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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들이 주는 '힐링과 쉼'... 창업시장에서 빛을 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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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들이 주는 '힐링과 쉼'... 창업시장에서 빛을 발하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9.05.02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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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주 기자)

1인 창업 시장이 점차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신선한 아이템으로 경쟁력을 확보해가는 창업 시장은 최근들어 더욱 활기를 띤다. 

◇ 사람들은 '왜' 창업을 꿈꾸는가?

취업난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직장인'은 선망의 대상이다. 하지만 막상 취업난을 뚫고 직딩 라이프에 발을 들이는 순간, 현실을 마주함과 동시에 흐릿해진 초심을 발견한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유연한 조직문화를 지향하고 있다지만, 고착된 문화 체계를 바꾸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회사의 발전을 위해 삶의 일부분을 희생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기업 마인드, 이러한 조직 행태를 바로잡을 수 없는 구성원들. 결국 많은 직장인들은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에 순응하며 눈뜬 장님인 양 살아간다.

하지만 모든 직장인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일부는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고민 끝에는 두 가지 갈림길이 보인다. 하나는 '회사에 머물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를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회사를 벗어나 나만의 업무 환경을 설계해가는 것'이다.

이번 편에서 소개할 캔들 공방 '유어라이트'를 운영하는 최혜리 대표는 두 가지 선택지 가운데 후자를 택했다. 그리고 현재 1인 창업자로 인생 2막의 길을 걷고 있다.

최 대표는 회사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한다 하더라도 은퇴나이가 정해져 있는 한 오래 일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차피 마주하게 될 회사 밖에서의 인생을 남들보다 빨리 시작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 1인 多역의 길로 들어서다

1인 창업을 결심한 최 대표는 바로 퇴사 날짜를 잡고 창업 아이템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디자인 공예를 전공한 최 대표는 만드는 것에 재능과 흥미가 있었고, 다양한 공예 아이템 중 '캔들'을 선택했다.

"주얼리, 패브릭 제품, 뜨개질 제품 등은 대학교 때 금속공예와 섬유공예로 충분히 경험을 해봐서 크게 흥미롭지 않았어요. 경험해보지 않은 낯선 영역을 탐색하던 중 '캔들'에 관심을 갖게 됐죠.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데이트 장면에서 캔들에 불을 붙이는 모습을 본 게 관심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어요."

신선하고 독특한 경험이 전부는 아니었다. 최 대표가 캔들을 선택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뜨거운 왁스를 식히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갖게 되는 기다림의 시간. 이 시간 안에서 최 대표는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느림, 여유, 힐링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윽한 향기가 마음을 평안하게 했고, 회사생활에서 느낄 수 없는 묘한 감정이 최 대표를 창업의 길로 이끌었다.

1인 多역, 쉽지 않은 길이지만 그동안의 경험은 밑거름이 됐다.

"7년간 여행사에서 일하면서 여행기획 업무는 물론, 회사 제안서 디자인 업무, 여행사진 업무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담당했어요. 디자인 감각이 요구되는 다양한 업무를 맡아온 덕분에 창업을 시작할 때 로고디자인이나 제품 사진 촬영 등을 누구의 도움없이 혼자 해낼 수 있었어요."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일도 있었지만,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일을 마주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럴 때에는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힘을 실어줄 지원창구가 필요했다.

최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면서 창업지원센터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의 육성방향이 4차 산업혁명을 향해 있어, 창업지원을 받으려면 4차 산업혁명과 연관성이 있어야 했다. 공예나 공방 운영과 관련한 멘토링, 교육사업, 지원사업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결국 창업의 시작은 지원없이 진행됐다. 최 대표는 창업 이후 소상공인 지원사업을 찾아보던 중 '소상공인 평생교육 지식배움터'에서 국비지원이 되는 교육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국양초공예협회 아로마캔들 지도사범 자격증 수업 외에도 따로 수료증을 받거나 새로 배워야하는 캔들레시피가 많아서 모두 배우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국비지원 교육을 통해 저렴하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어요"

교육을 이수한 최 대표는 처음 창업의 방향을 캔들 판매로 정했다. 하지만 판매를 주로 하다보니 사람들과의 소통 접점이 거의 없었고, 소통의 부재는 외로움을 증폭시켰다.

고민 끝에 최 대표는 사람들과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클래스를 함께 운영하기로 했다. 현재 최 대표가 운영하는 캔들 클래스는 최 대표에게 큰 만족감을 가져다주는 일상이 됐다.

◇ 너도나도 힐링한다는 '캔들 클래스'

최 대표가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운영하고 있는 '캔들 클래스'는 수강생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향기 가득한 공간에서 차분하게 작업을 하다보면, 복잡했던 머릿속은 맑아지고 뜀박질하던 감정들은 언제그랬냐는 듯 잠잠해진다. 캔들 클래스만의 힐링요법인 셈이다.

"캔들을 만들면서 힐링을 하는 것 같아요"

캔들 클래스를 방문한 커플이 지나가듯 남긴 말은 최 대표가 나아가는 길의 지표가 됐다.

"캔들을 만들며 행복해하는 여자친구를 보면서 남자친구 분이 "너가 행복하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커플의 모습이 예쁘기도 했고, 좋은 감정을 선물한 느낌에 뿌듯했어요"

캔들 공방의 이름인 '유어라이트'에는 'You're right(당신 말이 옳다)', 'Your light(당신의 빛)' 두 가지 뜻이 있다.

"비록 이리저리 깨지고 치였더라도 여전히 당신은 당신의 빛을 가진 존재며, 당신은 누가 뭐래도 옳다는 가치를 전달해주고 싶어요"

마음을 돌볼 여유도 없이 지나가는 하루지만, 잠시라도 캔들을 만들면서 힐링을 하고 자신의 빛을 발견하기를 바라는 최 대표의 따뜻한 마음이 공방 이름에 담겼다.

유어라이트에는 목적에 따라 다양한 클래스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크게 '원데이 클래스', '취미반', '자격증&창업반' 등 3가지로 나뉘며, 제품은 '석고방향제', '디퓨저', '캔들'이다.

원데이 클래스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클래스는 서정적이고 내추럴한 감성이 매력적인 '수채화 캔들', 예쁜 꽃들로 장식하는 '플라워 캔들', 제주도 젤캔들로 유명한 '젤캔들' 등이다.

캔들 취미반은 인기 있는 캔들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다양한 왁스와 여러 기법으로 구성해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며, 총 14개 작품을 배우게 된다.

특히 시즌별로 구성을 달리해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최 대표는 수강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자 늘 신선하고 새로운 클래스를 구상한다. 다가오는 여름에는 시원한 젤캔들 클래스와 모기퇴치 기능성 캔들, 모기퇴치 스프레이 만들기 등 실용적인 클래스를 운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유어라이트를 찾는 이들 가운데는 체험 자체에 목적을 둔 사람들도 있지만, 창업을 목적으로 공방 문을 두드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유어라이트에서는 한국양초공예협회의 아로마캔들 지도사범 자격증을 취득하는 자격증&창업반이 있다. 창업을 기획하는 사람들 중에 회사를 다니면서 틈틈이 제 2의 인생을 준비하는 이들도 많다. 또 육아로부터 어느정도 자유로워진 주부들이 직업활동을 위해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기도 한다.

최 대표는 창업을 목적으로 찾은 많은 사람들에게 1인 창업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점은 물론, 자격증 커리큘럼에 나와 있지 않은 현실적인 부분들, 그리고 양초공예 외에 필수적으로 배워야하는 것들에 대해 상세히 전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 1인 창업 선배가 전하는 '창업의 명(明)과 암(暗)'

"나 창업할래"

안타깝게도, 요술램프 지니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행동의 변화 없이 뚝딱 이루어지는 일은 결코 없다.

1인 창업으로 공방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들 중 대다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개인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다는 점에 매료돼 창업을 생각한다. 하지만 창업 현실은 녹록지 않다. 수강생 모집과 판매를 위해 꾸준히 블로그 및 SNS 마케팅 활동을 해야 하고, 수업 콘텐츠가 식상해지지 않도록 클래스 구성 변화에 힘써야 하며, 유행하는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기법도 익혀야 한다. '만드는 것만 잘하면 되겠지'라는 생각만으로는 공방을 운영해가기 어렵다.

수많은 재료 중 어떤 회사의 어떤 재료를 선택하고, 어떤 포장용품을 사용할 지 등 사소한 것들까지도 일일이 고민해서 선택해야 한다. 물론 이 모든 선택과 그에 따른 책임은 1인 창업자에게 있다. 그만큼 모든 업무에 부담이 따르는 셈이다.

"회사 다닐 때는 직원들이 나눠서 하던 일을 혼자서 다 해결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회사 다닐 때보다 더 여유가 없고 개인 시간을 갖는 게 쉽지가 않아요"

실제로 최 대표는 거의 1년간 한 달에 1~2일 겨우 쉬면서 주말도 없이 일했다.

최 대표는 1인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개인 시간을 갖지 않고 모두 쏟아부어야 창업의 틀이 잡힐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물론, 고생한 시간에 대한 보상은 충분하다.

최 대표는 재능을 나누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다.

"수업 하나를 준비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모되고 그 과정이 힘들기도 있지만, 수강생들의 반응을 보면 어깨를 짓누르던 고됨이 눈녹듯 사라져요"

최 대표는 공방을 운영하며 '힐링과 쉼', '개인의 행복'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한다. 이는 최 대표가 지향하는 삶의 키워드이자, 많은 사람들이 공방 문을 두드리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힐링과 쉼, 개인의 행복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가 커진 것이 사실이에요. 저처럼 많은 분들이 녹록지 않은 회사생활에 상처를 받았고, 이제는 회사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기보다는 혼자만의 시간 안에서 개인의 행복을 찾는 것 같아요. 그 과정을 함께 하면서 저 역시도 행복을 느껴요"

허허벌판에 개인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고,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공간은 온기로 가득 채워졌다. 최 대표는 '유어라이트'가 단계 단계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성취감을 느낀다. 또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일이 즐거워졌다.

"회사를 나와 창업을 한 것에 전혀 후회는 없어요. 정시퇴근, 주말의 개념이 사라졌지만, 직장 생활에서 얻을 수 없었던 경험, 느낄 수 없던 감정들에 저의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해졌거든요"

창업 시장에서 영롱한 빛을 내며 존재감을 드러낸 '유어라이트'. 이리저리 치이며 상처받고 자존감이 낮아진 사람들은 이곳에서 자신의 빛을 발견하고 스스로의 가치를 확인한다.

"늘 이 공간에 머물며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빛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최혜리 유어라이트 대표

[사진=유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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