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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의 눈물과 친박·친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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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의 눈물과 친박·친노계
  • 윤관 기자
  • 승인 2016.08.26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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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 정치의 독주는 정당 민주주의의 위기 초래”

(시사캐스트, SISACAST= 윤관 기자)

1980년 <세계문학>에 발표된 단편소설인 전상국의 『우상의 눈물』은 야만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학생 최기표가 우등생이고 리더십이 있는 반장 임형우와 학생들을 장악하려는 담임교사의 치밀하고 지능적인 폭력에 의해 서서히 무너져가는 과정을 절대 권력의 횡포에 빗대 풍자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형우의 혀였다. 나한테 얘기를 들려줄 때의 그런 적대감을 씻은 듯 감추고 오직 우의와 신뢰 가득한 말로써 우리의 친구 기표를 미화하는 일에 열을 올렸던 것이다. 기표 아버지가 중풍에 걸려 식물인간처럼 누워 있는 정경이며 기표 어머니의 심장병, 그러한 부모들을 위해서 버스 안내원을 하던 기표 여동생의 눈물겨운 얘기,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기표네 식구들의 배고픔이 눈에 보이듯 열거되었다. 그런 가난 속에서도 가난을 결코 겉에 나타내지 않고 묵묵히 학교에 나온 기표의 의지가 또한 높게 치하되었다. 더구나 그런 가난 속에서 유급을 했기 때문에 1년간의 학비를 더 마련해야 했던 그 고통스러운 얘기도 우리 가슴에 뭉클 뭔가 던져 주었다.”
 
기표의 사정은 담임과 형우에 의해 미담으로 알려져 신문기사에 나오게 되고 영화제작사까지 찾아오게 된다. 그러나 기표는 자신의 여동생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남겼다.
 
“무섭다. 나는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
 
대한민국의 정당 정치는 특유의 계파 정치로 멍들어 있다. 집권 여당은 친박계가. 더 민주당은 친노·친문계에 의해 장악돼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9일에 치러진 전대를 통해 친박계가 지도부를 완전히 장악했다. 경선 막바지에 터진 ‘오더 정치 논란’에도 불구하고 친박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이정현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됐다. 이른바 친박계의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이정현 대표는 당초 우려한 대로 우병우 수석 의혹과 같은 정국 현안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 오히려 강경 친박계의 목소리만 더 크게 들리는 현실이다.
 
내일 더 민주당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지만 큰 이변이 없는 한, 친노·친문계 지지를 받는 후보가 선택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 정당의 대표가 특정 계파의 후원에 의해 움직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보이는 권력보다는 보이지 않는 권력이 더 무서운 법이다. 당 대표가 특정 계파의 힘에 의해 당을 운영하게 된다면 정당정치의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기표의 두려움이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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