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9 총선 이후 확실하게 여대야소가 형성된 가운데, 통합민주당 내 보좌진들은 거취 문제 때문에 대 혼란에 빠졌다는 전언이다.
사실 그런 것이 140석이 넘는 의석을 자랑하다가 한 숨에 80석 대로 추락한 당의 이미지도 그렇거니와 줄어든 만큼의 보좌진들은 차기 18대에서의 자리를 보장 받기 힘들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민주당의원을 보좌했던 보좌진이 한나라당 의원의 보좌관으로 가는 경우도 있기는 했지만 요즘은 당과 노선, 그리고 보좌진들의 성향도 의원 보좌진으로 채용하는 데 있어서 크게 작용을 하기 때문에 당적이 다른 보좌진이 다른 당 의원의 보좌관이나 비서관으로 들어가기는 하늘에 별 따기와 마찬가지다.
보좌진들도 의무적으로 당원 가입을 하는 추세이거니와 다른 당 의원을 보좌하려면 탈당을 하고 다시 입당을 해야 하는데, 당 일각에서 문제제기를 할 경우 일자리는 그냥 날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의 규모가 줄어든 만큼 당의 사무처 조직 또한 구조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당세가 급격히 약화된 민주당의 보좌진들과 사무처 당직자들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특히 나이 먹은 즉, 나이가 지긋한 보좌진들의 경우에는 이번 18대 국회 보좌진으로 재입성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의원들의 연령층이 젊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보좌관이나 비서관으로 앉힐 의원은 그리 많지 않을 전망이어서 나이 많은 보좌진들은 18대 국회 개원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도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보좌관이라는 직업을 전문직으로 여기며 수십 년간 이 일만 해온 사람이 꽤 되는 만큼 이들의 도태는 어쩌면 보좌직원들의 물갈이라는 표현을 써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총선 이후 고령대의 보좌진들의 움직임이 빨라진 것도 이 같은 물갈이 소용돌이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 마련 차원일 것이다. 선거 직후 아직까지는 국회나 당선자 측의 분위기는 조용하지만 4월 말 경부터는 본격적으로 국회 입성을 위한 자리 이동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국회 입성을 위한 과정에는 개개인 간의 인맥이 크게 작용한다. 낙선한 의원의 경우 자신이 데리고 있던 직원들의 일자리를 당선된 의원 측에 부탁하는 경우도 부지기수고, 정치권, 또는 당선자 측과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통원해 국회로 들어오거나 국회 안에서 생존하고자 하는 이들이 기타 방법을 통원해서 맨투맨으로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제작년 비서관으로 일하다가 면직됐던 A씨는 이후 국회로 다시 들어오기 위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국회에서 보좌관으로, 비서관으로 일한 다는 것은 쉽게 말해서 누가 인적 네트워크가 잘 되어 있느냐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잘나고 좋은 학벌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인적 인프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국회에서는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의 일자리 기근 현상에 비해 한나라당의 경우 오히려 일자리가 넘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의석수도 17대에 비해 30석 이상을 더 얻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낙선한 의원실의 보좌진들이 민주당과 비교하자면 상대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의 여유가 많아진 셈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경우 같은 당 의원 간에 경쟁을 했던 지역구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자리를 이동하는데 있어 의원간의 성향 및 계파 등등을 따져봐야 하는 골치아픈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이재오의원의 측근 의원을 모시고 있던 보좌진이 다른 곳으로 갈 경우 어쩔 수 없이 이재오의원 측근 의원실로 이동하는 것이 무리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국회는 아직 채 기시지 않은 총선의 후유증 탓인지 문이 잠긴 의원실이 태반이다. 문이 잠기거나 사람들이 별로 없는 의원실은 대부분 낙선하거나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못한 의원실이다.
당선된 의원실의 경우 축하 화환으로 의원실 입구에서부터 의원 집무실까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반면 바로 옆 의원실의 낙선된 의원의 경우 파리새끼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권불십년이요. 세상사 무상함을 느낀다고 말하는 보좌진들이 있다.
18대 총선은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한 선거였음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 만큼 훌륭하거나 뛰어난 인재들에게 국회의원 뱃지를 달아주었다고 말하기는 아직은 이르다. 벌써부터 선거법 위반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뉴스에서부터 선거결과에 불복해 상대 당선자를 고발하는 추태가 재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재의 상황을 본다면 최소한 올 10월에 몇 군데에서는 제보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어느 지역구의 초선의원의 경우 상대가 워낙 거물인지라 아예 처음부터 선거를 포기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상대 거물후보가 조만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 때문이었다고 한다.
즉, 상대 후보가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다음에 치러지는 선거에서 돈을 쓸 생각으로 이번 선거에서는 전략적 대응만 했다는 소문이다.
그만큼 일부 지역에서는 상대 후보의 의원직 상실을 바라며 이번 선거에 올인 하지 않은 경우가 포착되고 있다.
이러한 경우가 과연 몇 군데의 선거구에서 적용이 될 지는 모르지만 보좌진들의 일자리만큼 의원들의 일자리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18대 국회 초반, 과연 몇 명의 의원이 검찰로 불려들어 갈 지에 대한 관심 또한 가져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