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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원형과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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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원형과 MB
  • 윤관 기자
  • 승인 2018.02.18 2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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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단 맛에 취해 민심의 쓴 맛을 알지 못한 권력자는 비참했다.

(시사캐스트, SISACAST= 윤관 기자)

윤원형은 조선 중기 권력형 비리의 대명사다. 그는 누이 문정왕후의 후광을 등에 업고 온갖 전횡을 저지르다 문정왕후 사후(死後)에 탄핵을 받아 결국 자살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명종실록> 명종 20년 8월 3일 정묘 1번째 기사를 보면, 대사헌 이탁(李鐸), 대사간 박순(朴淳) 등은 명종에게 윤원형의 각종 악행을 지적하며 탄핵을 간했다.
 
“영의정 윤원형은 왕실(王室)의 골육지친으로 상태(上台)의 자리에 있으면서 정령(政令)을 제 마음대로 결정하여 행하고 보위(寶位)를 농락하였으며, 임금의 위엄과 권세를 장악하고 기세등등하여 거리낌없이 날뛰었으며, 임금을 위협하여 제압하고 궁금(宮禁)을 곁눈질해 신하로서의 예절을 조금도 지키지 않았으며, 심지어 모든 신료들의 입을 틀어막고 나라 안의 모든 이권(利權)을 긁어모아 팔도(八道)에서 보내오는 물건이 봉진(封進)하는 것보다 백배나 되며, 모든 관리들이 임금보다 그를 더 두려워하여 국가의 크고 작은 일을 반드시 이 사람에게 보고한 뒤에 행함으로써, 전하는 위에서 고립되어 실권 없는 빈자리만 지키시고 벼슬아치들은 아래에서 몹시 두려워하여 조석(朝夕)을 보존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윤원형이 줄세우기를 통해 세를 키웠고, 불법 치부에 나서 국가 재정이 피폐해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윤원형은 평생에 임금을 안중에 두지 않았고 궁금을 업신여겼으니 그의 생각은 모두가 오만 무례한 것뿐입니다. 팔도의 진영(鎭營)과 여러 고을에는 추종하는 사람을 여기저기 배치해 놓고 바다와 육지로 끊임없이 그 집 문에다 물건을 수송하여 10여 채의 커다란 집에는 진기한 보화들이 가득 차 있으니, 사가(私家)가 나라보다도 부자이고 개인이 임금보다도 사치스러우며 여러 고을은 황폐하여지고 나라의 근본은 날로 무너져가고 있습니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각종 의혹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은 2009년 이건희 회장의 사면이 다스의 미국 소송비 40억원 대가라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서 당시 소송비 대납을 먼저 요구했고, 양쪽의 논의 과정에서 특별사면에 대해 언급했다는 진술도 있었다고 한다.
 
조만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자신을 향한 의혹 수사를 ‘정치보복’이라고 맞서고 있지만 이학수 전 부회장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엄청난 권력형 비리가 아닐 수 없다.
 
조선의 권신(權臣) 윤원형은 권력의 단 맛에 취해 민심의 쓴 맛을 알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정치보복’이라고만 반박하지 말고 자신과 관련된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것이 역사의 순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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