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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신간] 권력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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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신간] 권력의 조건
  • 이민정 기자
  • 승인 2008.01.09 2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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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조건

도리스 컨스 굿윈 지음, 이수연 옮김

‘권력의 조건’은 제목만 보면 정치학 서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첫 장을 열면 ‘이야기’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권력의 조건’은 정확히는 미국 대통령 링컨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다. 이런 전기는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저자 도리스 컨스 굿윈은 퓰리처상을 받은 역사학자다. 그녀의 탁월한 문장력과 역사학자로서의 철두철미한 사실 확인이 독보적인 링컨의 전기를 만들어 냈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미국에서 대통령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링컨은 미국 대통령 중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다. 대통령은 미국의 정치 현실이 만들어 낸 ‘발명품’이다. 영국의 의원내각제가 현실 정치의 경험과 역사로부터 자연스럽게 생성된 것과 분명히 구별된다.

미국은 연방제 국가로 각 주는 중앙 정부로부터 상당한 독립성을 보장받는 주정부를 갖고 있다. 따라서 미국 전체를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가 필요했고 미국 헌법의 아버지들은 ‘대통령’이란 자리를 고안해 냈던 것이다.

미국 대통령에게는 ‘통합’과 ‘포용’의 덕목이 반드시 요구될 수밖에 없다. ‘권력의 조건’을 읽고 있으면 미국 대통령들이 왜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는지 그 중에서도 왜 링컨이 최고의 존경을 받는지를 알게 된다.

링컨은 가난하고 교육이 없는 가정에서 태어나 숱한 고생을 하지만 정치적 야망을 품고 변호사가 된다. 그 후 지방 의회 의원부터 시작해 하원 의원과 상원 의원을 역임하고 미국 역사상 가장 갈등과 분열이 심했던 시기에 두 차례 대통령에 당선된다.

링컨이 자신보다 배경에 있어 비교할 수 없이 우월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최고의 권좌에 올랐다는 것도 놀라운 일로 연구 대상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링컨이 대통령에 오른 후 과거 자신의 경쟁자였던 정객들을 내각에 입각시켜 ‘라이벌의 팀’(Team of rivals)을 구성했다는 사실이다.

권좌에 오르면 보복이 뒤따르는 현실정치의 관례와는 판이하게 다른 링컨의 지도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장면이다. ‘권력의 조건’은 정치 서적이 아니라 현대인의 생활지침서로 더 어울리는 것 같다.

21세기 북스, 832쪽, 2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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