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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이명박 당선자가 부디 배신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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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이명박 당선자가 부디 배신해주기를…
  • 열린우리당 의원 김영춘
  • 승인 2008.02.25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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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마침내 출범했다. 그동안 그의 행보와 인사는 역시 이명박이구나 하는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첫인상을 보여주고 있다.

인수위원장의 선임이 그러하고 그의 첫번째 경제관련 행보가 전경련회관을 방문하여 재벌 총수들을 접견하는 것이 그러하며, 인수위원회에 대운하추진TF를 구성하는 것도 그러하다. 그는 분명히 자신의 지지자들과 그를 걱정했던 반대자들이 예상했던 길을 그대로 걷고 있다.

그래도 나는 내년에 그가 대통령에 취임하여 국정운영의 책임 한 복판에 서게 되었을 때는 다른 길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원을 품어본다.

그가 살아온 길과 그 주변의 면면으로 볼 때 당장은 어렵겠지만 막상 그가 대통령이 되어 나라를 이끌어 보면 그가 가진 생각의 상당 부분을 버리고 반대자들이 주장해 온 다른 생각들을 수용해야 할 타협의 기회가 있으리라고 본다.

그럴 때 이명박 대통령은 과감히 자신의 대한 지지자들의 기대를 배반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나라를 책임 맡은 통치자의 길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배반해야 할 것인가? 우선 ‘성장이 곧 최선의 분배’ 라는 우상을 버려야 한다. 지금은 이명박 후보가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했던 70-80년대가 아니다. 일자리 그 자체가 생존의 갈림길이던 그 시절이야 성장이 곧 분배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고용 없는 성장이란 말이 공식화되고 수출이 늘어도 우리 국내 경제에 이전되는 효과가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격감했다.

그러므로 성장은 여전히 추구해야 할 목표지만 그 자체로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전가의 보도이던 시절은 지나가버린 것이다. 지금은 무조건적인 성장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성장, 국내 분배에 도움이 되는 질 좋은 성장 추구가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일자리와 분배효과의 증대는 사회통합력의 강화에 도움이 되고 그것은 다시 국가경쟁력 강화로 선순환될 것이다. 그렇지 못할 때 껍데기로서의 국가경쟁력은 유지될지 모르나 우리 사회는 점점 더 갈등을 감내하기 힘든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다.

사실 이러한 진단은 이미 노무현정부에 대한 국민의 평가로 나타났다. 이번 대선에서 용솟음친 민심은 경제성장률, 수출액 증가, 대기업 실적 호조 등의 거시경제지표들이 괜찮다는 정부의 강변에 대해 우리는 살기가 더 고달프다는 서민과 중산층의 분노가 표출된 결과이다.

국가경쟁력이고 뭐고 우선 우리부터 생활이 개선되게 해달라는 요구가 이명박의 ‘경제’-나는 사실 믿지 않는 신화이다-에 올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의 경제가 이러한 국민적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그 국민들의 인내심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내가 일찌감치 이명박당선자의 배신을 기대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전대미문의 도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의 미명 아래 신자유주의의 물결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유래없는 사회경제적 양극화의 위기에 처해 있다.

만약 이대로 5년을 더 간다면 한국은 사회적 통합이 무너지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20대 80의 사회로 양분될 것이고-이미 전조는 뚜렷하다- 특히 하위 50%와 상위 계층간의 엄청난 갈등과 분열로 말미암아 정치적 위기 상황으로까지 치달을 것이라는 게 나의 전망이다.

그렇다고 행여 이당선자가 한반도대운하나 부동산경기 진작을 통해 국내 경기를 부양하려 든다면 그것은 이명박정부의 몰락을 결정적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에게도 재앙적 결과를 가져다줄 뿐이다.
 
이미 한국경제의 수준이 그 정도의 단계를 넘어섰는데도 별다른 경계심 없이 무리하게 과거 개발시대의 방식으로 덤벼들었다가는 제2의 경제위기라는 참담한 재앙을 초래할 가능성이 예견되는 것이다. 일본이 1990년부터 지금까지 겪고 있는 경제적 고통도 그 연원이 비슷한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명박 당선자는 지금이라도 중소기업과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에 눈돌려야 한다. 그가 가야 할 곳은 엄청난 여유자금을 갖고도 갖은 핑계로 투자를 게을리했던 재벌기업들이 아니다. 중소기업을 쥐어짤 줄만 알았지 공생 발전의 대상으로는 여기지 않는 대기업들이 아니다.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일부 중소기업들의 모델효과를 드높이고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지원하는 활동부터 시작해야 한다.

돈이 없어서 투자못하는 상황이 아닌데도 기업의 법인세(흑자기업만 내는 세금이다)부터 낮추어 주겠다는 발상으로는 현재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국내에서든 국제거래를 통해서든 돈을 많이 버는 기업과 개인들은 제대로 세금을 내게 하라. 그래서 그 재원으로 한계 생활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구제하고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에게는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한반도 대운하처럼 임기 5년간만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빈 깡통과 환경파괴만 후대에 넘겨주는 그런 도박성 정치는 하지 말라. 지금 우리의 상황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국민의 69.5%가 이당선자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부디 냉소적 국민과 반대세력의 걱정을 취해 주시라.

나는 그의 반대자이지만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우리 국민들의 안녕을 위해 그가 잘 해주기를 빈다. 이제 하루 앞으로 다가온 새해에 그가 하루빨리 국가 통치자로서의 넓고 긴 안목을 학습하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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