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콧 재팬” 日 불매 두달째, 1인가구에게 찾아온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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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콧 재팬” 日 불매 두달째, 1인가구에게 찾아온 변화
  • 이유나 기자
  • 승인 2019.09.28 2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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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유나 기자)

가을을 맞아 가족들과 여행을 가기로 했다. 23일 주말을 껴서 다녀오기로 일정을 맞춘 이번 여행에서는 급작스럽게 계획된 여행인만큼 가성비를 따지기로 했다. 하지만 가족 중 아무도 현시점에서 가장 저렴하게, 또 몸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일본에 가자고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여타 대한민국 국민들과 달리 우리 가족은 일본 불매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시국이 시국인만큼 일본이나 일제라면 다소 꺼리는 분위기다.

지난 7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촉발된 일본 불매운동이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두달 이상 지속되며 장기전에 접어드는 추세다. 일본 우익세력들은 한국인들을 냄비근성이라는 별칭으로 특정하고 이번 불매운동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며 조롱했지만 정작 현실은 그 예측을 제대로 빗겨가고 있다. 특히 여행·맥주·패션 등 핵심 표적 산업들이 큰 타격을 입었고, 지금도 온라인상에서는 불매해야 할 일본 제품 및 기업 리스트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며 일본 관련 산업이 하향세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 역시 불매운동 참여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SNS에 떠돌던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참여한다는 문구에 마음이 크게 움직인 덕분이다. 일본산인지 아닌지를 따져본 후, 안 사고 안 먹으면 그만인데 그까짓거 어려울 게 뭐가 있겠냐는 생각이었다.

마음을 곧게 먹은 후 혼자 살고있는 집안을 둘러보았다. 평소 갖고 싶어서, 필요 없어서 산 물건과 아무 생각 없이 산 물건을 한데 모아놓은 집안이 생각 이상으로 일제 천국이었다. 식기, 조리도구, 청소도구, 인테리어 소품은 물론 원예 도구까지 전부 일제가 섞여 있었다. 어쩌다 이렇게 일본산 제품들을 끌어모으고 살고 있었던 걸까. 이에 대한 고민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가장 큰 결론은, 내가 일제 마케팅에 휩싸여 살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1인가구로 살기 시작하면서 나만의 살림을 꾸려나가는 재미에 푹 빠져 살았던 내게 가장 많은 정보력을 준 원천은 바로 유투브였다. 평소 요리 유투브, 살림 유투브 영상들을 즐겨보던 중 다양한 일제 식기나 일제 도구들이 자연스럽게 눈에 띄기 시작했다. 여러 국내 유투버들은 본인이 보유한 일본 제품들을 과시하며 역시 일제다라는 뉘앙스로 그 디자인과 내구성을 아낌없이 칭찬했다. 뿐만 아니라 무수히 게시된 각종 일본 쇼핑 하울’(직접 구매한 물건을 설명하며 품평하는 것) 영상 역시 일제를 구매하도록 부추기기도 했다. 나는 유투브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이런저런 영상들을 본 후 나 역시 따라 샀던 일본 제품들을 보며 체감할 수 있었다. 전부 굳이 비싼 가격에 직구하거나 사올 정도는 아닌데, 그런 수고까지 들여가며 샀던 걸 보면 어지간히도 갖고 싶었나보다.

유니클로 전경
유니클로 전경

전국으로 뻗어나간 생활용품 브랜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스파 브랜드에서도 일제를 자주 마주칠 수 있었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일본 브랜드 무인양품이 국내 생활용품 트렌드를 선도했고, 최근 태생논란에 휩싸이자 한국기업이라 못 박았지만 여전히 일본 제품들이 뒤섞여 판매되고 있는 다이소가 대체불가 업계 1위로 군림했다. 유니클로는 에어리즘이나 히트텍과 같은 라인들이 한국인들의 기본템으로 자리잡으며 대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말 그대로 일제가 장악한 시장이었던 것이다.

1인가구인 나는 다이소나 무인양품을 밥먹듯이 드나들곤 했다. 이제 두 브랜드는 물론이고 일본 기업에 완전히 발길을 끊었다. 대신 눈을 돌렸더니, 기존에 이용해온 일본 브랜드들을 대체할 수 있는 국내 브랜드 제품들이 얼마든지 있었다. 지금까지 필요했던 물건들은 전부 국내산으로 구매했다. 아직까지는 직접 구매한 국내산제품들이 일제에 비해 뒤떨어지는 점을 딱히 찾아내지는 못했다.(개인적으로 오히려 디자인도 내구성도 국내 제품이 마음에 든다)

또한 불매운동에 동참하며 더욱 더 먹거리 성분이나 제조사를 따지게 되는 습관도 길들여졌다. 평소 즐겨먹던 음료나 디저트, 아이스크림 등에 일본산 원료가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얼마나 좌절했는지 모른다. 이제 어떤 먹거리리나 재료들을 사더라도 일본산 식품첨가물이 들어가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보고, 원산지 표기가 안되어 있는 제품은 두려워서라도 구매하지 않는다.

실제로 일본 불매운동을 해보니, 생각보다 굉장히 별 거 아니었다. 그저 안 사고, 안 먹고, 안 가면 되는 게 어려울리 없었다. 하지만 그 파급력은 크고 즉각적이어서 불매운동에 동참한 보람을 느끼게 해줬다. 이렇게 온국민이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며 두달 넘게 일본 불매운동을 끌고 왔다. 하지만 우리에겐 반일감정 프레임에 갇히지 않으려는 자세도 필요할 것이다. 이번 운동이 보다 성숙한 불매운동이 될 수 있도록, 증오심을 앞세우기 보다는 양국의 평화를 추구하는 마음으로 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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