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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헌 민응형의 苦言과 여권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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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헌 민응형의 苦言과 여권의 위기
  • 윤관 기자
  • 승인 2019.02.03 2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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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종이 대사헌 민응형의 상소를 수용한 역사의 교훈을 문재인 정부에서도 볼 수 있을까?”

(시사캐스트, SISACAST= 윤관 기자)

조선은 왕의 잘못을 비판할 수 있는 언로(言路)가 개방된 사회였다. 효종 재위 시절 대사헌 민응형은 고쳐야 할 폐단과 임금의 실정들을 청하는 상소문을 올렸다.
 
<효종실록> 효종 8년 6월 7일 기사에 따르면, 대사헌 민응형은 “신이 삼가 보건대, 전하께서는 타고난 자품이 뛰어나시나 도를 보는 것은 통쾌하지 못하며, 경연에 매일 거둥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한갓 말단적인 구두(口讀)만 일삼은 채 ‘정밀하게 살피고 한결같이 지키라’는 교훈을 연구하지 않으셨으므로 본원이 맑지 못해 여러 폐단이 모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심지어 민응형은 “소리(小吏)가 관직을 맡아도 아랫사람의 사정을 아는데 전하께서는 임금인데도 아랫사람의 사정을 듣지 못하고 있다”며 “치우치게 분노하는 것을 고훈에서 경계했는데 전하께서는 굳이 스스로 가지시며, 이기기를 좋아하는 병통은 필부도 부끄러워하는 것인데 전하께서는 오래도록 버리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정부에 의연한 기풍이 없고 한갓 성상의 뜻만 따르려는 습관만 있어서 위로는 임금의 잘못된 마음을 바로잡을 수 없고 아래로는 민생의 어려움을 구제할 수 없다”며 “오직 떼 지어 나오고 떼 지어 물러가는 것만 일삼아서 한가로운 여느 관원들이 하는 것처럼 하니, 기둥이 약하면 집이 기우는 것이 진실로 그런가 보다”라고 개탄했다.
 
민응형은 왕의 측근들의 비리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그는 “근래 각 아문의 차관(差官)들과 여러 궁가(宮家)의 차지(次知) 등이 모두 남의 물건을 빼앗아 차지하는 것을 능사로 삼고 있는데도 직업을 잃은 양민은 입이 있어도 간쟁하지 못하며, 현관(縣官)은 두려워하고 꺼려서 감히 사실을 조사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효종은 대사헌 민응형의 상소를 가상히 여겨 수용했다.
 
문재인 정부가 잇따른 악재로 국정 운영에 힘을 잃고 있다. 영부인 50년 지기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서영교 의원의 재판 청탁 의혹이 터진 데 이어, 김현철 전 경제보좌관의 ‘헬조선’ 논란이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법정구속됐다.
 
사법부는 김 지사의 혐의에 대해 “유권자의 정당 후보 판단을 왜곡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저해하고 이 과정에서 목적 달성을 위해 거래대상이 돼서는 안 되는 공직 제안까지 이른 것이라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가뜩이나 경제 상황이 악화돼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 여권이 민심을 문 대통령에게 제대로 정확하게 전달할 때다. 효종이 대사헌 민응형의 상소에 가상히 여겨 수용한 역사의 교훈을 문재인 정부에서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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