨의 조현병(정신분열증)에 의해 계획성 없이 저지른 ‘묻지마 범죄’에 해당한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묻지마 범죄 vs 여성 혐오 범죄

‘묻지마 범죄’는 피의자와 피해자와의 관계에 아무런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거나, 범죄 자체에 이유가 없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행해지는 살인 등의 범죄 행위를 말한다.

직장인 윤용신(27·여) 씨 등 20대 여성 15명은 23일 오후 3시께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 앞에 모여 강남역 살인 사건을 '묻지마 범죄'로 규정한 서울경찰청을 규탄하는 집단 퍼포먼스를 벌였다.

“주변 친구들을 통해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한 분노와 답답함을 느껴 집단행동을 준비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한 이들은 현장에서 바닥에 쓰러져 있다가 일어나 "여성혐오가 죽였다"고 외치는 등 경찰의 수사 결과를 비판하는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발생된 ‘핑크 코끼리’ 폭행 사건 역시 여성 혐오 발언으로 불거진 성별 갈등의 일환이다.

지난 20일 핑크코끼리 탈을 쓴 한 남성은 ‘육식동물이 나쁜게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는 동물이 나쁜 겁니다. 선입견 없는, 편견 없는 주토피아 대한민국. 현재 세계 치안 1위지만 더 안전한 대한민국 남․여 함께 만들어요’란 내용의 화이트보드를 들고 현장에 나타났다.

이 남성이 여성 혐오 발언과 행동으로 논란이 됐던 극우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회원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당당하면 탈을 벗어라”는 요구를 받는 등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일부 추모객들이 탈을 벗기려고 시도하는 등 폭행을 가하는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전달되면서 ‘남녀혐오’와 관련된 설전에 더욱 불을 지폈다.

◇여성혐오 vs 남성혐오, ‘일베’ vs ‘메갈’

최근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여성혐오(여혐)’는 일부 남성의 생각처럼 여성을 싫어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성혐오를 뜻하는 영단어 misogyny는 여성을 남성과 동일한 '인간'으로 보지 않는 문화, 사상을 모두 내포하는 의미이다. 즉, 단순히 여성을 싫어한다는 의미를 넘어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 적대감, 조롱, 공격 등을 통칭한다.

과거 여성차별과 뚜렷이 구별되는 특징을 보이는 여혐은 최근 몇 년 새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인터넷 공간을 통해 노골적 적대감이 증폭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혐현상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10년 이후이다. 인터넷에 여성과 이주 노동자 등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는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간 베스트 저장소’ 이른바 ‘일베’가 생기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일베 유저들은 한국 여성들이 ‘남자를 돈으로만 본다’며 비하하는 의미를 담은 ‘김치녀’와 ‘된장녀’ 자동차를 잘 몰지 못하는 여성을 일컫는 ‘김여사’ 여자는 3일에 한 번씩 때려야 한다는 ‘삼일한’ 개념이 없는 엄마라는 뜻으로, 벌레의 충을 붙인 ‘맘충’이라는 말들을 만들고 확산하는데 일조했다.

◇‘메갈리아’와 인터넷 여성운동

일각에서 ‘여자 일베’라 비난받고 있는 ‘메갈’, ‘메갈리아’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 인사이드의 메르스 갤러리와 페미니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의 ‘이갈리아’와의 합성어이다. ‘메갈리안’들은 일베를 ‘미러링’(남자들이 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기)하며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여성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이 ‘눈눈이이’(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을 통해 펼치는 남성혐오는 여성혐오를 혐오하는 것, 즉 ‘反여혐’이다. 김치녀에 대응하는 ‘한남충’ 가정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를 일컫는, ‘맘충’에 대응하는 ‘애비충’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일베와 맞먹는 극단적인 표현으로 ‘여자 일베’라 비난을 받기도 한 메갈리아는 화장실 몰카 근절 운동, 소라넷 폐지 서명운동, 아동 성폭력 피해자와 미혼모 시설 후원 등 여권 신장과 보호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끌었다.

이처럼 여성혐오는 일부 인터넷 유저들의 가치관으로 시작됐지만 해당 웹사이트를 거점으로 오프라인으로 확대 재생산되면서 이제는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널리 퍼진 담론이 됐다. 여혐과 남혐이라는 남녀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이번 사건의 여파는 이러한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여성혐오는 결국 여성들이 받고 있는 구조적 차별과 폭력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금 강남역은 혐오전쟁 중

여혐을 남혐으로 맞서는 이른바 ‘혐오전쟁’을 소모전으로 끝내지 않으려면, 여성 혐오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파악해 인식개선부터 법, 제도 수립까지 전면적인 대책과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성혐오 또는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한 여성과 소수자를 대상으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공간을 찾은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은 사건에 대한 조치로 공용화장실 앞 폐쇄호로(CC)TV와 내부 비상벨 설치 등을 내놓았다.

여성단체 한국여성의전화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강남역 10번 출구 등 피해자 추모현장과 온라인 커뮤니티 안에서 발생하는 추모 참여자에 대한 인권침해행위를 막기 위해 피해사례 제보를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피해사례 제보를 통해 피해실태를 파악한 후, 피해당사자들을 지원하는 한편 집단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다.

개인적 좌절을 분노로 표출하는 청년의 탈출구를 마련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청년들 역시 문제제기와 불필요한 논쟁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정치를 스스로 바꿔가고 ‘헬조선’의 탈출구를 함께 만드는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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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1maria 2016-05-25 18:26:26
강남에서...
2016.5.24
오늘은 속상한일이 있는
바다세계에서
눈물을 흘리는날
고이고이
나비 접어
가시는 길에 뿌리오리다.
영번에 약산 진달래 꽃 가시는
그 길에 뿌리오리다.....

진달래....
진달래....

다시 태어날 때는
진달래로 태어나...
현세에서 못이룬 그 사랑 다음 생애에서 하시길.......

모두사랑 2016-05-25 15:14:06
기사 잘 보았습니다.
여성의 한 사람으로 불안감을 감출 수 가 없군요.
더 좋은 세상을 꿈꾸며...
모두가 노력합시다.
앞으로도 더 좋은기사 부탁 드려요.
기자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