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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여승무원 복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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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여승무원 복직은?
  • 박정아 자유기고가
  • 승인 2008.01.10 2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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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공사가 KTX 여승무원 실질 사용자” 첫 판결
같은 법원, 같은 사건…다른 판결 논란

자회사 직원이라는 이유로 해고됐던 KTX 여승무원들이 지분관계상 한국철도공사의 직원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이들의 복직여부와 함께 향후 공기업 인사시스템 등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10월, KTX 여승무원 3천여 명이 집단 파업에 들어갔다. 자회사인 한국철도유통과 고용계약을 맺은 만큼 고용승계를 보장할 책임이 없다는 한국철도공사에 대해 직접 고용을 요구한 것.

하지만, 승무원들은 작년 6월 전원 해고됐고, 철도공사는 불법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서울 승무원 지부장 민 모 씨를 고발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27일 파업을 주도한 것은 유죄라고 판단해 벌금형을 선고했지만 철도공사가 여승무원들의 사용자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철도공사가 한국철도유통의 지분 100%를 갖고 있고, 승무원들의 교육과 인사 등에 직접 관여한 것은 노사관계에서 실질적인 사용자 역할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근 서울 중앙지법 공보판사는 “한국철도공사가 비정규직인 여승무원에 대해서 고용 관계나 처우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볼 때 실질적인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는 판결이다”고 밝혔다.

이번 법원의 판결로 여승무원들이 복직을 위해 ‘해고무효 소송’을 낼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자회사를 통해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는 공기업의 인사관행에 비상이 걸리게 됐다는 지적이다.

철도공사 측은 다른 승무원 노조원들에 대한 재판에서는 “공사가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즉각 밝히고 나섰다. 한편, KTX 여승무원들은 27일 철도공사가 계약직으로 채용하기로 한 잠정합의를 사실상 철회했다며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철도공사가 KTX 여승무원 실질 사용자” 첫 판결

사측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19개월 동안 농성을 벌이고 있는 KTX 여승무원들의 실질적 사용자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라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KTX 여승무원들의 정규직화를 놓고 노사합의가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철도공사가 여승무원들의 실질 사용자임을 법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구회근 판사는 작년 2월~3월 여승무원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사복 착용’ 및 ‘불법 파업’을 한 혐의(업무방해 및 공동퇴거불응)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KTX 서울승무지부장 민모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민씨가 행한 사복투쟁과 파업에 대해 적법한 쟁의행위로 볼 수 없다며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철도공사가 여승무원들의 사용자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KTX 여승무원들이 한국철도유통과 체결한 근로계약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여승무원들은 사실상 공사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며 임금이나 수당 등을 받아 공사와 여승무원들 사이에는 적어도 묵시적인 근로관계가 성립되는 만큼 공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 의미하는 `사용자’ 지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철도유통은 공사가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로 그 경영진은 모두 철도청이나 공사 간부 출신이며, 철도유통과 `KTX 고객서비스 위탁협약’ 체결시 수의계약 형식을 취했고, 공사의 `서비스 시행세칙’은 여승무원들의 복장이나 용모, 업무수행 방법 등에 대해 자세하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또 철도유통이 여승무원들을 채용시 공사와 긴밀히 협의하고 면접관도 공사 소속 간부가 참여해 수습을 직접 담당한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불법 파업과 건물 점거 등을 주도해 엄하게 처벌할 필요성도 있으나, 이 같은 행동에 이르게 된 데는 실질적 `사용자’ 지위에 있는 철도공사가 근로조건 개선 교섭에 전혀 응하지 않고 여승무원들에 대한 사용자는 한국철도유통이라는 주장을 견지해 유발한 측면이 있다”며 벌금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승무원 “법원이 우리 주장 인정” vs 철도공사 “법적 구속력 없다”

 KTX 승무원들은 “처음부터 우리가 주장했던 것을 법원이 인정해준 것”이라고 반겼지만 철도공사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평가절하했다. 철도공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판결은 민세원 씨 개인에 대한 판결”이라며 “이를 근거로 코레일이 승무원들을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은 법원이 철도공사에게 승무원들의 직접고용 의무를 내린 것”으로 해석했다. 단순히 교섭의무를 지는 사용자성만을 인정한 것을 넘어서는 판결이라는 것이다.

조순경 이화여대 교수는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은 형식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다 하더라도 이미 근로자로 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가 판단이유로 들고 있는 대부분의 사실들은 노동부의 2차례에 걸친 조사 등에서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는 철도공사의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노동부의 재조사 결과 자체가 문제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일부 불법의 소지가 있으나 종합하면 적법”이라는 것은 그간의 도급과 파견을 나누는 기준과 다른 논리였다는 것.

검찰이 재판부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지 않을 경우 법원의 판결은 확정된다. 그 경우 철도공사가 승무원들을 상대로 제기한 각종 민사 소송에서도 유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확정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으나 승무원들이 철도공사를 상대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등을 제기할 경우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같은 법원, 같은 사건… 다른 판결 논란

반면 철도공사는 “같은 서울중앙지법에서 동일한 행위를 한 다른 KTX 승무원에 대해서는 코레일이 이들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라고 판시한 점에 주목한다”라고 반박했다.

지난 11월 서울중앙지법 신용호 판사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KTX 승무원들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 등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하며 “피고인들 및 변호인이 제출한 모든 자료들에 의하더라도 한국철도공사가 KTX 여승무원들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거나, 위와 같은 업무방해 행위 및 퇴거불응 행위가 법률에 의하여 보호받을 수 있는 정당한 파업행위라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사용자성’을 인정한 구회근 판사의 판결문에는 사용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근거를 상세히 설명한데 비해, 신 판사는 “제출한 모든 자료들에 의하더라도”라고만 한 채 결론을 내린 점이 눈에 띈다. 따라서 같은 법원에서 같은 사건에 대한 두 판사의 다른 해석은 이후에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한편 철도노사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11월 16일부터 한 달이 넘도록 승무원이 아닌 역무계약직 채용을 전제로 협상을 벌여 왔지만 합의서 사인 직전 공사 측의 태도가 변해 불발로 끝났다. 이에 승무원들은 27일부터 서울역 앞에서 무기한 천막 단식 농성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김천환 철도공사 여객사업본부장, 이철의 철도노조 정책실장, 정혜인 KTX부산열차승무지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수 차례에 걸쳐 열린 협상 끝에 노사는 지난 14일 “현재 투쟁 중인 승무원 80명을 역무계약직으로 채용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승무직으로의 복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던 승무원들이 승무직이 아닌 역무직을 받아들이면서 가능했던 합의였다. 하지만 이 합의는 끝내 발표되지 못했다.

이철의 정책실장은 “이미 합의서와 공동발표문의 단어까지 다 조율해 놓은 상황에서 공사가 발표를 미뤄달라고 해 여러 차례 조인식을 연기했다”며 “하지만 지난 24일 공사가 최종적으로 ‘연내에는 어렵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철도공사는 “공사의 공식입장이 아닌 실무자 차원의 논의를 자의적으로 확대해석한 것에 불과하다”며 “승무원 개개인에 대한 고용문제 해결차원에서 노사간 논의를 진행해왔지만 그것조차도 원칙 위배 및 특혜라는 내부 문제제기로 진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지난 11월 파업 철회 책임을 지고 현 집행부가 사퇴하고 오는 28일까지 철도노조가 새 집행부 선거를 진행중임에 따라 합의의 시기적인 문제도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승무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노동조합 합의서로 작성하기 힘든 내용이었지만 승무원들의 생존권을 위해 모든 비판과 비난을 감수하기로 했으나 이제 와서 공사의 주장이 대부분 반영된 잠정합의서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며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작성한 합의서를 무시하는 철도공사의 행태를 보면서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게 됐다”고 단식 농성의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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