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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회관25時] “지역주민 상경했네” 방-식당 구하려 동분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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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회관25時] “지역주민 상경했네” 방-식당 구하려 동분서주
  • 황선달 자유기고가
  • 승인 2008.03.05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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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취임식날 여의도선 무슨일이?

지역구의원 주민들 수십명 초청 극진히 모시기 특명에
행사장 들어가기 특급작전 펴고 그야말로 전쟁치른 기분
150명 식당 못구해 번호 나눠주고 돌려가며 식사 하기도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이 지난 2월25일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6만 여명의 국빈 및 일반시민 등이 참여한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다.

이 날 국회는 여느 날과는 달리 이른 새벽부터 긴장감이 감도는 그야말로 살벌한 분위기의 경호작전이 펼쳐졌다. 국회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바리케이트를 거쳐야 건물 앞까지 통과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이 날 행사에 초대된 사람의 경우 초대장이 있어야 들어올 수 있었으며, 직원의 경우에는 신분증을 제시해야 통과할 수 있었다.

또한 검색대까지 설치가 돼서 가지고 있는 모든 소지품 검사를 받아야 했다. 때문에 국회 밖에서 행사장으로 들어서는 데만 수 어 시간이 소비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초대장을 받고서도 가지고 오지 않아서 국회 밖의 행사 안내데스크에 가서 일일이 신분증 대조 작업을 하고 들여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그 밖에도 초대장을 받지 못한 일반 시민들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국회 앞으로 몰려나와 국회 앞은 아비규환을 방불케 할 정도의 인파가 몰렸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경우 지역구 몫으로 초대장을 할당 받은 것이 있어서 지역구 주민들을 초대했다고 한다. 전국 각지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올라온 지역구민들은 국회 앞에서 집결해 보좌관들의 안내를 받아 행사장으로 입장을 했는데, 지역구에서 행사를 보기 위해 올라온 이들을 챙기는 일이 그리 수월한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가까운 지역의 경우 당일 올라와서 당일 날 내려가면 되지만 좀 더 먼 곳에서 올라온 주민들의 경우 1박을 해야 했기 때문에 한두 명도 아닌 주민들의 방을 잡아주느라 애간장을 많이 태웠다고 한다.

경북의 3선 의원의 한 보좌관은 취임식 전 날 올라온 40여명의 주민들의 숙박을 위해 국회 인근의 모텔과 여관을 전화로 수소문 했지만 이미 예전에 예약이 끝난 상태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황당했다는 말을 전했다.

이 보좌관은 “당연히 국회 앞의 수많은 모텔들 중 한 곳은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부 예약이 됐다는 말을 듣고, 지역에서 많이 오긴 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등포에 있는 좀 괜찮은 호텔을 잡으려고 했었는데 이도 여의치 않았다”고 전했다.

아무래도 시골에서 올라오는 주민들이니 만큼 일급호텔은 아니어도 좀 티가 나는 호텔급 장을 잡아 줄 생각이었는데, 가격을 물어보니 3명이 자는데 17만원을 불렀다고 한다. 그래서 혀를 내두르고 하는 수 없이 가까운 신촌으로 가서 장급 여관을 잡아 줬다고 한다. 이 보좌관은 물론 여관비 계산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말을 누가 믿을 소냐!

또 다른 의원실은 지역에서 버스 두 대를 나눠 타고 150여명이 어렵사리 취임식 참석을 위해 올라왔다고 한다. 이들이 취임식을 마치고 식사를 히야 하는데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온데다가 그 많은 인원이 한번에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을 잡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인원들이 순번을 정해 밥을 돌려가면서 먹었다고도 한다.

또 다른 의원실의 경우는 비표 즉, 초대장을 가지고 오지 못한 사람들을 국회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기 위해 의원님의 차에다 몰래 태워서 국회 검문대를 통과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행사장 입구의 검색대를 통과할 수는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의원회관 내 의원실로 들어가 텔레비전으로 취임식을 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편법을 쓰려다가 당한 꼴이다.

보좌진들도 국회 내에서의 통행에 제한을 받았다고 한다. 회관에서 행사장이 있는 광장 쪽으로의 출입이 제한됐으며, 지하통로를 이용해서만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각 층마다 이어폰을 귀에 꽂은 경호원들이 수시로 의원실 주변을 순찰하듯 돌아 은근히 주눅을 들게 만들었다고 한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행사 시간 동안 국회 내에는 물론 국회 외부의 일부 지역까지 모든 휴대폰 간의 통화가 제한되는 일이 벌어졌다고도 한다. 즉, 휴대폰끼리의 통화는 통화가 불가능 하도록 통신망 교란을 시켜놨던 것이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보안상의 이유라고 하는데, 당시 행사장에 나가 있는 사람들이 서로 전화가 연결이 안돼 다소 불편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이색적인 붐이 일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시절 목에 걸치고 다녔던 목도리가 그것이다.

이 날 행사장에 입장하는 입장객들에게 일일이 파랑과 빨강, 그리고 흰색의 목도리를 각각 하나씩 나눠줬는데, 지역에서 올라온 참석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의원실에 목도리를 더 구할 수 없느냐는 문의를 해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의원실에서는 개인적으로 행사의 모든 것을 기획한 제일기획과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에 전화를 걸어 구입 문의를 했다고도 하며, 지역의 단체에서는 일괄 구입을 추진하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국회의원이 직접 사서 주는 것은 선거법상의 기부 행위에 들기 때문에 실제로 국회의원이 구입을 해서 나눠줬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는 없지만 시골에서 올라온 지역민들의 경우 유난히 목도리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는 전언이다.

17대 대통령 취임식, 다른 대통령의 취임식 보다 더 화려하게 마무리 된 이번 취임식은 다른 대통령들의 그것보다도 더 엄격하고 철저하게 준비된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과연 5년 후에도 취임식 때의 이런 화려함을 받으며 이 대통령이 물러날 수 있을지에 대해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은 우리나라의 정치현실이 갖는 한계 때문은 아닌가 싶다.

아마 이 날의 취임식을 목격한 수많은 보좌진들 또한 자신의 처지가 5년 뒤에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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