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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진 1인 가구, 당신의 혀는 지금 괜찮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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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진 1인 가구, 당신의 혀는 지금 괜찮으십니까?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9.10.04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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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주현 기자)

요즘따라 회사 생활도 연애 생활도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J. 우울한 기분을 떨쳐내기 힘든 J씨의 유일한 낙은 바로 편의점 음식이다. 입 안에 넣자마자 녹아버리는 달콤한 크림 케이크, 매운 맛을 넘어 고통스러운 단계의 캡사이신 소스 라면은 J씨가 가장 좋아하는 편의점 종합 세트이다.

이 편의점 세트를 먹을 때면 혀에 닿는 강렬한 맛에만 집중할 수 있는 덕분에 잠시나마 우울한 일은 잊을 수 있다. 조미료 없이 직접 해먹는 건강한 집밥은 더 이상 J씨에게 아무 감흥을 주지 않는다.

마약과도 같은 강렬한 맛을 매일매일 느끼는 J씨의 혀는 이대로 괜찮은걸까?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혀를 걱정해야 하는 건 J씨 뿐만이 아니다. 각종 먹방이 하나의 트랜드가 되면서 사람들은 더욱 자극적인 음식에 열광한다.

언제부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운 맛의 음식으로 풀어야 하는 것이 하나의 공식이 되었고, 스트레스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매운 맛도 비례하여 세진다. 보통 매운 맛은 이제 명함도 못 내미는 세상. 매우면 매울수록 사람들은 환호한다.

얼굴이 시뻘개지고 위장이 아프더라도 우리는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여긴다. 아무리 매운 맛이 통각과 압각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고통스러울 정도의 매운 맛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가장 먼저 음식과 닿게 되는 부분이 혀이다. 이때 혀의 표면에 위치한 미뢰와 감각 신경을 통해 음식맛이 뇌로 전달된다.

그러면 뇌에서는 그 음식에 따른 맛을 머릿속에 입력하게 된다. 우리가 특정 음식이 먹고 싶은 것은 뇌에서 이렇게 저장해놓은 맛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이 신비롭고 섬세한 과정이 바로 미각 중독의 원인이 된다.

미각 장애(Dysgeusia)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앞서 설명한 미뢰와 신경, 뇌에 장애가 생겨 맛을 느낄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건강하고 잘 발달된 미각은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하여 먹어도 되는 영양소와 독을 구분해내는 필수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우리 혀가 자극적인 음식에만 노출이 되면 강렬한 자극이 뇌 신경세포에 전달된다. 그러면서 미각이 둔화되고 계속해서 더 강한 맛을 찾거나 아니면 그 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불필요한 음식을 섭취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또한 미각이 둔화되면 특정한 맛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단맛, 짠맛, 매운맛이 대표적인데 이는 건강에 직격타를 날리는 위험한 맛이다.

단 음식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체내의 혈당 수치가 급격하게 변화하여 폭식으로 이어진다. 이는 당뇨로 이어질 가능성도 매우 높다. 짠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고혈압, 심장병, 신장병의 원인이 되며 지나치게 매운 맛은 위장에 부담을 준다.

 

이미 미각 장애가 시작된 혀,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까?

첫 번째로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충분한 수분 섭취는 신체의 건강에도 두루두루 유익하지만, 입맛의 민감도를 유지하는 데도 필수적이다.

단 음식에 지나치게 탐닉하는 경향이 있다면 당 지수가 낮은 음식을 의식적으로 섭취하되 섬유질이 많은 채소를 식사 전에 먹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자.

나트륨 함유율이 높은 국물은 최소한으로 먹어야 하는 것은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이를 위해 숟가락 대신에 젓가락으로 식사를 하면 국물을 덜 먹게 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저염식 식단을 구성하여 둔해진 미각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처음에는 싱거운 음식이 맛 없다고 느껴지겠지만 미각이란 길들이기 나름이다. 건강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저염식 식단도 어느 기간 적응하면 괜찮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우리가 느끼는 맛과 기분은 모든 것이 진실은 아니다. 자극적인 맛을 통해 느끼는 행복감은 우리 신체를 병들게 하는 원인이다. 우리의 뇌가 그렇게 느끼도록 설정을 해놓은 것일뿐. 이 설정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건강한 육체에서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깃든다. 우리 몸을 회복시키고 행복한 기운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자극적인 매운 음식이 아닌 싱겁고 밍밍한 음식을 잊지 말도록 하자.

사진 제공 = 픽사베이

(시사캐스트, SISACAST=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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