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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국체협 회장직 둘러싼 한나라당 두 의원의 갈등]
홍문표 승리…총회 인준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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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국체협 회장직 둘러싼 한나라당 두 의원의 갈등]
홍문표 승리…총회 인준 받을까
  • 정수백 기자
  • 승인 2008.02.25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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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두 “양보해라”-홍문표 “그럴 수 없다”

오는 2월 말로 새 회장을 선출해야 되는 국민생활체육협의회(이하 국체협)이 10년 만에 여당의 지위를 찾은 한나라당 의원들 간의 싸움으로 시작됐다. 현재 회장은 4선의 이강두의원이다.

이 의원은 지난 2006년 당시 회장이었던 엄삼탁 전 회장이 수뢰혐의로 사임하면서 보궐로 회장에 당선됐다. 그러나 이의원의 회장 취임에 문화관광부가 제동을 걸었다.

현역의원의 회장 취임은 안 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즉, 정치적 사견이 들어갈 수 있어 ‘거부권’을 행사한 것. 때문에 이로 인해 한나라당은 이를 정치탄압으로 몰아가기도 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이 의원은 취임은 했지만 회장 직무를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출근 자체를 못했다. 이런 와중에 2월 말 회장 선거가 다가 온 것.

현직 회장인 이강두 의원은 다시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여의치 않게 됐다. 현재 국체협 산하 체육단체 중 하나인 국민생활체육 전국생활체조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홍문표 의원이 국체협 회장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홍 의원은 현재 이명박 당선자의 측근으로, 이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돼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볼 때, 홍 의원이 유리한 상황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체협 선거가 정치와는 무관하다고는 하지만 결국 정치적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물갈이’론이 대두되고 있다.
 
국체협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4선의원은 낡은 이미지를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초선인 홍 의원이 유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직 회장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

국체협 내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직 회장의 프리미엄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 국체협 선거도 현직회장이 승리했다. 그만큼 현직 회장은 유리한 고지에서 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회장선거를 놓고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을 정도다. 국체협 내부의 움직임도 아직까지 뚜렷하게 어느 쪽을 지지할 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홍 의원이 국체협 회장직을 노리고 적극적으로 설득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체협은 전국의 생활체조를 관할하는 총괄기구로 전국의 생활체육 동호인 1,800만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으며, 산하 46개 종목별 연합회가 있을 정도로 대규모 조직이다. 또한 수백억 원의 예산을 주무르는 곳으로 알려져 있어 정치권에서는 알게 모르게 알짜 기관으로 통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홍 의원과 이 의원이 이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월18일 오전 농림해양수산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회장직 문제를 두고 두 의원 간에 실랑이가 있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같은 상임위인 두 의원은 이 사건 이후 얼굴도 안쳐다볼 정도로 사이가 급속도로 냉각됐다는 전언이다.

이날 이 의원은 홍 의원에게 대놓고 국체협 자리를 양보해 줄 것을 부탁했다는 것. 하지만 홍 의원이 이를 일언지하에 거절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 냉기가 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이날 홍 의원에게 “나도 내 방식대로 할 테니 두고 봅시다”라고 고성을 질렀으며, 홍 의원도 “알아서 하세요”라고 응수했다고 한다. 이는 기관장 자리를 놓고 두 의원간의 다툼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 내부 사정을 감안해 보면 재미있는 추론이 가능하다.

우선은 두 의원 모두 18대 총선에서 승리하리라는 보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역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공천자체가 불투명한 위치에 놓여 있고, 홍 의원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선영이 있는 곳을 지역구로 두고 있어 이번 총선에서 이 총재와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즉, 낙천이나 낙선을 각오해야 할 입장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내 한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두 의원이 국체협 회장직과 관련해 신경전을 벌이는 일은 어쩌면 당연하다. 두 의원 모두 18대 총선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국체협에 대해 공을 들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국체협 회장직을 둘러싼 두 의원간의 격돌을 친이-친박의 자리싸움으로 볼 수도 있다.

아무튼 이번 국체협 회장직을 둘러싼 두 의원간의 경쟁은 22일 국체협 이사회에서 표결대결로 이뤄졌다. 결과는 21표 대 18표로 홍 의원이 승리한 것. 승리는 홍 의원이 차지했지만 29일 대의원 총회에서 인준절차를 남겨놓고 있다.

국체협 회장 대결. 정치권의 작은 토픽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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