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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도 그만” 소인가구 증가로 희미해지는 TV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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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도 그만” 소인가구 증가로 희미해지는 TV의 가치
  • 이유나 기자
  • 승인 2019.10.12 1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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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유나 기자)

1인가구 직장인 최유진씨(20대 후반, 가명)는 최근 보유하고 있던 TV를 중고장터에서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했다. 이사를 가기 전 더 이상 필요 없어진 물건을 정리하자고 결심했을 때 가장 먼저 TV가 머릿속에 떠올랐고, 즉각 이를 실행하여 대학시절부터 자취방 한켠에 놓여있던 TV를 떠나보냈다. 최씨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TV를 자주 봤지만, 언젠가부터 일주일에 한번도 TV를 켜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요즘에는 태블릿PC나 스마트폰으로 관심사나 좋아할만한 영상을 추천받아 감상하는 게 더 편리하고 재밌어졌기 때문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집에 TV가 없다고 하면 이상한 집안 취급을 받을 정도로 TV공화국이 따로 없었다. 아침뉴스를 트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됐고, 저녁에는 가족들이 거실에 모여 드라마를 시청하며 단란한 시간을 보냈다. 개그 프로그램을 본방사수하면서 끝나가는 주말밤의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학교에서나 직장에서나 구성원끼리 모이기만 하면 간밤의 TV 속 장면들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는 시절이었다. 하지만 1·2인의 소인가구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요즘, TVTV콘텐츠가 현대인들의 일상에서 아예 배제되는 것이 점점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어가고 있다. TV로 실시간 방송을 시청하는 것 보다는 내가 원하는 때, 원하는 장소에서 VOD를 결제해서 보거나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더 편의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양새로 자리잡았다. 집에 TV가 더 이상 없어도 그만인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몇 년 사이 TV를 소지하지 않은 집안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한국방송공사에 따르면 지난 5년 사이 TV수신료 관련 환불 민원건수가 140여만건에 달하고 있으며, 2년간 환불 건수는 무려 두 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텔레비전 방송을 수신하기 위해 수상기를 소지한 가구의 경우 2500원의 수신료를 납부해야 하지만, 수상기를 소지하지 않은 경우에는 수신료 납부 의무가 없어 이 같은 민원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각 세대별 TV 시청 시간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17년 연평균 하루 평균 TV 및 스마트폰 사용시간에 따르면 2013년에서 2017년 사이 연령대별 TV 시청시간은 70대 이상을 제외한 10~60대에서 모두 감소폭을 보였다. 10대의 경우 TV 시청시간이 2013120분에서 201797분으로, 20대는 2013163분에서 2017131분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TV의 영향력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대가족이 점점 줄고 1·2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가족 구성원을 한데 모아주던 TV의 역할이 희미해진 상황이 작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무엇보다도 2009년 스마트폰이 처음 보급된 것 또한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게 되면서 TV의 존재가치가 하락하게 된 것이다.

이 가운데 TV를 대체하는 영상 콘텐츠의 주축에는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OTT(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있다. OTT 서비스는 휴대하는 전자기기에 인터넷만 연결되면 쉽게 영상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하며, 사용자의 시청 기록에 따른 인공지능 추천서비스와 같은 유용한 기능들을 꾸준히 업데이트하며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여왔다. 특히 유튜브나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등의 미국 굴지의 OTT 기업은 매년 큰 금액을 콘텐츠에 투자해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기도 한다. 최근 문화수준이 높아지며 콘텐츠의 질을 중요시하는 현대인들이 해외 OTT 서비스에 몰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OTT 서비스의 이용자수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최근 리서치 전문업체 닐슨코리아클릭은 3대 외국계 OTT7월 순 이용자 수는 약 2998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5%(403만 명)나 늘어났다고 밝혔다. 특히 유튜브는 2632만 명으로 가장 많이 증가했고, 넷플릭스는 186만 명으로 1년 전보다 4.4배 급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OTT 서비스가 시장을 장악하자, 최근에는 TV 기기도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을 4K 고화질로 지원하는 스마트TV가 인기를 끄는 추세다.

원하는 방송이나 영화만 유료 결제하여 시청할 수 있는 VOD 서비스 역시 TV 방송국 시장의 하락과 다르게 큰 폭의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KT경제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 온라인 시장의 VOD 매출은 4천억원 이상 규모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VOD 서비스는 TV 방송과 달리 소장 구매 및 일정 기간 대여할 수 있으며, 여러번 다시보기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VOD는 정액제 상품, 방송별 상품 등으로 세부적으로 나뉘어 취향껏 고를 수 있으므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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