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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함'은 기본 '불편함'까지 감수해야 하는 여성 1인 가구... “이렇게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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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함'은 기본 '불편함'까지 감수해야 하는 여성 1인 가구... “이렇게까지 한다”
  • 이현이 기자
  • 승인 2019.08.29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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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이 기자)

고객을 상대로 한 성희롱 글을 SNS에 올려 논란에 휩싸인 모 떡볶이 프랜차이즈의 한 지점이 강제 폐점된 가운데, 해당 점주의 법적 처벌 가능성을 두고 이목이 쏠려있다. 아울러 이와 함께 재기되는 ‘여성 1인 가구’의 안전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모 떡볶이 프랜차이즈 점주가 SNS에서 올린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이번 사건은 모 떡볶이 프랜차이즈 점주가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여성 고객에 대해 성희롱 글을 올렸다는 내용의 글이 게재되면서 불거졌다. 해당 점주는 자신의 SNS에 “요즘 부쩍 XX이란 걸 해보고 싶다” 등의 성희롱 글을 올렸다. 구설수에 오르자 해당 점주는 사과했지만, 논란은 지속됐고 결국 해당 가맹점은 지난 17일 폐점했다.

이처럼 여성을 상대로 하는 성희롱 글은 사회적인 불안함을 가중시키고, 그로 인해 더욱 불편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 1인 가구들은 늘게 된다. 기자는 실제로 여성 1인 가구들이 느끼는 불편함과 불안함을 들어봤다.

집안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배달음식을 1층에서 받는다.

#“4층에 살고 있지만, 배달이 오면 1층으로 내려가요”
신길동에 거주하는 정다경(39)씨는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먹는다. 그러나 배달원이 다경씨가 거주하는 4층까지 올라오는 일은 없다. 혼자 거주하는 공간을 노출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주문 시, ‘1층에서 전화 주세요’와 같은 메시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다경씨가 이렇게 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언젠가 배달원이 집안으로 들어와 음식을 건내주면서 집안을 천천히 훑어봤던 것. 다경씨는 '만일을 대비해 미리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혼자살기 때문에 아무리 조심해도 불안함은 따른다”며 “그런데 불안함에 이런 불편함까지 가중되니 더 노곤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1인 가구임을 알지 못하도록 2인분의 배달음식을 시킨다.
1인 가구임을 알지 못하도록 2인분의 배달음식을 시킨다.

#“배달음식은 항상 2인분을 시켜요”
강동구에 거주중인 김우정(34) 씨는 최근 ‘이러다 살찌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크다. 이유는 항상 2인분의 배달음식을 주문하기 때문이다. 우정씨는 요리할 시간도 마땅치 않고, 요리도 잘 하지 못하는 관계로 집에서의 식사는 배달음식이 대부분이다.

요즘은 1인분 배달 시스템도 잘 되어있지만 우정씨처럼 1인분 배달에 주저하는 여성들이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혼자 사는 사실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서다.

“2인분을 시켜서 2끼에 나눠먹는다”는 우정씨는 “아무래도 바로 한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서 먹을 땐 맛이 떨어지는게 사실”이라며 “그래서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택배 주문시 수취인 이름을 ‘남자 이름’으로 한다.
택배 주문시 수취인 이름을 ‘남자 이름’으로 한다.

#“택배 받는 사람은 ‘남자 이름’을 써요”
인터넷 쇼핑을 즐기는 강새롬(32) 씨는 수취인에 본인 이름 대신 다른 이름을 적는다. 최근 인터넷에서도 화재가 되고 있는 곽두팔·조덕출 등 '남자이름으로 택배받기'를 새롬씨도 하고 있는 것.

새롬씨는 “아무래도 항상 제 이름으로 택배가 오다보면 혼자 사는 사실을 배달원이 알 수도 있고, 택배를 직접 받지 못할 경우 타인이 제 택배 이름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남자이름으로 택배를 받겠다는 계획이다.

어찌보면 신뢰가 무너진 사회를 살고 있다는 단편적인 부분을 확인할 수도 있지만, 혼자사는 여성들은 ‘이렇게라도’ 스스로 자신들을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안전한 사회 분위기 조성은 그녀들의 노력만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여성 1인 가구가 불안함에 떨지 않고, 불편함을 감수해가며 살지 않는 사회를 기대해 본다.

[사진=시사캐스트·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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