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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식탁에 GMO 식품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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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식탁에 GMO 식품 오른다
  • 박정아 자유기고가
  • 승인 2008.03.06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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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분 원료용 GMO 옥수수 5월부터 수입…
안전성 문제 놓고 논란

이르면 5월부터 국내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전분과 전분당 제품이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옥수수를 원료로 만들어질 전망이다. 전분과 물엿ㆍ과당ㆍ포도당 등 전분으로 만든 당류를 통칭하는 전분당은 과자와 음료수, 빙과류 제조와 요리 등 용도로 널리 쓰이고 있어 식품업계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한국전분당협회 등에 따르면 대상, 두산CPK, 삼양제넥스, CJ 계열의 신동방CP 등 협회 소속사 4곳은 최근 전분ㆍ전분당 원료용으로 GMO 옥수수 5만여t을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5월부터 본격적으로 들여오기로 했다.

국내 전분ㆍ전분당 시장은 이들 4개사가 9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옥수수는 협회 차원의 공동구매를 통해 일년에 170만-200만t씩 수입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업체가 작년 말에 확보해 둔 비(非)GMO 옥수수가 소진되고 GMO 옥수수가 입고되는 5월 이후부터는 국내에 시판되는 대부분의 전분과 전분당 제품이 GMO를 원료로 생산될 전망이다.

특히 전분당의 경우 고열ㆍ고압 처리를 하는 가공과정 특성상 완제품에서 GMO 성분이 검출되지 않기 때문에 가공식품 생산에 이들 제품을 이용할 경우 사실상 GMO 사용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으로 알려졌다.

전분당 업체들은 그동안 먹거리 안전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 성향 등을 감안, 비GMO 옥수수만을 원료로 사용해 왔으나 최근 국제 옥수수 수급 불균형으로 가격이 폭등하고 비GMO 물량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GMO 옥수수를 수입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옥수수 주요 생산국으로 꼽히는 미국과 중국, 유럽, 브라질 가운데 작년부터 작황이 급격히 나빠진 유럽이 브라질 등 남미에서 수출하는 비GMO 옥수수를 대부분 흡수하면서 국제시세가 급등하고 남미 지역의 국내 수입선도 막혔다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비GMO 옥수수의 경우 국제 가격이 2006년까지 1t에 150달러 가량이었는데 2007년에는 그 두배로 올랐다”며 “올해 들어서는 비GMO 물량 자체가 없을 뿐더러 있어도 400달러 이상에 거래되고 있으며 이번에 들여오는 GMO 옥수수도 330달러에 이를 정도로 가격이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국내에는 옥수수 외에 식용유 제조용 GMO 콩이 매년 90만-100만t씩 수입되고 있으며 CJ제일제당과 사조O&F 등 대기업이 생산하는 식용 콩기름의 대부분이 GMO콩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식탁에 오르는 GMO 옥수수로 만든 제품

25일 협회 소속사 4곳은 최근 전분, 전분당 원료용으로 GMO 옥수수 14만여t을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오는 5월부터 본격 들여오기로 했다. GMO 옥수수 수입은 2000년대 초 국내 소비자 및 환경단체의 반발로 중단된 후 처음이다.

국내 전분, 전분당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 4개사는 협회 차원의 공동구매를 통해 수입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작년 말 확보한 비(非)GMO 옥수수가 소진되고 GMO 옥수수가 입고되는 5월 이후부터 국내 시판되는 대부분의 전분과 전분당 제품에 GMO를 원료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5월 이후부터 GMO로 만든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먹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창균 한국전분당협회 홍보부장은 “중국의 수출 통제로 일반 옥수수를 사기 어렵게 된 데다 일반 옥수수는 가격이 폭등해 이보다 값싼 GMO 옥수수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에 수입되는 GMO 옥수수 가격은 t당 330달러로 일반 옥수수에 비해 t당 100달러 싸다.

◇식품 안전문제 없을까

문제는 GMO 옥수수를 사용했을 때 전분당의 경우 고열, 고압처리를 하는 가공과정 특성상 GMO 성분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만약 GMO 옥수수로 만든 식품에 문제가 있을 때 원산지 등을 파악해야 하는데 역추적이 거의 불가능해 GMO 성분에 문제가 있었는지 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GMO 콩은 연간 100만t 수입돼 전량 식용유 생산에 투입되고 있지만 지방을 만드는 과정에서 GMO 관련 단백질이 소멸되기 때문에 반발이 크지 않다. 그러나 전분과 전분당에는 GMO 성분을 함유한 단백질이 잔존하기 때문에 시민단체의 저항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GMO의 안전성 여부는 서구에서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며 “GMO 옥수수 수입은 파장을 예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GMO는 미국 등에서 과학적으로 무해한 것으로 결론 내려져 사용이 날로 늘고 있는 상태다.A전분업체 관계자는 “수입되는 GMO 옥수수는 전량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철저한 검사를 받게 될 것”이라며 “GMO 재배를 허용하는 국가는 모두 23개국이며 수입만 허용하는 국가도 29개국이나 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먹었다?

‘녹말가루’로 불리는 전분은 수입 옥수수를 원료로 한다. 전분당(물엿·과당·포도당 등 전분으로 만드는 당류)은 전분을 원료로 해서 만든다. 또 전분·전분당은 제과·음료수·빙과류 원료로 사용된다.

GMO 옥수수 전분이 유통된다는 얘기는 GMO 성분이 각종 식품 속으로 급속히 퍼지게 된다는 의미다. GMO 옥수수를 수입하기로 한 대상, 삼양제넥스, CPK, 신동방CP 등 한국전분당협회 소속사들은 국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지금까지도 소비자들은 알게 모르게 GMO 콩을 이용해 만든 식품을 먹었다. 다만 이들 제품은 국내법상 GMO 표시 대상이 아니었다. 소비자들이 모르고 있었을 따름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콩·옥수수·콩나물과 이를 원료로 사용한 식품 등 31개를 GMO 표시 대상품목으로 지정해 놨다.

그렇지만 이 중 GMO가 전체의 3%를 초과하지 않거나 최종 제품에 DNA, 혹은 이로 인한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엔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GMO 콩으로 만든 식용유 등은 지방만 추출했을 뿐 GMO 성분이 함유된 단백질이 포함돼 있지 않아 GMO 표시를 할 의무가 없다.

◇GMO 둘러싼 논란, 세계에서는

유전자조작농산물(GMO)은 빈곤과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만능 해결책인가, 아니면 재앙의 시작인가. GMO 생산이 시작된 지 12년이 지나는 동안 재배 면적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하지만 GMO를 둘러싼 논란은 사라지기는커녕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국가별로 GMO에 대한 태도 차이도 크다. 프랑스와 폴란드는 이달 GMO 재배를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지만 브라질은 GMO 옥수수의 재배 및 판매를 최종 승인했다. 전반적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북미·중남미는 GMO에 긍정적인 반면 유럽은 GMO에 한결 엄격하다.

이런 가운데 GMO의 생산 증가가 전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상반되는 결론을 내린 2개의 보고서가 잇따라 발표됐다.
 
▽“GMO는 만병통치약”=현재 재배 중인 GMO는 특성별로 △제초제에 강한 작물(전체 재배면적의 63% 차지) △해충에 강한 작물(18%) △두 특성을 혼합한 작물(19%)로 나뉜다. 작물 종류는 콩(57%) 옥수수(25%) 목화(13%) 카놀라(5%) 등 4가지가 거의 전부다.

‘농업생명공학응용을 위한 국제서비스(ISAAA)’는 지난해 전 세계 GMO 재배 면적이 총 114만3000km²로 2006년보다 12%가량 늘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재배가 시작된 1996년에 비해서는 약 67배 증가한 것이다. 또 GMO 재배를 허용하는 국가는 모두 23개국, 수입만 하는 국가는 29개국으로 집계됐다.

GMO 관련 기업들에게서 재정 지원을 받는 ISAAA는 “재배 면적 증가는 GMO가 전 세계 농민에게 여러 가지로 이득이 된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GMO 경작 농민의 90%가 영세농이며, 23개 재배국 중 12개국이 개발도상국”이라고 강조했다.

또 GMO 재배가 △전 세계적인 빈곤 퇴치 △살충제·제초제 사용 감소 △바이오연료 생산 증가로 지구온난화 방지 등에 도움이 된다고 결론 내렸다. 반면 환경단체 ‘지구의 친구들’과 미국 소비자단체인 식품안전센터(CFS)가 같은 날 내놓은 보고서는 ‘GMO가 백해무익하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는 먼저 전체 GMO 재배 면적 중 미국이 약 50%(57만7000km²)를 차지하고 있으며, 두 번째로 재배 면적이 넓은 아르헨티나도 몇몇 기업농이 콩을 대량 재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초제에 강한 GMO 덕분에 제초제를 더 쉽게 대량 살포하는 결과를 가져와 일반 제초제로 잘 죽지 않는 ‘슈퍼 잡초’가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미 경제주간 비즈니스위크는 “슈퍼 잡초를 없애기 위해 제초제를 더 많이 써야 하고, 농민의 비용은 늘어난다”고 꼬집었다.

이들 단체는 GMO 재배가 농산물 생산량 증가나 가격 인하에 기여한다는 증거가 없어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GMO 종자 생산 기업은 짭짤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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