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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주의'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첫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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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주의'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첫 인정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9.02.19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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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주 기자)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군사훈련에 참석할 수 없다며 수년간 예비군훈련을 거부해 온 20대 남성에 대해 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수원지법 형사5단독 이재은 판사는 예비군법 및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8)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3년 2월 제대한 후 예비역에 편입됐지만, 2016년 1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10여차례에 걸쳐 예비군훈련, 병력 동원훈련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러한 혐의로 기소된 A씨는 훈련에 불참한 것이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전쟁을 위한 군사훈련에 참석할 수 없다는 신념에 따른 행위라 주장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주장하는 신념을 갖게 된 배경 등을 검토한 후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이로 인해 고통을 겪는 어머니 슬하에서 성장해 어려서부터 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있었다.

또 미군이 헬기에서 기관총을 난사해 민간인을 학살하는 동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고,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잘못이 생명을 빼앗는 일이며 이는 전쟁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A씨는 입대도 거부하려 했지만, 어머니의 간곡한 설득에 못이겨 입대를 결정했다.

하지만 신병 훈련 과정에서 군 복무가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행동이라 생각해 입대를 후회했으며, 결국 군사훈련을 받지 않는 회관관리병에 자원해 근무했다.

제대 후에는 자신의 양심을 속이지 않겠다며 예비군훈련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판사는 A씨의 예비군 훈련 거부가 진실한 양심에 따른 것이라 판단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은 자신의 신념을 형성하게 된 과정 등에 관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진술하고 있다"며 "수년간 계속되는 조사와 재판, 주변의 사회적 비난에 의해 겪는 고통, 안정된 직장을 얻기 어려워 입게 되는 경제적 손실, 형벌의 위험 등 피고인이 예비군훈련을 거부함으로써 받는 불이익이 훈련에 참석하는 것으로 발생하는 불이익보다 현저히 많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은 처벌을 감수하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고, 오히려 유죄로 판단되면 예비군훈련을 면할 수 있는 중한 징역형을 선고받기를 요청하고 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이번 판결은 법원이 비폭력주의 등 개인의 신념에 따른 양심을 인정한 첫 사례다.

[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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