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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선술집을 가지 못하는 그... “혼술 단골집을 잃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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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선술집을 가지 못하는 그... “혼술 단골집을 잃었어요”
  • 이현이 기자
  • 승인 2019.09.03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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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이 기자)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여파는 비단 일본산 제품에 국한되지 않고 그 범위가 확산되고 있다. 회사 회식장소를 일식집에서 고깃집을 바꿨다고 얘기하는 이와 일본라멘 마니아지만 절대 먹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일본으로 가족여행을 계획했던 이는 예약했던 여행상품을 취소하고 동남아로 여행지를 바꿨으며, 취미로 낚시를 즐기던 어떤이는 가지고 있던 일본 낚시제품을 모두 버렸다.

그리고 여기 일본불매운동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있다. 강남구에 위치한 일본식 선술집이다. 이곳에서 혼술을 즐겨왔다는 자칭 ‘단골’이라 말하는 이준영씨는 “퇴근 후 피로를 풀기 위해 자주 들르는 단골 일본식 선술집이 있는데, 이제는 들어서기 눈치가 보인다”며 “이곳은 일본과 전혀 관계없는 가게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불매운동으로 인해 가게는 물론 손님도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준영씨의 단골 일본식 선술집을 방문해 봤다. 한창 퇴근 후 손님이 들어차 있을 시간이지만, 여종업원 한명만이 가게 안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이유는 하나다. ‘일본식’ 선술집 이라는 것 때문.

종업원에 따르면, 불매 운동이 일기 전에는 퇴근 후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연일 만석이었다. 때론 대기자 명단을 작성해야 들어올 수 있었던 이 가게는 손님의 발길이 뜸해진지 오래. “어느 식재료든 일본 제품을 사용하지 않지만 이 지경”이라며 “불매운동을 지지하지만 우리와 같은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손님의 발길이 끓긴 곳은 비단 이곳만의 문제는 아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홍대거리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던 강만구 씨는 이미 ‘영업종료’ 팻말을 내걸었다. “장기화된 불매운동에 갈수록 손님은 줄어들고 연일 적자에 허덕였다”며 “매출은 곤두박질치면서 더 이상 영업이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불매운동으로 직격탄을 맞은 건 큰 기업이 아닌 우리와 같은 영세 자영업자들”이라며 “불매운동이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망스럽기 까지 하다”고 했다.

준영씨가 즐겨찾던 단골집을 갈 수 없게 된 것, 만구씨가 야심차게 일궈온 가게를 접게 된 것은 일본 불매운동이 가져온 아이러니한 피해로, 그들 말처럼 아무 상관없는 피해자가 더 이상은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을 시사한다. 또한 똑똑한 불매운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각인시키기도 한다.

많은 국민이 동참하고 있고, 국민 대부분이 인정할만한 ‘마땅한 불매운동’은 두 달째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로써 고통 받고 있는 이들 또한 준영씨와 만구씨처럼 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 구성원으로써의 자존심을 지키고, 나라 경제를 위한 분명한 명분은 있지만, 그 한편에 서있는 다수의 자영업자들이 결코 반일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때이다.

[사진=시사캐스트·인터넷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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