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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 실적 속에 감춰진 민낯…비정규직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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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 실적 속에 감춰진 민낯…비정규직의 분노
  • 김보민 기자
  • 승인 2017.02.17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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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김보민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이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를 비상식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기간제법)’의 예외조항을 이용해 근로계약을 편법으로 1년 단위씩 끊어 계약을 맺어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타 건설사에 비해 매우 안정적인 경영구조를 갖고 있다.  안정적인 경영구조로 얻은 수익의 일부를 근로자의 고용 안정에 쓰지 않고 차입금을 늘리거나 영업기반 안정성 도모를 위해 쓰고 있는 것이다. 

해외 수주가 많은 현대엔지리어링의 사업 성격상 프로젝트별로 필요한 인력이 달라 모든 근로자를 100%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은 ‘쪼개기 계약’과 함께 하청업체의 서류조작에 의한 부당해고를 원청업체와는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묵인하고 있다.  근로자를 도구로 생각하고 쓰고 싶을 때 쓰고 필요가 없어지면 잠시 뒀다 또 쓰고 아예 필요가 없어지면 버리는 꼴이다. 

17일 발표된 올해 상반기 ‘상위 11개 대형건설사 경영보고서’를 보면 현대엔지니어링의 부당한 고용형태가 극명히 드러난다. 

우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비율을 보면 현대엔지니어링의 형님회사격인 현대건설의 비정규직 비율은 55.2%로 절반이 넘어 1위를 기록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비정규직의 비율이 39.5%로 4위를 기록했다. 

두 기업의 실적과 비정규직의 비율을 따져 보면 그 부당함을 더욱 알 수 있다.  현대건설은 우리나라 건설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1조를 넘는 1조 527억 원이고 현대건설의 영업이익에 가장 많이 기여하는 것은 현대엔지니어링이다.  현대건설의 영업이익 중 현대엔지니어링이 차지하는 비율은 45.4%이다. 

타 건설사에 비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독보적 1위인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비정규직 채용을 반복적으로 갱신해 근로자를 착취해 왔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건설현장에서 감리원으로 일했던 구 씨는 2005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1년 동안 총 14차례에 걸쳐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고 ‘계약 만료 전에 일이 끝나거나 한 달 이상 중지되면 근로계약을 종료한다’식으로 특정 업무를 완성하는데 필요한 기간을 정해 계약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2015년 회사는 구 씨에게 사직서 제출을 권고했고 회사의 일방적인 통보로 구 씨는 퇴사했다.  2년 넘게 기간제 노동자를 고용할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기간제법 예외조항을 이용해 총 14차례 근로계약을 맺고 필요가 없어지자 해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법원은 기간제 계약을 반복하다 갑자기 회사가 계약을 거부했다면 부당해고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5년에도 경기도 화성시 현대모비스 이화공장에서 경비 업무를 담당했던 오 모씨(44)가 하청업체 대덕휴비즈의 근로계약서 조작을 통해 부당해고 당했던 것을 묵인했다.  또한 오 모씨는 내부비리를 현대모비스 보안팀에 제보했었다.  현대모비스는 오 모씨의 제보를 현대엔지니어링과 대덕휴비즈 측에 공개하는 비도덕적인 행태까지 자행했다. 

현대건설의 종속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은 다른 건설사들이 중동에서 손실을 보는 동안 51여 개국에 진출해 손실을 최소화하고 플랜트 매출을 줄이는 등 사업 부문을 다각화해 영업기반의 안정성을 다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5년 말 기준 1조 877억 원의 순차입금을 보유하고 있어 기업 리스크 또한 최소화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재무안정성을 위해 얼마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희생하며 일했는지, 또 대가를 받지 못하고 쫓겨났는지 현대엔지니어링은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힐스테이트’ 브랜드로 3년간 2만여 세대를 공급하고 100% 계약 만료를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 주택시장을 확대해 나갈 방침을 세웠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이 힐스테이트를 어떤 이미지로 창출할 수 있을까 사람이 사는 집을 어떻게 지을까 미래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한편 현대엔지니어링의 2대 주주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고, 현대엔지니어링은 2016년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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