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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 고독한 나홀로족을 위한 시 한편...공존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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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 고독한 나홀로족을 위한 시 한편...공존의 이유
  • 최민정 기자
  • 승인 2017.12.09 0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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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민정 기자)

공존의 이유 /조병화

깊이 사귀지 마세

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생애

가벼운 정도로

사귀세

악수가 서로 짐이 되면

작별을 하세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기로 하세

 

너만이라든지

우리들만이라든지

이것은 비밀이라든지

같은 말들은

하지 않기로 하세.


내가 너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나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작별이 올 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귀세

 

작별을 하며

작별을 하며

사세

 

작별이 오면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악수를 하세.

 


조병화 시인의 공존의 이유는 거리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시다. 관계에 있어 가장 아름다운 거리는 얼마만큼인지.

온 정열을 쏟아 부어야 아름다운 것일까?, 작별이 올 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만큼 거리 유지를 해야하는 것이 좋을까?

사랑이라는 열정을 통과해 본 사람은 안다. 거리의 미학을 획득하는 것이 결코 뜻대로 되지 않음을. 하여, 시인도 이렇게 애둘러 말하는지도 모른다. 가벼운 악수를 하며 헤어질 수 있는 정도만 사귀자고.

비단 사귀는 관계뿐 아니라 일, 직장생활, 타인들 모두 일정한 거리가 필요하다. 너무 가까운 거리는 부담이지만, 너무 먼 거리는 고독하다. 이 상반된 간극의 조율이야말로 사랑과 여타의 타인들과의  관계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해법이 아닐까?

한번 쯤, 거리의 미학에 대해 고민을 하며 지새는 것도 좋을 겨울밤이다. 

 

시인 조병화는

호는 편운(片雲)이다. 1921년 5월 2일 경기도 안성군 양성면 난실리에서 부친 조두원(蘭有 趙斗元, 본관 한양)과 모친 진종(陳鍾 , 본관 여양) 사이에서 5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조병화의 시는 쉽고 아름다운 언어로 인간의 숙명적인 허무와 고독이라는 철학적 명제의 성찰을 통해 꿈과 사랑의 삶을 형상화한 점에서 특징을 찾을 수 있다. 김소월이 전원 서정을 바탕으로 민족의 정한을 노래한 데 비해 그는, 외로운 도시인의 실존적 모습, 허무와 고독으로서의 인간 존재가 꿈과 사랑으로 자아의 완성에 이르는 생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기 쉬운 낭만의 언어로 그려 냈다. 또한 그는 그림에도 조예가 깊었는데, 그림 역시 시 세계와 흡사해 아늑한 그리움과 꿈이 형상화된 상상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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