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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령의 억울한 죽음과 한국당의 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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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령의 억울한 죽음과 한국당의 내전
  • 윤관 기자
  • 승인 2018.06.17 2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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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전쟁 중인데도 영웅을 시기하고 헐뜯으며 죽음으로 내몰아”

(시사캐스트, SISACAST= 윤관 기자)

임진왜란은 조선의 영웅들이 많이 희생된 비극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중에 대표적인 인물이 의병장 김덕령이다. 그는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의병을 모아 왜군을 물리치는데 선봉에 선 명장으로서 백성들의 신망이 높았다.
 
하지만 김덕령은 이몽학의 난을 토벌하려다가 이미 진압돼 회군하는 도중에 이몽학과 내통했다는 무고로 체포됐고, 국문을 받던 중 혹독한 고문으로 옥사했다.
 
<선조수정실록> 선조 29년 8월 1일 기사는 “김덕령이 옥에서 고문받다가 죽으니 남도의 군민들이 원통하게 여기다”라고 기록했다.
 
“덕령이 순순히 체포돼 하옥됐는데 상이 직접 국문했다. 이에 덕령은 사실대로 답변했으나 증거는 없었다. 그는 갑자기 유명해진 까닭에 이시언(李時言) 등의 시기를 받았으며 조정 또한 그의 날쌔고 사나움을 제어하기 어려울지 모른다고 의심했으므로 기회를 타서 그를 제거하려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놓아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선조도 김덕령을 아끼는 마음에 대질해 심문하고는 오히려 그를 아깝게 여겨 좌우에게 묻기를, “이 사람을 살려줄 도리가 없는가?”라고 물었다.
 
하지만 유성룡 등은 “이 사람이 살 도리는 없습니다. 다만 아직 그대로 가두어 두고 그의 일당들을 국문한 뒤에 처리하심이 어떻겠습니까?”라고 주청했고, 판의금 최황(崔滉) 등은 즉시 형신(刑訊)할 것을 청할 정도였다.
 
어떤 이는 “그는 살인을 많이 했으니 그 죄는 죽어 마땅하며 조금도 애석할 것이 없습니다”라고 까지 말했고, 정언 김택룡(金澤龍)은 “국가가 차츰 편안해지는데 장수 하나쯤 무슨 대수입니까. 즉시 처형해 후환을 없애야 합니다”라고 말해 사람들의 웃음을 샀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선조는 도원수를 시켜 김덕령이 출병할 적에 태도가 어떠했는지 물었으며, 또 그의 부하인 최담령(崔聃齡)과 최강(崔堈) 등에게도 물었는데 모두 단서가 없었다.
 
김덕령은 여러 날 동안 갇혀 있었고 선조는 혹시 변이 일어날까 의심해 옥문을 굳게 잠글 것을 명했고 의금부는 건장한 군사 1백여 명을 동원해서 굵은 밧줄로 묶어둔 다음 밤낮으로 에워싸고 지키기를 마치 많은 적군을 방어하듯 했다.
 
조선은 전쟁 중인데도 영웅을 시기하고 헐뜯으며 죽음으로 내몰았다. 김덕령의 억울한 죽음은 잘 나가는 사람을 절대로 인정할 수 없는 비열한 조선 당파싸움의 부끄러운 희생물이다.
 
자유한국당이 사상 최악의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을 놓고 내전을 치루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마지막 막말’이라며 한국당 내 반대세력을 겨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선거 패배의 책임론을 놓고 계파간 갈등이 치열해지면 억울한 희생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신이 살려고 타인을 희생시키려고 한다면 당의 재건은 요원할 것이다.
 
사상 초유의 패배 앞에서도 정쟁의 끈을 내려 놓지 못하고 있는 한국당의 모습을 보면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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