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8:13 (목)
[SC포커스]3.1절, 부끄러운 동상 vs 가슴아픈 동상
상태바
[SC포커스]3.1절, 부끄러운 동상 vs 가슴아픈 동상
  • 이현이 기자
  • 승인 2018.02.28 15: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이 기자)

99주년 3.1절을 하루 앞둔 가운데, 대학가에서 친일행적이 드러난 설립자 동상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고려대학교에는 인촌 김성수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그러나 고려대 설립자인 인촌 김성수의 서훈(나라를 위해 세운 공로의 등급에 따라 훈장이나 포상을 주는 것)이 지난 13일 56년 만에 정부에 의해 박탈됐다.

이에 고려대 재학생들은 캠퍼스내에 세워져 있는 인촌의 동상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지난 15일 ‘친일파 인촌 김성수 서훈 박탈에 부쳐’라는 성명을 내고 “민족을 저버리고 전쟁이라는 참혹한 행위에 동조한 죄는 그 어떤 업적으로도 가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김성수 동상을 철거하고 교내 ‘인촌기념관’의 명칭을 변경하는 등 인촌 김성수의 잔재를 모두 청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구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신입생들이 입학하는 3월부터 본격적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등 학교를 상대로 김성수의 잔재를 청산하라고 요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일은 고려대 이전에 이화여대에서도 있었다.

지난해 이화여대 설립자이자 초대 총장인 김활란 박사 동상 앞에 재학생들이 '친일행적 알림 팻말’을 설치한 바 있다. 김 총장은 지난 2008년 친일인명사전에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됐다.

그러나 학교 측은 "영구 공공물의 교내 설치는 '건물 등의 명칭 부여에 관한 규정'이 정한 절차를 따라야 하고 학교 당국은 이를 준수하지 않은 설치물을 철거해야 한다"며 팻말을 임의대로 철거했다.

이화여대 친일청산 프로젝트 기획단측은 3월 개강 이후에 팻말을 동상에 다시 세우는 것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할 예정임을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연대에 세워진 초대 총장 백낙준 동상에 대해서도 조만간 당 학생들의 철거 요구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백 총장은 일제 말기에 친일적 행보를 보여서 친일파로 간주된 인물이다.

하지만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 각 학교 측은 난감하다는 입장 표명 외에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교 측이 학생들의 문제 제기를 외면해서는 갈등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며, 공론화를 통해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렇듯 환영받지 못하는 동상이 있는가 하면,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되어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세워지는 동상이 있다. ‘평화의 소녀상’이 그 주인공이다.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 집회가 1000회를 맞은 지난 2011년 12월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 처음 세워진 이후 국내 각 지자체는 물론 미국, 캐나다 등 해외에서도 건립됐다. 

특히 동두천시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는 올 3·1절에 관내 지행동 시민공원에서 '동두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가질 예정이다.

일제 강점기 때 강제로 끌려간 어린 여성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평화의 소녀상.

그리고 일제를 등에 업고 동족들에게 위해를 가한 자들의 동상.

이제는 숨겨진 아픈 역사를 바로 알고 각 동상들에 어울리는 자리를 찾아줘야 할 때이다.

[사진출처=뉴시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