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親李 지원예상등 유리한 고지 점령
박근혜, 최근 도전 의사 내비춰 관심 집중
원희룡-남경필-홍준표등도 출사표 던질듯
친이계 쌍두마차 정두언-공성진 행보도 관심
18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한나라당은 이제 또 다른 선거전을 치르게 된다.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나라당의 차기 당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차기 당 대표는 원내 과반의석을 확보한 집권 여당의 수장이라는 상징적 의미 외에 2010년 지방선거 공천의 열쇠를 갖는 데다 차기 대선후보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자리다.
그런 만큼 당권은 여권 내부의 권력구도 재편과 맞물려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4·9 총선에서 다선·중진 의원들과 이명박 대통령 측 실세들의 잇단 몰락으로 여권 내 권력지형과 입지조건이 변화하면서 포스트 이명박을 꿈꾸는 차기 주자들도 급부상하고 있다.
우선 총선의 결과를 통해 당권의 일부 윤곽이 드러난 상태다. 이명박 정권의 2인자로 통했던 이재오 의원이 창조한국당 문국현 당선자에게 낙선하면서 당권 경쟁에서 낙오했다.
그리고 당권 후보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던 이방호 사무총장도 이번 총선 최대 이변의 주인공인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해 낙선하면서 당권과는 멀어졌다.
이재오, 이방호 두 의원이 당권에서 멀어지면서 관심은 정몽준 최고위원과 박근혜 전 대표에게 쏠리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울산에서만 5선을 기록하다 이번 총선에서 서울 동작으로 지역구를 옮겨 당선되면서 한나라당에 입당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당내 입지를 탄탄히 다졌다.
특히 그는 지난 대선 후보이며 노무현 정권의 최고 실세였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을 큰 표차로 누르고 당선돼 당권 도전이 예상됐다. 예상대로 정 최고위원은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상태다.
당내 기반이 약한 만큼 일단 당 대표로 입지를 굳히면서 차기 대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 나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친이명박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의 낙마로 구심점을 잃은 친이계가 정 최고위원을 지원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정 최고위원을 지원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유력하다.
정 최고위원은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최고 득표로 대표가 되면 좋지만 5명의 최고위원만 돼도 큰 영광으로 생각하고 도전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최고위원은 싱크탱크 설립과 함께 저소득층 장학재단 설립 등 대외활동에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정 의원은 4·9 총선에서 정치생명을 걸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해 안착했고, 박 전 대표의 대항마가 시급한 친이계의 지원을 받을 가능성도 있어 일단 당권 가도에 유리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그러나 현대그룹 출신의 이명박 대통령에 이어 현대가가 권력을 독식한다, 부자 정당의 부자 대표라는 야당의 공세가 부담이 될 공산도 크다.
정 최고위원에 맞서 박 전 대표가 나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도 친박계는 당 내외를 합쳐 60명 가까이 살아남아 저력을 과시했다.
정가의 일반적인 관측은 박 전 대표가 당권 도전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박 전 대표가 직접 나서지 않고 대리전을 벌일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영선 의원이 대리자로 지목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 25일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을 탈당해 당선된 친박계열 인사들의 복당 문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가지면서 당권 도전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계파정치를 할 것이라며 (나를) 못 믿겠다고 한다면, 제가 이번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나가지 않겠다. 그러면 되는 것 아니냐”면서 “7월 전대에 나가지 않을테니까 (당을) 나간 그 분들을 전부 복당시켜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강재섭 대표의 복당 불가 언급과 관련, “공당인 한나라당이 개인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최고위원회의 등 공적인 절차를 밟아서 정식으로, 공적으로 결정해 주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선별 복당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는 이어 7월 전대 이전에 끝내 복당이 불허될 경우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당의 결정에 따라서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추후 생각해 보겠다”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는 않았다.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이 불허될 경우 당권에 도전해 당권을 잡으면 복당을 추진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될 수도 있다.
두 주자의 2파전에 이제 당내 중진이 된 원희룡, 남경필 의원 등 소장파와 홍준표, 안상수 의원 등 다선 의원들도 상황에 따라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종로에서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누루고 3선 고지에 오른 박진 의원도 당권 물망에 오르고 있다.
5선의 김형오 의원도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친이·친박 양측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원내대표와 사무총장을 역임한 바 있어 당무에도 밝다는 평을 얻고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이 당권에 도전하면 여당에서 마땅한 국회의장감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부담이다. 현재의 관측으로는 김 의원은 국회의장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으로 보인다.
차기 당권을 겨냥한 4선급 주자인 안상수 원내대표는 명시적으로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4선에다 원내대표를 거친 이력을 바탕으로 당권 레이스에 뛰어들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강재섭 대표의 경우, 대선과 총선에서 위기 관리능력을 이미 검증받았고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지만 본인은 거듭 불출마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 밖에 전재희 최고위원은 7월 전당대회에서 재출마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총선에서, 남경필, 원희룡으로 대표되는 당내 소장파는 질적으로는 물론 양적으로 세력을 팽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남경필 의원은 4선에, 원희룡 의원은 3선에 각각 성공했다.
남 의원은 공천 과정에서 이상득 부의장의 불출마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소장파 대표주자로서의 색깔을 분명히 했다.
남 의원은 정치적 중량감을 키워 당 대표감으로 위상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남 의원은 선거 캐치프레이즈로 ‘경기도의 큰 아들로 키워달라’고 한 바 있다. 남 의원은 당권 도전과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최고위원을 지내면서 ‘원희룡답다’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만큼 독자적인 이미지를 구축한 3선의 원 의원은 최근 포용의 정치를 강조하면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당권과 관련해 원 의원의 이기재 보좌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권을 운운하는 건 국정 시작 단계에서 적절치 않고 시기상조다”며 “권련 논의나 당권 논쟁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당대회가 가까워지면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힐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아 여운을 남겼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두언 의원도 당권 도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재선에 불과해 중량감에서 떨어진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 의원의 한 보좌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 의원이 광주에 내려간 자리에서 “사람이 분수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며 당권도전 가능성이 희박함을 암시했다.
대표적 친이 인사인 공성진 서울시당위원장 김완철 보좌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성진 의원이 정권교체와 총선 과반의석 차지에 큰 역할을 했다”며 “서울시당 위원장이라는 상징성 있는 자리에 있는 분으로서 당원들의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공 의원의 당권 도전 의사를 확인했다. 공 의원도 “전당대회가 당헌, 당규대로 치러지면 당권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