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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재상과 장마언관, 한국당의 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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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재상과 장마언관, 한국당의 내홍
  • 윤관 기자
  • 승인 2018.07.08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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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라고 쓰고 있지만, 당쟁으로 읽혀지는 모습이다”

(시사캐스트, SISACAST= 윤관 기자)

김성일은 일본의 침략 의도를 확인하기 위해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만나고 와서도 침략 가능성을 부정했던 인물이다. 부제학 김성일은 임진왜란을 불과 5개월 남긴 선조 24년 11월 차자를 올려 시폐 10조를 논했다.

<선조수정실록>에 따르면, “당시에 왜란을 대비해서 성지(城池)를 수축하고 병정(兵丁)을 선발하자 영남의 사민(士民)들은 원망이 더욱 심했다. 성일은 본래 왜변을 염려하지 않았으므로 더욱 잘못된 계책이라고 했다”고 기록했다.
 
김성일은 “권간(權奸)들이 탁란시킨 뒤끝이라 간사한 논의가 여기저기서 일어났으며, 배척당한 자들은 원한이 골수에 사무쳐 틈을 타 자기들의 뜻을 풀려고 하고 있다”며 “그러므로 관원들은 국사는 염두에 두지 않고 오직 녹봉만 챙기고 일신만 보존하려 하므로 낭묘(廊廟)에는 삼지재상(三旨宰相), 대각(臺閣)에는 장마언관만 도열해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일이 언급한 ‘삼지재상(三旨宰相)’은 무능한 재상을 비웃는 말이다. 송나라 왕규는 재상이 된 지 16년 동안 뚜렷한 업적을 남기지 못하고 왕에게 나아가서는 “성지를 정하십시오”라고 하고, 왕이 가부를 정하면 “성지를 알았습니다”라고 했으며, 물러나서는 일을 품의한 자에게 “이미 성지를 얻었다”고 했다는 데서 유래된 말이다.
 
장마는 임금의 의장마(儀仗馬)로서 화를 두려워해 직간하지 못하는 신하를 가리키는 말이다. 당나라 정승 이임보(李林甫)가 간관의 말을 막기 위해 “그대들은 입장(立仗)한 말을 보지 않았는가. 소리만 지르면 쫓겨나는 것이니 그대들도 내가 하는 일에 말썽을 부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고 한다.
 
한국당이 대위기에 빠졌다. 6·13 지방선거 완패 이후 당 혁신안을 놓고 내홍에 빠졌다. 하지만 혁신보다는 당권경쟁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친박과 비박을 물론이고, 다선은 다선대로, 초재선 등 다양한 계파들이 정쟁에 빠져있다.
 
보수 정치권은 박근혜 정부 당시 ‘삼지재상’과 ‘장마언관’이 넘쳐났다고 볼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직언을 하기보다는 ‘Yes’만 들렸다는 후문이다. 그 결과가 20대 총선 패배, 사상 초유의 탄핵, 대선 패배,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 완패다.
 
대한민국 보수 정치권이 이렇게 무너진 적이 없었다. ‘미워도 다시 한번’의 기적은 이제 실종됐다. 부산이 무너지고, 경남과 울산이 넘어갔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혁신이라고 쓰고 있지만, 당쟁으로 읽혀지는 모습이다.
 
자유한국당이 국민을 설득하려면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계략보다는 진정한 혁신을 위한 ‘삼지재상’과 ‘장마언관’의 구태를 벗어나야 한다. 정권도 잃은 자들이 ‘필사즉생’의 결연한 의지마저 잃은다면 정권교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장춘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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