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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헌 정인홍과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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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헌 정인홍과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
  • 윤관 기자
  • 승인 2018.07.30 08: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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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邪)가 (正)을 이기는 적폐를 청산하는데 실패한다면 보수 정치권의 부활은 요원”

(시사캐스트, SISACAST= 윤관 기자)

조선 시대 대사헌은 국가의 기강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이다. 대사헌은 국왕이 잘못을 저지르면 누구보다도 앞장서 시정을 요구했고, 엄정한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임진왜란이 끝난 후에도 선조 치하의 조선은 당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임진란의 치욕을 이미 그들의 머릿속에선 사라졌고, 치열한 권력투쟁만이 남았다.
 
대사헌 정인홍은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으로 명성을 떨친 우국지사였지만 왜란이 끝난 직후 당쟁이 치열해지자 이를 보다 못해 선조에게 실상을 고발한다.
 
<선조실록> 선조 35년 3월 17일 기사에 따르면, 정인홍은 “일찍이 오늘날의 사대부가 둘로 나뉘어 편당짓는 것이 습성화된 것을 보고 스스로 웃으며 탄식했는데, 지금은 또 네 다섯으로 나뉘어 각기 무리를 이루고는 명리(名利)를 다투며 서로 공격하느라 국가의 일은 생각할 겨를도 없게 됐다”라고 상소한다.
 
그는 “한 사람이 탄핵을 받으면 온 당파 사람이 다같이 분노하고 한 사람이라도 자기와 입장이 다르면 온 무리를 배격하는데 아침에 같았다가 저녁에는 달라지고 잠시 합했다가는 바로 갈라지곤 해 마치 전국 시대 합종(合從)이나 연횡(連橫)과 같은 술책을 씀으로써 전하의 좌탑(坐榻) 아래를 어지러운 전쟁터로 만든 지 어언 수십 년이 됐다”고 개탄했다.
 
정인홍은 이 모든 파행의 책임을 선조에게 있다고 꼬집는다.
 
그는 “전하께서는 시비(是非)가 난무하고 사정(邪正)이 분분하게 엇갈리는 것을 보시고는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다는 식으로 크게 포용해 공존케 함으로써 도리어 고식적인 습성으로 굳어지게 했으므로, 기강이 무너져 그릇된 것이 올바른 것을 제압하기도 하고 사가 정을 이기기도 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그리하여 소인은 우쭐거리며 뽐내고 군자는 어려움을 당해 탄식하게 되었는데, 간당(奸黨)의 악이 징사(徵士)에게 극도로 달했고 서로 물어뜯는 재앙이 산림(山林)에 참혹하게 미쳤다”라고 거침없이 간언했다.
 
자유한국당이 창당 이래 최악의 위기에 빠져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한국당이 처한 위기는 임진왜란을 당한 조선과 비슷한 처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당 내홍은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대사헌 정인홍의 지적처럼 ‘온 무리를 배격하는데 아침에 같았다가 저녁에는 달라지고 잠시 합했다가는 바로 갈라지곤 하는 작태’를 보여주고 있다. MB정부 때 친이계와 친박계의 갈등, 박근혜 정부 당시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 그리고 탄핵 이후 친홍계와 비홍계의 갈등, 이제는 친박계의 부활과 비박계의 반발 등 내홍 없이는 못사는 모양이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성패는 한국당의 무너진 기강을 바로 세우고, 올바른 것이 그릇된 것을 제압하는 적폐 청산에 달려 있다. 만약 김병준 비대위가 무능한 군주 선조와 같이 사(邪)가 (正)을 이기는 적폐를 척결하는데 실패한다면 보수 정치권의 부활은 요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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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주지성 2018-11-15 10:19:20
옳은 말씀이지만 정인홍 장군과 자한당 무리들을 대비하는 것은 이치에 안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