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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옥사와 정쟁에 빠진 대한민국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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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옥사와 정쟁에 빠진 대한민국 정치권
  • 윤관 기자
  • 승인 2018.04.22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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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쟁의 늪에 빠진 나라 조선은 곧바로 일본의 침략을 맞이하게 된다”

(시사캐스트, SISACAST= 윤관 기자)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3년 전 조선은 정여립 모반사건으로 대숙청의 회오리에 휩싸였다. 이른바 기축옥사의 비극이 개시된 것이다. 선조 22년 1589년에 조정에 정여립이 반란을 꾀하고 있다는 고변이 들어왔다.
 
서인은 이를 정략적으로 악용하기로 했다. 역적 정여립을 최대한 활용해 정적인 동인을 몰살시키기로 작정했다. 서인은 1591년까지 정여립과 연루된 수많은 동인을 숙청하기 시작했다. 훗날 동인과 서인은 이 때의 앙금으로 서로 건너갈 수 없는 강을 넘었다. 상대방을 죽고 죽이는 사투가 벌어지는 계기가 된 시발점이다.
 
서인과 동인의 사투가 펼쳐지는 동안 민생은 도탄에 빠지게 된다. 선조수정실록 선조 24년 5월 1일 기사를 보면 “3년간 옥사가 계속되자 인심이 원망하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실록은 당시 상황에 대해서 “이 해에는 이발 형제 외에는 갇힌 사람이 없었으며, 기축년 10월부터 이 때에 이르기까지 20개월 사이에 죽은 자가 수백 명이나 됐는데, 조신(朝臣)·명관(名官) 중에 죽은 자가 10여 인이었다”고 전한다.
 
실록에 따르면, 이발·이길·백유양·유덕수·조대중·유몽정·김빙은 장(杖)형으로 죽었고, 윤기신(尹·정개청은 장형을 받고 유배되던 도중 길에서 죽었으며, 최영경은 옥사했다. 연좌돼 유배된 자가 몇백 명이었는데 조신 가운데 귀양 간 자로는 정언신·김우옹·홍종록 등이었으며, 파출(罷黜)된 자도 수십 인에 달한다.
 
하지만 정국의 혼란은 끊이지 않았다. 실록은 “경인년 봄에 옥사가 이미 끝나자 종묘의 제기(祭器)를 훔쳐간 옥사가 일어났으며, 그 후에도 계속해서 밀고하는 자가 있어서 다시 정국과 삼성 추국이 있었다”면서 “3년이 지나서야 옥사가 그쳤는데, 이 때문에 인심이 원망했다”고 기록했다.
 
문제는 옥사 이후 전주 부윤으로 파견된 윤자신이 추가 조사를 한 것이 새로운 비극을 초래했다. 윤자신은 온 고을의 사인(士人)들을 모아놓고 “이 가운데 반드시 역적과 절친한데도 모면한 자가 있을 것이다. 각자 고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때 어떤 사인이 ‘남천의 물고기 북산의 꿩[南川魚北山雉]’이라고 글을 올렸다. 이에 부윤이 추문하니 “남천의 고기라 한 것은 남면에 사는 아무의 소자(小字)가 어룡(魚龍)이며, 북산의 꿩이라 한 것은 북촌에 사는 아무의 자(字)가 자화(子華)인데, 꿩은 화충(華蟲)이므로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실록은 “이로 말미암아 서로 끌어들여 역적과 가까이 지냈던 자들이 모두 벗어나지 못하고 혹 죽음을 당하거나 찬축됐다. 이 때문에 전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죽었다”고 기록했다.
 
정철을 중심이 된 서인은 동인의 몰락으로 세상을 다 얻은 것으로 착각했다. 하지만 용렬한 군주 선조는 서인의 힘을 빌어 동인을 잠시 내친 것 뿐이었다. 권력의 화신 선조는 득세한 서인을 손 보기로 작정했다.
 
선조는 2년 후 “간신 정철의 모함에 얽혀 배척받은 사람이 있으면 모두 발탁해 서용하라”고 전교했다.
 
선조수정실록, 선조 24년 7월 1일 기사에 따르면, 심지어 의금부 도사 이태수(李台壽)가 순안(順安)에 이르러 압송해 가던 죄인 정철의 병이 위중해 길을 떠날 수 없다고 치계하자 “태수는 조정을 두려워하지 않고 간적을 압송함에 있어 제멋대로 머뭇거리며 지체했으니 잡아다가 추국해 정죄하고 다른 도사를 보내어 대신 압송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또 “정철은 타고난 성품이 교활하고 간독해 배소(配所)에 도착하면 잡인들과 서로 통해 어떤 죄상을 저지를지 모르니, 엄히 위리를 가해 지키도록 하라”고 엄명을 내렸다.
 
당쟁의 늪에 빠진 나라 조선은 일 년도 안 지나 일본의 침략을 맞이하게 된다. 탄핵 정국 이후 정쟁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정치인들이 새겨들어야 할 뼈아픈 역사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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