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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헌부의 견제권과 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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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헌부의 견제권과 내로남불
  • 윤관 기자
  • 승인 2017.12.31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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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 논란 불식은 문 대통령의 의지에 달렸다”

(시사캐스트, SISACAST= 윤관 기자)

<중종실록> 중종 39년 2월 12일의 내용이다.
 
사헌부는 명나라에 다녀온 성절사와 동지사 통사의 일을 대해 문책을 간했다.
 
사헌부가 아뢰기를, “요즘 연경에 가는 통사들이 많은 은을 가지고 가서 마음대로 무역합니다. 그런데 사신들은 그 사실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자신들도 근실하지 못하기 때문에 규찰하지 못함에 따라 아랫사람들이 더욱 거리낌이 없어 폐단이 쌓였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사헌부는 “성절사 윤원형과 서장관 민전, 천추사 김만균·원혼, 서장관 이홍남은 사신의 사명을 돌아보지 않고 태만히 해 금단하지 못해서 제멋대로 범람한 폐단을 이렇게까지 심하도록 했고, 중국에까지 기롱을 당하고 국가에 욕됨을 끼쳤으니 지극히 해괴하고 놀랍습니다”며 전원 파직을 간했다.
 
성절사 윤원형이 누구던가? 중종의 계비이자 명종의 모친인 문정왕후의 동생이다. 사헌부는 국왕의 외척을 외교상의 문제점을 근거로 파직을 권했던 것이다. 조선의 공직 기강은 이토록 엄했다. 왕의 외척이라도 예외없이 파직을 간할 수 있는 권한이 사헌부에 있었다.
 
중종은 사헌부의 의견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중종은 “법을 범한 행차의 사(使)와 서장관은 마땅히 파직해야 한다. 다만 이 사건은 예조에서 이미 분별했고 정부도 함께 의논하고 있으며, 통사의 간사한 거짓이 이미 드러나서 급히 추고해야 하기 때문에 사건이 귀결된 뒤 에야 죄를 다스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 “두 행차의 전 인원을 추고하게 되면 옥석이 함께 타게 되므로 신중히 해야 한다. 더구나 사건이 귀결되지 않았으니 먼저 추문한다는 것은 진실로 불가하다. 간사한 거짓이 귀결되기를 기다린 뒤에 해도 될 것”이라고 명했다.
 
중종도 자신의 처남을 무조건 감싸지 않고 법적 절차와 진실 규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선 건국의 설계자인 정도전이 세운 ‘왕권과 신권의 조화’가 실현되고 있는 대목이다. 조선은 왕권의 집중도 견제했지만 신권의 지나친 견제도 제어할 수 있는 국가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내로남불’ 논란이 급부상했다. 현 정부 인사의 의혹은 ‘로맨스’로 인정받고, 前 정권 인사의 의혹은 ‘적폐’로 찍힌다는 논란이다.
 
역대 정권의 실패는 ‘내로남불’에서 비롯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몰락도 친박계의 권력욕에서 시작됐다. 박 전 대통령과 친위세력들은 새누리당내부의 반대 세력조차 적대시하며 내전도 불사했다. 그 결과가 헌정 사상 첫 탄핵이라는 치욕을 자초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8개월은 ‘내로남불’의 논란을 자초한 면이 크다. 아직 4년 4개월이 남았다. 현 정부의 권력 핵심부에서 대통령 최측근의 파면을 청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역대 대통령이 자초한 비참한 말로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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