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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에 빠진 팀 구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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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에 빠진 팀 구할것”
  • 최진철 기자
  • 승인 2008.02.27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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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안정환, 8년만에 부산 복귀

자존심 회복 전 축구화 벗지않겠다
“올 한해 축구 르네상스시대 열것”

지난 시즌 수원 삼성에서 벤치를 지키다시피 하다 급기야 팬들과 충돌하면서 축구인생에서 최악의 해를 보낸 안정환이 고향으로 복귀해 부산 재건을 위해 절치부심 중이다.

지난 시즌 13위의 막장을 보낸 부산아이파크는 황선홍 감독을 선임한데 이어 안영학을 내주고 안정환을 영입함에 따라 2002년 월드컵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욕심을 보이고 있다.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의 황선홍 신임 감독과 수퍼 스타 안정환이 ‘포기하지 않는 근성의 축구, 감동이 있는 축구’로 제2의 르네상스를 이끌겠다는 각오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황 감독과 안정환을 비롯한 부산 선수단은 무자년 신년 메세지와 함께 새로운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황 감독은 ‘올 시즌 팬들에게 포기하지 않는 축구, 감동이 있는 축구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하며 ‘부산 축구팬들의 열렬한 사랑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다’는 말로 만원 관중에 대한 바람을 내비쳤다.

수원 삼성에서 친정팀 부산으로 이적한 안정환은 ‘부산 팬들의 한결 같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며 ‘올 한해는 제2의 축구 르네상스를 이끌겠다’는 강한 각오를 보였다.

△자존심 회복 전 축구화 벗지않겠다

“홈 개막전에 출전할 수 있도록 몸을 만들고 있습니다. 많이들 오셔서 응원해 주십시오.” 프로축구 부산아이파크에 둥지를 튼 안정환의 각오는 생각보다 단단했다.그는 “자존심을 회복하기 전에는 축구화를 벗을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부산으로 돌아온 것도 이 같은 절박함이 그 밑바탕에 깔려있다. “프로생활을 시작하면서 팬들의 사랑을 처음 받았던 곳이라 그런지 부산에서의 생활이 편하다”고 밝힌 안정환은 “이번 시즌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팬들의 기대치와 관심이 높아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선수는 어차피 운동장에서 얼마 만큼 보여주는가에 따라 평가받는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시즌을 준비 중인 그의 몸상태는 어떨까.그는 “착실히 훈련을 소화해 나가고 있다.몸 상태가 좋아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면서 “올 시즌은 좋은 컨디션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스스로도 이번 시즌이 매우 기대된다”고 밝혔다.

올 시즌 목표에 대해 안정환은 “몇골을 넣겠다는 것보다 이기는 경기에 골을 넣고 싶다”고 말했다. “5골을 넣더라도 이기는 5경기에서 골을 넣고 싶다”는 것이다.그리고 팀의 성적과 흥행에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지난 시즌 부산은 성적(13위)과 홈 관중수(게임평균 5천12명)에서 사실상 ‘꼴찌 2관왕’의 불명예를 안았다. 그는 이에 대해 “선수 한 명으로 팀이 확 좋아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성적이 단지 한 계단 올라가는 것에 만족할 수는 없으며 그렇게 노력하다보면 관중들도 경기장을 찾아 오실 것”이라고 기대했다.

8년전 신인이던 그는 이제 팀에서 왕고참이다. 그는 “돌아보면 형들의 도움으로 편안하게 돋보이는 축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 고참이 돼 후배들을 이끌어 가야할 위치가 된 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 만나면 이기고 싶을 것

지난 시즌 수원에서 겪었던 마음고생도 털어 놓았다. 안정환은 수원에서 25경기(컵대회 포함)에 출전, 고작 5골을 기록했고 그나마 정규리그에서는 단 한골도 없었다.
 
“경기에 자주 출전하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전술상 팀과 맞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다”고 밝힌 그는 “시즌이 끝나면서 수원을 떠나겠다고 일찌감치 결심을 굳혔다”고 밝혔다.

시즌 중 수원을 만나게 된다면 어떨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다른 팀과의 경기보다 더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며 승부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또 “매년 잘 하는 선수는 없다. 올해 잘하면 팬들은 또 다른 평가를 내릴 것이다. 그런 것에 신경 쓸 나이는 아니다”고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부산에서 현역생활 마무리할 것

부산으로 돌아오는 데 부인 이혜원씨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고 소개한 안정환은 “시즌 개막에 앞서 가족들이 모두 부산으로 옮겨 올 것”이라고 전했다. “현역생활을 계속하든 은퇴를 하든 부산에서 마무리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그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이어 “앞으로 현역생활을 몇년 더 하겠다고 딱히 정해놓은 것은 없다. 올해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린 뒤 결정할 문제”라면서 “다만 스스로 만족할 만하다고 생각할때 떠나야 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아담해서 참 좋았다”고 구덕운동장을 회상한 안정환은 끝으로 부산팬들에 대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선수가 관중석이 텅 빈 운동장에서 뛰는 것은 무의미하다. 구덕운동장 시절처럼 이기면 같이 좋아하고 지면 같이 안타까워 하는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면서 “마침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에 가변좌석이 설치돼 팬들과 보다 가까워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만큼 자주자주 경기장을 찾아와 선수들을 격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달라진 팀 분위기

팀 재건을 선언한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가 최고 분위기 속에서 일본에서 전지훈련 진행중에 있다. 황선홍 감독과 안정환 선수 등 두 월드컵 스타의 영입으로 구단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 홈 구장인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 가변좌석을 설치키로 한데 대한 팬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한번 해보자는 선수단의 각오는 팬들의 기대가 높아진 데서 나왔다. 지난해 부산은 관중없는 홈 구장에서 경기를 치르다 보니 승리에 대한 뚜렷한 목적의식이 없었다. 성적은 곤두박질쳤고 관중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올해는 다르다. 황선홍, 안정환, 가변좌석 설치는 달라진 구단의 위상을 상징하는 3대 키워드다. 월드컵 스타들의 부산행은 전 언론의 관심을 끌어오기에 충분했다. 이들을 따라 부산팬이 되겠다는 서포터스도 늘어나고 있다.

때마침 구단과 부산시에서는 아이파크의 홈구장인 아시아드 주경기장에 전용구장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가변좌석을 설치하기로 결정함으로써 팬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구단 게시판에는 시즌 정기권 구입방법은 물론 가변좌석의 이용방법과 요금 등에 대해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가변좌석 설치발표 이후 연중 홈 경기를 다 볼 수 있는 시즌 정기권이 벌써 100장 이상 팔렸다. 시즌 전임을 감안할때 팬들의 이런 반응은 폭발적인 것으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고 말했다.

안병모 단장은 “가변좌석 설치결정을 놓고 안전문제와 육상트랙 손상 문제가 제기됐으나 이에 대한 충분한 대책을 마련해 놓았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외형적인 변화 뿐만 아니라 내실도 다지고 있다. 부산은 황선홍 감독 부임 이후 김해시청 고려대 등과 8차례 연습경기를 가져 6승2무로 단 한차례도 지지 않았다. 집중적인 체력훈련과 위치별 균형을 통해 쉽게 포기하지 않는 축구를 강조하는 황선홍 축구의 색깔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부산 시절 등번호 달고 ‘어게인 1998’

한편 안정환의 등번호는 8번으로 결정됐다. 등번호 8번은 안정환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번호다. 지난 1998년 부산 대우 로얄즈에서 프로에 데뷔할 때 달았던 등번호가 바로 8번이다.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그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안정환은 지난 시즌까지 수원에서 10번을 달았고 국가대표 시절에는 17번 23번 26번 28번 19번 등 여러 등번호를 바꿔 달았다. 하지만 친정팀으로 돌아온 그는 신인 때의 등번호인 8번을 다시 찾았다.

안정환은 “신인시절 8번을 달고 그라운드를 뛰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그 시절 오직 실력으로 그라운드에서 보여주겠다던 다짐을 다시금 되새기고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올림픽 대표팀 소속 김창수와 이승현은 각각 27번와 32번을 배정받았으며, 외국인 용병 씨엘은 99번이라는 다소 익숙지 않은 등 번호를 달고 2008 시즌 준비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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