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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신간/음반] 배꽃 마을에서 온 송이, 구한말 40여 년의 풍경, 조선시대 당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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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신간/음반] 배꽃 마을에서 온 송이, 구한말 40여 년의 풍경, 조선시대 당쟁사
  • 이민정 기자
  • 승인 2008.04.22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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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 마을에서 온 송이

안영 글, 조완희 그림

‘배꽃 마을에서 온 송이’는 작가 안영의 첫 동화 작품이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송이(윤송희)가 할머니와 단 둘이 ‘삼례 배꽃 마을’에서 살다 학교에 다니기 위해 서울로 이사하면서 시골과 서울이라는 대조적인 두 공간에서 펼쳐진다.

송이의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생계를 꾸려 가기 위해 송이를 할머니에게 맡겨야 했다. 어린 송이는 가정적 불행을 모른 채 인자하시고 다정다감한 할머니와 배꽃 마을에서 오순도순 살아간다.

송이가 사는 배꽃 마을은 배와 복숭아 같은 과일을 주로 키우는 과수원도 있고 개울, 논두렁도 있는 아름다운 시골마을이다. 할머니는 송이에게 맛있는 음식을 척척 잘도 만들어 주시지만 송이는 엄마, 아빠도 없고 언니, 동생도 없이 쓸쓸하기만 하다.

이런 송이에게 친구가 생겼다. 이웃집 개가 강아지를 낳았는데 할머니가 ‘강이’를 사 오신 것이다. 송이는 강이를 한 가족처럼 이뻐하고 어딜 가도 늘 함께 다닌다. 그러던 중 배 수확철이 돼 과수원에는 트럭이 찾아오고 마을이 북적되던 어느 날 그만 강이는 트럭에 치어 죽고 만다. 송이는 슬픔에 빠진다.

배꽃마을에서 살던 송이는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는데 시골에는 학교가 너무 멀어 서울에 사는 고모가 송이를 서울에 데리고 간다. 서울에는 고모와 고모부, 사촌 쌍둥이 동생도 있어 외롭지 않지만 송이는 할머니가 보고 싶기도 하다.

학교에 들어간 송이는 여러 친구들과 사귀지만 경미가 너무 불쌍하다. 경미는 어머니가 아파 때가 묻은 옷을 입고 다니기 때문이다. 송이는 자신이 모은 돈을 보태 경미 옷을 사주라고 고모에게 부탁하고 고모는 송이의 마음을 알고 경미에게 깨끗한 옷도 사주고 목욕도 시켜준다.

송이에게 서울 생활은 낯설기도 하지만 고모를 통해 하느님을 알게 돼 성당에 다니면서 어려운 친구들을 돕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배운다. 송이는 기도하는 법도 배운다. 서울에 살던 송이에게 엄마의 편지가 온다. 송이와 떨어져 살던 엄마가 이제는 송이와 같이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배꽃 마을에서 온 송이’는 전원의 아름다운 풍경이 수채화처럼 그려지고 신앙 안에서 선한 삶을 사는 고모네와 송이의 따뜻한 인간미가 잔잔히 흐르는 작품이다.

위즈 엔 비즈, 108쪽, 8,000원

구한말 40여 년의 풍경

아비슨 지음

‘구한말 40여 년의 풍경’은 구한말 한국에 들어와 고종의 어의(궁궐 안에서 왕이나 왕실 가족의 치료를 담당하던 의사)를 지낸 영국 태생의 ‘아비슨’의 기록을 담고 있다.
 
아비슨은 어의로서 고종에게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지만 동시대에 의사와 선교사로 활동한 알렌과 언더우드에 가려 국내에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다.

그러나 아비슨은 구한말 40여 년 동안 국내에 체류하던 외국인 중 국내 정세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인사에 속한다. 그는 비상한 기억력과 당신 조선 풍속에 관한 각별한 애정으로 조선에서 겪은 40여 년의 기록을 소상히 기록했다.

저자는 조선에 파견되기 전 사건인 임오군란이나 갑신정변에 대해서는 물론 을사조약 체결, 한일합방 등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견해를 밝히고 있어 외국인의 눈에 비친 조선의 정세도 엿볼 수 있다.

아비슨은 고종의 어의가 되면서 네 명의 일꾼이 딸린 가마를 타게 됐는데 이에 얽힌 일화도 흥미를 끈다. 가마 일꾼들이 위험해 보이는 개울을 한 번도 실수 없이 건넜다는 대목이나 가마가 양반 집에 도착했을 때 일꾼이 멋지게 큰 소리로 도착을 알리는 풍경 등은 당시의 풍속을 알려 준다.

역사적 유물로만 알고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순 한글 ‘독립신문’에 얽힌 이야기도 귀중한 사료를 제공한다. 독립신문은 신문팔이 소년들에 의해 서울 장안에 보급되자마자 인기가 치솟아 발행 부수를 배로 늘려야 했고, 한글을 아는 한 사람이 큰 소리로 읽으면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함께 들어 실제로는 발행 부수(4000부)의 다섯 배의 독자를 확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구한말에 등장한 자동차와 자전거에 관련한 이야기도 독자들의 상상을 자극한다. 아비슨은 일제 시대에는 드물게 자동차를 이용했다. 자전거는 서울에서는 지금의 자동차처럼 보편화된 교통수단이 돼 있었지만 사고가 잦았다.

아비슨이 운전하던 자동차와 소년이 타고 있던 자전거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주변에 있던 일본인 순경이 즉시 현장에 출동해 자전거 소년을 꾸짖고 아비슨에게는 자전거 수리비 2원을 소년에게 주는 것이 좋겠다며 사고를 처리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비슨은 일본인 순경이 사려 깊다고 평한다.

‘구한말 40여 년의 풍경’에는 당시 조선의 풍속과 함께 조선에 처음 소개되기 시작한 교회, 병원, 학교의 모습도 그리고 있다. 이 책에는 사료적 가치가 큰 사진도 다수 실려 있어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대구대학교 출판부, 629쪽, 2만 원

조선시대 당쟁사

이성무 지음

‘조선시대 당쟁사’는 조선시대의 당쟁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다루고 있다. 흔히 당쟁이라고 하면 파벌을 만들어 서로 헐뜯고 싸움을 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당쟁의 부정적인 기능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순기능이 보다 큰 부분이라고 주장한다.

조선시대의 당쟁은 선조 때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는데 고종 이후의 당쟁의 모습을 마치 조선시대 전체의 당쟁을 대표하는 양 오인하고 있다고 저자는 분석하고 있다. 조선 말기에는 당쟁이라기보다 외척의 발호로 세도정치가 판을 치던 때다. 따라서 세도정치를 당쟁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조선의 당쟁은 고려의 무인 정치를 끝내고 문벌 정치를 확립했다는 점에서도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당쟁은 무작정 파벌로 나뉘어 상대방을 공격하는 저급한 행태가 아니라 분명한 의미와 명분이 있고 정치 발전을 주도하는 역할도 담당했다.

당쟁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동인과 서인이 갈라지고 동인은 남인과 북인으로, 서인은 노론과 소론으로 다시 갈라진다. 이 사색 당파가 조선 시대 당쟁의 네 기둥이었지만 북인이 대북과 소북으로 다시 분열하는 등 내부 분화과정을 거치게 된다.

저자는 조선을 뒤흔든 대사건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필연적으로 당쟁이 개입돼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가장 확실한 예로 ‘이괄의 난’을 든다.

조선시대 당쟁사는 단지 과거의 당쟁을 추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시대에 맞는 정치를 실현하는데 사림 정치의 산물인 당쟁의 속성을 알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아름다운 날, 1권 312쪽, 2권 416쪽, 각권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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