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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뮤지컬 도시' 대구서 뜨면 서울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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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뮤지컬 도시' 대구서 뜨면 서울도 뜬다?
  • 민소진 기자
  • 승인 2016.05.30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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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서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국제오페라축제 등 굵직한 축제 개최

(시사캐스트, SISACAST= 민소진 기자)

“대구에서 뜨면 서울도 뜬다”는 말이 있다. 이는 '제2의 뮤지컬 도시' 대구를 두고 하는 말이다.


대구는 서울에 이어 제2의 공연도시로 통한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2014년 발표한 공연예술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3년 대구지역 인구 1000명당 객석 수는 17.5석이다. 7대 특별·광역시 중 서울(18석) 다음으로 가장 많았다. 3위인 대전(9.5석)과는 두 배 가량 많았다.


계명아트센터(1954석), 오페라하우스(1508석), 수성아트피아(1159석) 등 1000석 이상의 대공연장도 10곳이 넘는다.


올해 10회째를 맞은 '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6월24일부터 7월11일까지), 올해 14회째인 '대구국제오페라축제'(10월6일~11월5일) 등 굵직한 축제도 상당수 개최될 예정이다.


지난 2월에는 대구 태생의 대형 창작뮤지컬 '투란도트'가 서울에 입성, 눈길을 끌었다. 서울 초연 후 대구를 비롯한 지방 투어를 도는 일반적인 순환이 아닌, 역진출한 사례였다.


라이선스 뮤지컬과 내한공연도 대구를 먼저 찾고 있다. 뮤지컬 '레 미제라블' 라이선스 재공연은 지난해 10월 대구에서 처음 선보인 뒤 서울로 올라왔다. 프랑스 뮤지컬 '아마데우스' 내한공연도 서울에 앞서 용인과 대구에서 먼저 공연했다. 영국 록밴드 '비틀스' 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 '렛잇비'도 17~19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우선 선보였다. 뮤지컬은 아니지만 우크라이나의 키예프 국립발레단도 지난 14~15일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한국 순회공연을 시작했다.


올해 여름 최대 기대작인 뮤지컬 '위키드' 라이선스 두 번째 시즌 역시 지난 18일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포문을 열었다. 6월19일까지 같은 곳에서 공연한 뒤 7월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에 입성한다.


특히 '위키드'는 대구에서 한달간 장기 공연을 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국내에서 보통 지방공연은 간소화된 무대로 짧은 기간에 선보이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대구 '위키드' 공연은 세트와 무대 메커니즘, 17인 오케스트라 등 세계와 동일하게 운영되는 프로덕션이 적용된다.

지난 2월23일 '위키드' 대구 공연 티켓 오픈 당일(예매처 판매 기준)에만 6100장이 팔려 나갔다. 역대 지방 공연 사상 최고 판매 기록이다. 종전 기록이었던 2010년 '오페라의 유령' 라이선스 대수 공연이 세운 5300매의 기록을 갈아 치운 것이다.


'위키드'공연의 제작사 설앤컴퍼니 설도윤 대표는 "높은 인프라와 문화적 소비를 지닌 대구이기에 가능했다"며 "대구를 기점으로 구미, 포항, 울산, 마산 등 주변 지역의 관객도 유입이 가능한 곳"이라고 밝혔다.


위키드 대구 공연을 함께 하는 현지 기반의 제작사인 파워엔터테인먼트의 이철우 대표도 "초반 티켓 예매 당시 40%가 대구 지역 외 분들이었다"며 "지금까지 2만장이 팔렸다. 공연 끝날 때까지 목표는 2만5000장"이라고 알렸다.


대구에서 공연 시장이 확산된 건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뮤지컬 불모지였던 2001년 한국에 '오페라의 유령'을 소개해 산업적 기틀을 닦은 설앤컴퍼니의 또 다른 작품 '캣츠' 빅탑시어터 공연으로 잠재 관객을 확인했다. 3주 공연에 무려 4만3000 관객을 끌어모았다. 이전까지만 해도 대구에 장기 공연이 없었다.


대학 시절 연극반 생활을 한 이 대표는 1990년대부터 대구에서 공연기획에 뛰어들었다. 1996년 양희경의 모노드라마 '늙은 창녀의 노래', 1997년 남경읍·남경주·최정원 주연의 '사랑은 비를 타고'의 대구 공연을 유치하면서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후 '브로드웨이 42번가' '코러스 라인' '아가씨와 건달들' '렌트' 등의 뮤지컬이 대구에서 선보였다. 그러다 '캣츠'로 대구 공연이 산업화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이 대표는 "당시 '캣츠'가 그렇게 잘 될거라고 상상은 못했다"며 "이후 '맘마미아'가 길게 공연했고, 2006년 딤프(대국국제뮤지컬페스티벌)'가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2010년 대구에서 '오페라의 유령' 93회 공연을 진행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무리가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고 했다. 그러나 역시 흥행에 성공해 다시 한번 틀을 마련했다.


뮤지컬계에서 대구를 주목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이 대표는 "경제적 이익이 크다. 대관료가 어떤 곳은 서울에 비해 절반 가량"이라고 전했다. "공연장 내의 연습과 무대 셋업 기간이 충분한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대구 내 뮤지컬 공연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가을에 '노트르담 드 파리'와 창작뮤지컬 '빨래'를 선보일 예정이다. 12월에는 자신이 직접 프로듀서로 참여한 '지킬앤하이드' 공연을 서울에 앞서 대구에서 먼저 선보인다. 외국 배우들이 참여하는 프로덕션으로 미국에서 열린 오디션에 직접 참여해 배우를 뽑았다.


이 대표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작은 도시라도 야구장에는 관중이 가득 찬다. 수도가 아닌 일본의 오사카, 독일의 쾰른 지역이 공연장 객석 역시 가득 찬다. 우리나라도 서울이 아닌 지역의 문화 인구를 꾸준히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대외협력실장)는 "대구는 뮤지컬계의 숨은장이자 담금질을 할 수 있는 공간이며 게이트 키퍼가 가능한 곳"이라며 "서울에서 흥행 여부를 미리 점쳐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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