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나의 '잡(JOB)'다한 스토리 ③ 항해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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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 나의 '잡(JOB)'다한 스토리 ③ 항해사 편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9.06.12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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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주 기자)

19살, 진로 선택의 기로에 놓인 학생들 앞에는 수많은 직업이 나열된다.

나의 적성이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차근차근 알아가는 과정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다. 누군가에게는 진로 선택이 깜깜한 터널을 지나는 것처럼 아득한 일일지도 모른다.

진로 선택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정보의 부족'이다. 머릿속에 수많은 직업들이 둥둥 떠다니지만, 각각의 직업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가 부족하다.

나에게 맞는 진로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직업을 낱낱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나의 '잡(JOB)'다한 스토리>는 현직자들의 생생한 경험이 담긴 이야기로, 진로를 고민하며 어두운 터널을 헤매는 이들에게 빛을 밝혀주고자 한다.

주식 트레이더, 셰프에 이어 이번 편에서 소개할 직업은 '항해사'다. 구체적으로 항해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직업의 장·단점이 무엇이며, 항해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준비를 하고 어떤 역량을 길러야 하는지 등을 낱낱이 알아보고자 대형 프로젝트 전용 특수선박의 항해사로 일하고 있는 김윤수 씨를 만났다.

[항해사 김윤수 씨와의 즉문즉답]

항해사 김윤수 씨.

Q. 항해사라는 직업이 궁금합니다.

A. 한국 수출입의 99%는 선박을 통해 이뤄집니다. 보통 집에 있는 대부분의 물건들이 이러한 선박을 통해 우리집으로 오게되는 거죠. 저는 이러한 상선의 운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항해사가 단순히 운항만을 담당하지는 않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항해부터 선박 정비, 화물 관리 그리고 선원 관리가 항해사의 업무입니다. 하나씩 설명을 드리자면, 선박 정비는 손상이 생긴 배를 보수, 관리하는 일입니다. 배는 거친 파도를 거쳐 항구에 도착하기 때문에 정말 많은 손상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박 정비는 필수적인 업무라 할 수 있습니다. 화물 관리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선박은 항해 중 여러 지역을 거치게 됩니다. 지역별로 날씨가 달라 관리가 소홀해지면 화물이 크게 손상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선원들을 관리해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선상생활이 시작되면, 선박 내에 독립적으로 분리된 작은 사회가 형성됩니다. 책임사관들은 이 사회에 소속된 선원들의 건강관리, 식단관리 등의 업무를 함께 수행하고 있습니다.

Q. 항해사를 꿈꾸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A. 솔직히 말씀드리면, 단순히 제복에 대한 로망으로 해양대학교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대학에 진학한 후, 그 이면의 문화들을 접하게 됐죠. 그 중 하나가 군기 문화였습니다. 특히 해양대학교의 경우 1~2학년 때 많은 훈련을 받게 됩니다. 이 시기는 군기 잡힌 생활에 가장 쉽게 지칠 수 있는 때이기도 합니다. 당시 저는 '다른 동갑내기 친구들은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는데 나는 타지에 와서 이게 무슨 고생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죠. 또 실무에 나가서도 이 생활이 이어질 것을 상상하니 앞이 깜깜했습니다. 하지만 힘든 시간도 멈추지 않고 흘러가긴 하더군요. 3학년 2학기, 6개월 간 실무 실습에 참여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항해사라는 직업을 몸소 체험하게 됐습니다.

다행이도 선상생활은 전해들은 것처럼 무시무시한 해적소굴은 아니었습니다. 람보르기니와 벤틀리를 포함한 5000대의 고급 외제차를 선적한 상선을 타고 태평양, 대서양을 항해하며 약 20개국의 국가를 다녔습니다. 그 때 저는 항해사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게 됐습니다. 특히 일본 근해에서 5m가 훌쩍 넘는 파도를 만나 배가 좌우로 20도 넘게 흔들림에도 배멀미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 그 때 느꼈죠. '아, 천직이구나'. 그렇게 실습 경험을 통해 비로소 이 직업을 제 미래로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Q. 항해사의 하루는 어떤가요?

A. 항해사는 기본 8시간 당직 사관으로 항해 업무를 합니다. 제 경우에는 오전 8시~12시, 오후 8시~12시까지 배를 운전합니다. 중간에 점심식사를 하고 1시부터는 보통 3등 항해사로서의 담당 업무를 처리하게 됩니다. 3등 항해사의 업무로는 선박의 각종 소화장비 점검, 의료기기 점검, 다른 항구로의 입항 수속 준비 등이 있습니다.

Q. 배의 내부는 어떤 구조로 되어 있나요? 편의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나요?

A. 배는 기본적으로 기관실, 갑판, 거주구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거주구역에는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많은 시설이 구축돼 있습니다. 배마다 차이가 있지만, 제가 승선했던 배에는 식당, 사우나, 휴게실 등과 같은 기본적인 공간부터 노래방, 간이 영화관, 수영장, 스크린 골프장 등의 놀이공간까지 잘 갖춰져 있었습니다. 친구들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배에 그런 것까지 있다고?'하고 놀라죠. 일반 사람들은 상상하지 못할 다양한 시설들이 선박에 존재합니다.  

Q. 항해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요?

A. 항해사는 기본적으로 업무시간이 긴 편입니다. 항해 당직만 최소 하루 8시간이고, 심지어 서서 업무를 봐야 합니다. 파도로 인해 배가 흔들리고 엔진의 진동도 심한 환경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업무를 보기 위해서는 '체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 한 번 승선을 하면 보통 8개월, 길게는 10개월 이상 근무를 하게 됩니다. 8개월이라는 시간을 주말, 공휴일 없이 육지와 떨어진 곳에서 긴장감을 갖고 일을 해야 하죠. 그만큼 정신력과 끊임없는 자기관리능력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항해사의 경우 배의 대부분의 문서와 커뮤니케이션이 영어로 이뤄지기 때문에 영어능력도 상당히 중요하죠.

Q. 항해사가 되려면 어떤 준비 과정이 필요할까요?

A. 항해사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국제적으로 공인된 기관에서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저는 해양대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셈이죠. 하지만 단순히 교육을 이수한다고 해서, 해양대학교를 졸업한다고 해서 바로 항해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항해사 면허, 의료관리자 면혀, 선박통신기기 면허, 그리고 1년의 실습경험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해양대학교의 경우, 항해사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모든 준비과정이 학교 커리큘럼 안에 포함돼 있습니다.

Q. 항해사라는 직업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A.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해외여행이 잦아진 오늘날, 여러 국가를 경험할 수 있다고 자랑하는 건 촌스러울까요? 그럼에도 이 직업의 장점이자 차별성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젊은 날의 특별한 경험'입니다. 어릴적 이원복 아저씨의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봤던 수에즈 운하, 파나마 운하, 도버해협 등을 직접 항해해보는 일은, 돈 주고도 하지 못할 값진 경험이죠.

이 직업의 단점이라 하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긴 시간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해양수산부의  항해사 소개영상에는 6개월 승선 후 휴가를 가질 수 있다고 나오지만, 사실 현실성 없는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1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휴가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휴가신청서를 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죠. 아직까지 항해사라는 직업은 복지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이나 일본은 3개월 이상 승선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 해기사 인권 역시 나아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항해를 하면서 들렀던 곳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 Best3

A. 유럽의 여러 지역, 미국,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 정말 많은 곳을 경험했습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파나마 운하'입니다.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파나마 운하를 거치게 됩니다. 갑문으로 구성된 파나마 운하는 열차에 배를 연결해 각 갑문에 물을 넣고 빼서 레벨을 맞춰 마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듯이 배가 천천히 산 위로 올라가는 방식입니다. 특히 이곳은 파나마의 최대 관광지 중 하나이기 때문에 가장 높이 올라가면 관광객들이 선박들의 통항을 볼 수 있습니다. 선박이 하나씩 통과할 때마다 방송으로 선박의 선명을 불러주면 관람객들이 박수로 해당 선박을 맞이해주는 문화가 있는데, 제가 탄 배가 호출될 때 저도 모르게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춰서 엄청난 호응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두번째로는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입니다. 조선소의 사정으로 이곳에서 40여일간 정박생활을 했습니다. 운좋게도 제가 탄 선박 옆에는 '왕좌의 게임 시즌8' 촬영 세트장이 있었고, 실제로 일주일 가량 그곳에서 촬영이 진행됐습니다. 왕좌의 게임 세트장이 조선소 근처에 있는 이유는 일반인들의 접근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배 안에서는 세트장 안이 훤히 다 보였고, 왕좌의 게임 시즌8의 주요 장면들을 미리 볼 수 있었죠. 또 벨파스트에 정박하는 동안 마치 배낭여행을 온 기분으로 일과 후에는 벨파스트 곳곳을 돌아다녔습니다. 항해사로 일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본 별들입니다. 항해를 하다보면 밤하늘에 모래알처럼 박혀있는 별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됩니다. 태평양에서 별을 본 순간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비가 온 뒤라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었는데, 별들이 하늘을 가득 메웠습니다. 또 중간 중간 별똥별까지 떨어지는 장관이 펼쳐지기도 했죠. 그날 별똥별이 떨어질 때 제 선택에 후회가 없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현재까지는 그 소원이 지켜지고 있는 듯 합니다.

Q. 항해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현실적인 조언

A.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정말 무수한 단점이 많은 직업입니다. 주 52시간 근무를 외치는 시대상황과 맞지 않은 업무시간, 당연시되는 오버타임 등. 이러한 이유로 해양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실무에서 일하던 도중에 포기하고 다른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항해사로서 현재 제 삶에 자긍심을 갖고 있습니다. 또 항해사를 꿈꾸는 이들에게도 이 직업을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저는 승선생활을 하며 청춘에 대한 소중함, 자투리 시간에 대한 소중함, 가족을 비롯해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됐습니다. 그래서인지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을 더 많이 챙기게 됐고, 저에게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됐죠. 배에서도 여가시간이 주어질 때마다 영어공부, 독서 등을 통해 자기계발을 한다거나, 사진촬영, 글쓰기 등 취미생활을 하곤 합니다.

사실 모든 직업에는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단점이 있음에도, 내가 이 직업을 하는 이유는 (       )이다'

이 문장의 빈칸을 채우는 순간, 스스로 선택한 길에 확신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복의 로망이 김윤수 씨를 항해사의 길로 이끌었다. 하지만 해양대학교에 입학한 그는 이상과 현실이 다름을 직시했다.

항해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진로에 대한 고민이 수없이 반복됐을 터.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우연히 들어선 길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하고 있음을 느꼈다.

"항해를 하면서 인생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이를 지키기 위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알게 됐어요. 배가 앞으로 나아갈수록, 저 역시도 성장하는 기분이에요. '철부지 소년이던 내가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구나' 느껴요."

한편 김윤수 씨는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얼마 남지 않은 저의 20대는 바다에 투자할 생각입니다. 5~7년 정도 승선생활 경력을 쌓은 뒤에는 영국으로 유학을 가서 해양 법학 관련 석사과정을 이수할 예정입니다. 기회와 여건만 된다면 공부를 더 하고 싶어요. 그 이후에는 바다에서의 경험과 지식을 살려 선박 법학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해양 선진국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우리나라 해양 법학 혹은 정책 분야 발전에 이바지 하고 싶습니다."

그는 항해사로서 배가 나아갈 방향을 정확히 인지하듯, 자신이 나아갈 방향 역시 막힘없이 답했다.

항해사 김윤수 씨의 인생이 목표를 향해 순항하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김윤수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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