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하우스, 기자가 한달만에 뛰쳐나온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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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 기자가 한달만에 뛰쳐나온 까닭은?
  • 이유나 기자
  • 승인 2019.07.13 19: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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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유나 기자)

최근 수도권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가운데 대체안으로 다양한 형태의 집이 등장했다. 그중 셰어하우스 는 젊은층 사이에서 요 몇 년간 로망처럼 부상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유럽 등의 도심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던 셰어하우스는 여러명이 한 집에 살면서 거실, 욕실, 부엌 등을 함께 쓰고 침실은 따로 쓰는 주거 형태를 뜻한다. 근래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생겨나고 있으며, 대학생과 사회초년생들이 주로 입주하기 때문에 대학가에 위치하는 곳이 많다.

한 집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함께 거주하는 셰어하우스는 가격이 저렴하고 인맥 형성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청춘들의 관심을 증폭시켜왔다. 나 역시 직장생활을 시작할 무렵 정 들었던 하숙집을 떠나 깨끗하고 예쁜 셰어하우스를 찾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21실에 입주하는 수순을 거쳤다. 하지만 입주의 기쁨은 매우 찰나였으며, 급기야 양도할 사람을 찾아 한달만에 뛰쳐나오기에 이르렀다. 그 이유가 되는 셰어하우스의 단점은 무수했으나, 그중 그곳에서 나오는데 가장 큰 요인이 됐던 세가지를 알려주고자 한다.

 

JTBC드라마 '청춘시대'
JTBC드라마 '청춘시대'

 

자유를 생각 이상으로 많이 포기해야 한다

물론 셰어하우스는 보증금과 월세가 싼 축에 속해서 사회초년생과 대학생들에게만큼은 삶의 질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셰어하우스에서 생활하면서 희생하는 것들에 비하면 그 가격이 굉장한 메리트가 된다는 느낌이 와닿지 않았다. 집을 타인과 공유한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희생이다. 씻거나 부엌을 쓰는데도 순번을 정해야 하는 삶. 내 방에 친구를 데려오지 못하는 삶. 내가 좋아하는 소파 자리에 이미 누군가 앉아있어서 다른데 앉아야 하는 삶! 정말 사소한 것들도 나중에는 결국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때문에, 나중엔 그 어떤 불편도 그저 넘기기만 할 순 없었다.

내 경우, 이미 다른 이들이 사온 냉동식품들이 꽉 들어찬 냉동고에 내 아이스크림 하나 넣어놓을 공간이 없다는 사실에 큰 좌절감을 느꼈더랬다. 심지어 라면을 끓여먹으면 은근히 눈치도 주는 거다. 밤에 먹는 야식조차 하우스메이트(이하 하메)들을 신경써가며 먹어야하는 것이 서러웠다. 만약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걸리는 제약들을 전부 인내할 수 만큼 너른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셰어하우스를 사는데 무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셰어하우스의 단점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싸움은 꼭 일어난다

드라마 청춘시대는 셰어하우스의 실체를 낭만적인 허상으로 포장해준 1등 공신이다. 셰어하우스에서 또래들과 살을 부대끼며 지내다보면 청춘시대처럼 끈끈한 가족 같은 관계가 될 것 같은가.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생각보다 셰어하우스의 분위기는 굉장히 삭막하다. 가족끼리도 그렇게 다투는데, 생판 모르는 남과는 오죽할까. 고작 한달 살고 나온 나는 누군가와 싸워본 적은 없지만 입주 첫날부터 서로 기싸움을 해대는 다른방 하메들 때문에 초반부터 불편하기 짝이 없었더랬다. 나 역시 몇 가지의 크고 작은 불만들이 속에서 겹치고 겹쳐 폭발하기 직전까지 갔으나, 셰어하우스 양수자를 찾는 것으로 그 화를 삭혀야 했다.

Dog나 줘버린 집안일

셰어하우스에 거주하며 가장 크게 실망했고 가장 화가 나는 부분은 단연 청소였다. 나와 하메들이 사는 셰어하우스는 하루도 빠짐없이 항상 지저분했다. 집안 곳곳에 머리카락이 바닥에 나뒹굴었고, 욕실 더러운 건 말할 것도 없었다. 청소하는 분이 따로 오시긴 했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만큼 자주 오시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입주자 회의날 간단하게 쓸고 닦는 일은 돌아가며 자주 하기로 정했더니 이를 실행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설거지만큼은 바로바로 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이따 하겠다며 방에 들어가 그 다음날 아침까지 나오지 않는 하메도 있었다. 부엌에 무언가 흘려져 있어도 남의 일인양 모른체하는 모습들에 어느 순간 환멸이 일었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뻔뻔하게 구는 상황에서 셰어하우스에서의 일상은 하향평준화 돼버렸고, 나는 속 편히 혼자 살기 위해 셰어하우스를 떠났다.

이런 셰어하우스에도 분명히 장점이 있었다. 저렴한 비용이나 편의적인 주거공간 뿐만은 아니다. 막연한 두려움을 안고 지내던 혼삶과는 달리, 한 지붕 아래 누군가 나와 함께하고 있다는 그 든든함은 분명히 값진 것이었다. 하지만 셰어하우스에서의 풍요로운 일상은 모두가 규칙을 지키는 책임감 속에서 피어난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적극적으로 공동체 생활에 임하면 더없이 살기 좋았을 공간이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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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2019-07-25 14:35:13
막연한 기대가 있었는데, 기사 내용을 보고 현실적 인 고민도 생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