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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호란과 한반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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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호란과 한반도 위기
  • 윤관 기자
  • 승인 2018.03.04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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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진다면 자멸(自滅)이고, 공멸(共滅)이 될 것”

(시사캐스트, SISACAST= 윤관 기자)

청 태종은 병자호란을 일으키며 조선을 침략했다. 청군은 파죽지세로 조선을 유린하며 인조에게 항복을 권하는 글을 보냈다. 하지만 조선 조정은 청 태종의 글을 놓고 난상토론을 펼친다. 누란의 위기에도 결사항전을 외치는 김상헌과 현실론을 펼치는 최명길은 겁에 질린 인조 앞에서 뜨거운 설전을 펼쳤다.
 
<조선왕조실록> 인조 15년 1월 2일자 기사에 따르면, 귀순하라는 내용을 담은 청 태종의 글과 대책을 의논을 하는 조선 대신들의 모습이 상세히 나온다.
 
청 태종은 그동안 조선이 청에 대해 적대적인 자세를 보인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며 조선을 최대한 압박했다.
 
청 태종은 “그대들이 도탄에 빠지는 것은 실로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단지 그대 나라의 군신이 스스로 너희 무리에게 재앙을 만나게 했을 뿐”이라며 “그러나 그대들은 집에서 편히 생업을 즐길 것이요, 망령되게 스스로 도망하다가 우리 군사에게 해를 당하는 일이 일체 없도록 하라”고 협박했다.
 
또 “항거하는 자는 반드시 죽이고 순종하는 자는 반드시 받아들일 것이며 도망하는 자는 반드시 사로잡고 성 안이나 초야에서 마음을 기울여 귀순하는 자는 조금도 침해하지 않고 반드시 정중하게 대우할 것”이라고 항복을 권했다.
 
주전파인 김상헌은 “지금 사죄한다 하더라도 어떻게 그 노여움을 풀겠습니까. 끝내는 반드시 따르기 어려운 요청을 해 올 것”이라며 “적서(賊書)를 삼군(三軍)에 반포해 보여주어 사기를 격려시키는 것이 마땅하겠습니다”라고 적극 반대했다.
 
이에 최명길은 “한(청 태종)이 일단 나온 이상 대적하기가 더욱 어려운데, 대적할 경우 반드시 망하고 말 것입니다”이라고
 
인조는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지금이야말로 존망(存亡)이 달려 있는 위급한 때이다. 위로 종묘사직이 있고 아래로 백성이 있으니 고담(高談)이나 하다가 기회를 잃지 않도록 하라. 예판은 여전히 고집만 부리지 말라”며 답서 작성을 명했다.
 
미국과 북한의 전쟁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대북 정책을 놓고 치열한 남남 갈등을 펼치고 있다. 여야 모두 한반도 전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신들만의 해법을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해법인지는 의문이 앞선다.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국가의 존망이 달려 있는 위급한 순간임을 자각한다면 모든 정치적 이해를 내려놓고 한 자리에 모여 머리를 모아야 한다.
 
인조가 지적한대로 고담이나 하다가 기회를 잃는 어리석은 선택은 피해야 한다. 또 다시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진다면 자멸(自滅)이고, 공멸(共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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