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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놀기] 여름의 한강... 夜!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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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놀기] 여름의 한강... 夜! 걷자!
  • 이현이 기자
  • 승인 2019.08.12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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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이 기자)

올해도 3분의 2가 지났다. 연초에 세운 각자의 계획은 원하는 방향대로 이뤄가고 있는지 중간점검이 필요한 때이다.

기자의 경우, 올해 계획을 ‘건강 회복’으로 삼았으나, 그 목표를 위해 해야 할 첫 번째 리스트인 운동을 실천하지 못한점을 반성하며 운동을 시작했다. 그 첫번째는 ‘걷기’다.

그러나 무더운 날씨에 낮시간동안 밖에서 걷다간 일사병에 쓰러지기 쉽상. 건강을 위한 운동이니만큼 건강을 해쳐가면서 운동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실내 헬스클럽은 따분하고 재미가 없으니, 운동을 즐길 시간은 햇볕이 없는 저녁시간부터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최근 미디어에서 자주 소개되며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서울 걷기 여행’이 기자의 관심도 이끌기에 충분했다. 다만 기자는 화려한 조명과 요란한 소리의 도심 대신 한강을 선택했다.

이른바 ‘여름밤, 한강 걷기 프로젝트’이다.

안전한 걷기를 위해 먼저 코스를 짰다. 출발은 종합운동장역 부근의 삼성교 아래, 도착은 반포 세빛섬으로 정했다. 총 9.3km로 자전거 이용시 40분, 도보시 약 2시간 가량 소요되는 거리다.

걷기 전 준비물 챙기기는 필수! 걷다보면 지칠 수 있어 에너지 및 수분 보충을 위해 얼린물과 오이, 방울토마토, 에너지바 등의 간식거리를 챙겼다. 땀을 닦기 위한 쿨링타월과 중간지점에서 갈아 신을 여분의 양말도 체크리스트에 올렸다.

출발전에는 발 부상을 막기 위해 테이핑을 감았다. 오래 걸었을 때 아팠던 부위를 되새겨 테이핑을 했고, 땀으로 탈락할 것을 우려해 여분의 테이프도 가방에 넣었다.

운동화는 걷기 편한 것으로 선택, 양말은 두꺼운 스포츠 양말을 신었다. 의상은 땀 흡수가 잘 되면서 가볍고 신축성 좋은 스포츠 웨어를 준비했다.

8월의 저녁은 낮의 열기가 남아 있기 때문에 해가 다 진 뒤 출발하기로 했다. 출발 시간 오후 8시 30분. 삼성교 아래에 섰다. 이곳은 한강을 향해 흐르는 탄천이다.

멀지 않은 곳에 종합운동장이 보였고, 오륜기가 조명으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길은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로 구분되어 있다. 산책로를 걷는 기자 옆으로 자전거가 쌩쌩 달렸다. 해가 떨어진 시간이지만 걷는 이도 자전거 페달을 밟는 이도 생각보다 많았다.

탄천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있는 잠실 자동차 극장에서는 큰 스크린에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그 앞을 가득 메운 자동차 안에서는 각자가 영화를 즐기고 있을 터.

출발 지점에서 20분 가량 걸었을 때 나타난 청담교 아래 이동식 노천카페는, 운동하는 이들의 걸음을 잠시 멈춰 세웠다. 걷던 이들은 벤치에 앉고, 자전거에서 내린 이들은 헬멧을 벗어 시원한 공기로 땀을 식혔다. 물론 시원한 음료와 스낵류를 구입해 에너지 충전을 하는 이들도 보였다.

여기서 부터가 한강으로 편입되는 부분이다. 탄천보다 넓고 깊은 한강에 더 큰 세상에 나온 듯 한 기분을 갖게 했다. 오가는 이들과 흐르는 땀은 많아졌고, 호흡은 가빠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다는 생각보다 상쾌함이 느껴지기 까지 했다.

한강을 걷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이지만, 그 시간을 오롯이 느끼는 것도 내 몫이다. 빠르게 또 찬찬히, 걷기의 속도를 조절해가며 한강 풍경을 감상하고, 여름밤의 하늘을 엿보고, 지나는 이들의 젖은 얼굴을 바라봤다.

한강에는 낚싯대를 던져놓고 혼자만의 사색에 잠긴 낚시꾼들이 곳곳에 자리해 있었다. 그들은 물고기를 낚으려고 앉아 있는 것일까, 자유를 찾기 위해 앉아 있는 것일까? 궁금했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할 수 없어 조용히 뒷모습을 바라보며 걸었을 뿐이다.

한강의 밤은 ‘깜깜해서 무섭지 않을까?’했던 작은 두려움을 과감하게 없애줬다. 화려한 조명으로 꾸며진 대교들은, 감탄하며 보는 즐거움과 ‘다음 대교는 어떤 모습일까?’하는 기대감까지 갖게 한다.

한강을 걷는다는 건, 단순히 발을 들어 걸음걸음 옮기는 행위만이 아니란 사실을 깨닫게 된건, 걷기 시작한 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람과 도시, 자연을 볼 수 있고, 내 안의 나를 발견할 수도 있는 곳이었다.

‘힘들면 어쩌나, 위험하면 어쩌나, 내가 할 수 있을까’로 가득했던 머릿속과 마음속은 가뿐 숨 속에서도 평온해졌고 맑아졌으며, 밝아졌다.

산책로 중간중간 설치된 한강의 화장실은 기대 이상이었다. 무엇보다 에어컨 가동 능력이 뛰어난 이유로 잠시의 안락과 시원함을 제공 받았다.

그러나, 걷기 위해 마련해뒀던 운동화와 테이핑, 스포츠 양말도 오랜 걷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쓰라린 발가락은 테이핑을 덧 붙여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안보였다. 아니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다음날 발 부상으로 찾은 병원에서 걷기를 할 때는 발볼이 넓고 자신의 발 치수보다 한 치수 큰 운동화를 선택하라는 의사의 충고를 들었다. 참고하시길!

그래도 ‘끝까지 간다’는 생각으로 느린 걸음이지만, 꾸준히 발걸음을 옮겼고 예상했던 시간보다 30분 늦은 11시 가량 반포 세빛섬에 도착하게 됐다.

그 시간 세빛섬은 사람도 많지 않고, 유명하다던 도깨비 시장도 열리지 않은 고요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끝까지 걸어온 ‘대견한 내가’ 서있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운 장소로 기억될 것이 틀림없다.

혼자 걷는다는 것에 대해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또한 어떤 이들은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즐기는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모든 말에 공감하며 동감한다.

다만 기자는 혼자 걷는다는 것에 대해 하나 더 추가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 혼자 걷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혼자이지만, 살짝 고개를 돌려도 내가 혼자가 아님을 알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한강을 걷는 동안, 반짝이는 빌딩속에서 움직일 어떤 이들과 내 옆을 스쳐가는 이들, 화려한 대교 조명을 만든 이들도 모두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우리는 그렇게 함께 살고 있다.

혼자, 또 같이!

[사진=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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