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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1인 가구] 명종의 화재 이재민 잘못을 지적한 간원과 강릉 산불 이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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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1인 가구] 명종의 화재 이재민 잘못을 지적한 간원과 강릉 산불 이재민
  • 윤관 기자
  • 승인 2019.05.02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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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윤관 기자)

조선 명종 재위시절 한양 원각사지에 화재가 발생했다. 조정은 뜻밖의 화재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에게 수구문 밖 빈터로 이사할 것을 명했다. 수구문은 현재의 광희문을 말한다.

하지만 간원들은 조정의 이러한 조치를 이해할 수 없었다. 조정의 잘못을 지적해야 하는 간원들로서는 수구문 밖에 사는 백성들은 환과고독, 즉 조선의 1인가구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가난하고 홀로 사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 이재민까지 옮겨 살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명종실록> 명종 9년 9월 2일 기사는 “간원이 원각사지 이재민들을 수구문 밖 빈터로 옮기는 것이 부당하다고 아뢰다”고 기록했다.
 
간원은 “신들이 듣건대, 원각사 옛터의 불에 탄 인가들을 다시 짓지 못하게 하고 수구문 밖의 빈터에 옮겨 주도록 분부하셨다고 하니, 의혹이 일어난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산업이 있는 부유한 상인들이 아니라 반드시 모두가 의탁할 데 없는 환과 고독(鰥寡孤獨)인데 다행히 저자 가까이 살므로 아침 저녁으로 장사해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실상을 고했다.

간원들은 “그런데 이번에 화재를 만난 나머지 입을 것도 없고 먹을 것도 없어 죽게 된 사람이 많을 것이니, 관사에서는 진구할 것들을 주어 구제해 살리기에 겨를이 없어야 할 것인데 도리어 이사시키라는 분부를 내리셨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신들은 모두 성상이 다른 뜻이 없는 줄 알고 있지만, 저 현혹되기 쉽고 깨우치기 어려운 서민들이 이를 빙자해 말을 만들어 성상의 덕에 누를 끼칠까 염려된다”며 명종의 조치 변경을 요구했다.

최근 강원도 대형 산불로 수많은 이재민들이 발생했고, 아직도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이 많다. 특히 강원지역의 1인가구들이 겪는 고통은 더욱 심각하다고 보여진다. 정부가 강원 산불 이재민들 중 1인 가구 등 지원이 절실한 대상들을 선별해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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