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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쓰비시, 中 강제징용 피해자에 공식 사죄·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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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쓰비시, 中 강제징용 피해자에 공식 사죄·배상
  • 이정인 기자
  • 승인 2016.06.02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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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1인당 1800만원 지급… 전후 최대 규모 보상, ‘한국인은?’

(시사캐스트, SISACAST= 이정인 기자) 일본 대기업 미쓰비시(三菱) 머티리얼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끌고 가 노역에 동원한 중국인 3700여명과 화해를 이뤘다.

1일 일본 언론에 의하면, 미쓰비시는 생존 중국인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사죄하고, 1인당 10만위안(약 1800만원)의 합의금을 지불한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합의서를 교환했다.

미쓰비시는 작년 8월 중국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1인당 10만위안의 합의금 지불을 제시했지만 일부 피해자 단체들이 "성의가 없다"며 반대해 결렬됐다. 이번 화해에서도 여전히 일부 피해 단체들은 합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쓰비시는 피해자 1인당 10만위안을 지불하고 피해자를 기리기 위한 기념비 건립에 협력하기로 했다. 미쓰비시 측이 밝힌 사죄금 지급 대상은 3765명으로, 합의금 총액은 약 680억 원에 이른다. 전면 화해가 실현되면 강제연행에 대한 합의금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중국인 강제연행 문제와 관련해 일본 기업과 피해자가 합의서를 교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합의로 중국인들의 전시 강제노역 배상 요구가 일본 내 다른 기업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높다고 일본 언론은 전망했다.

중국인 피해자들은 전시 강제동원과 관련해 일본에서 소송을 제기해왔으나 잇달아 패소했다. 일본 대법원은 2007년 4월 "1972년 중일 공동성명으로 개인의 청구권도 포기됐다"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후 중국인 피해자들과 유족들은 2014년 2월 베이징(北京) 지방법원에 미쓰비시를 상대로 사죄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후 중국 각지에서 유사한 소송이 이어지면서 피해자들은 여러 단체를 결성했다.

그간 미쓰비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징용된 중국인과 미국인에게 배상과 사과를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전 미군 포로와 유족들에게 강제노동에 대한 사과를 시작으로, 같은 해 8월 중국 피해자들에게도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으나 중국 일부 피해자들이 "성의가 없다"며 반대했다.

이번 합의로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문제도 다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중국, 영국, 호주,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해온 미쓰비시가 유독 한국의 피해자들에게만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쓰비시는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에게는 "법적인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며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조선인 강제징용은 국제노동기구가 금지한 강제노동에 해당하지 않으며, 한국인 개인의 배상 청구권은 1965년 일·한협정에 의해 종결됐다’는 일본정부의 입장을 따르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관련 소송이 한국 법원에서 진행 중이어서 양국 관계의 현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한국 법원에서 진행 중인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은 모두 11건으로, 일제강점기에 강제동원됐다 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조선인은 20만 명이나 된다.

◇미쓰비시 이중적 태도, '식민지배는 불법' 인정해야 해결 가능

한일 관계는 1965년 한일기본조약(한일협정)을 체결할 때부터 어긋나 있었다. 제1조를 보면 외교 관계를 연다고 돼 있다. 제2조는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과 협정은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규정했다.

이를 두고 한국은 처음부터 무효였다고 주장했지만 일본은 병합조약 체결 당시에는 합법적이었다는 각자의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일본은 식민지배가 불법이었다는 것을 부정한 것이다.

일본 정부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는 처음부터 불투명했다. 1950년 주일대표부가 딱 한차례 병합조약 원천무효를 전제로 한 교섭을 건의한 적이 있으나, 한국 정부가 이를 수용했다는 외교기록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병합조약 및 식민지배에 대한 일본의 입장이 완강한 만큼, 결과적으로 해석의 차이를 남길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처음부터 타협적인 태도를 취했다.

한술 더 떠 한국 정부는 병합조약 및 식민지배의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완전히 해결됐다고 주장함으로써 외교문제화를 원천 차단했다. 일본 정부가 식민지배가 합법이라면서 ‘강제 노동’을 부인하는데도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도 한국 정부도 “나몰라라”… 일부 시민만 “NO 미쓰비시!”

미쓰비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87척의 군함을 만든 전범기업이다. 나가사키엔 1944년 당시 조선인 노무자와 가족이 2만명 가량 있었고 미쓰비시조선소에만 4700여명이 강제로 노역했다. 원폭 투하로 나가사키에서 사망한 7만4000여명 중 조선인 사망자는 1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7월에는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등 국내 시민단체들이 일본 미쓰비시 제품 불매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미쓰비시가 외국인 강제징용과 관련해 미국·중국 등에는 사과와 보상을 약속했지만 한국인 징용자에 대해서는 불가 입장을 보인 데 따른 것이다.

지난 4월에는 탤런트 송혜교(34)가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의 광고모델 제의를 거절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시민모임이 발표한 불매운동 물품은 미쓰비시 그룹이 생산한 니콘 카메라, 빔프로젝터, 기린 맥주, 예초기, 엘리베이터 등이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대하는 미쓰비시의 이중적 태도는 일본 정부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그리고 한국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지 않는 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이 이와 같은 개인적 차원의 불매운동 밖에는 없을까?

한편 역대 최대 규모의 강제연행 합의금을 이끌어낸 중국 정부는 피해자들의 배상을 위해 시시때때로 공식 논평을 내고 시민들의 요구를 담아 일본 전범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중국 정부는 일본 기업과의 소송에서 지고도 중국 내 상행위 견제 등 전범기업을 압박하는 전술을 구사해 협상과 합의까지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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