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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의 대만여행] 택시기사님의 GOD BLESS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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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의 대만여행] 택시기사님의 GOD BLESS YOU!
  • 이유나 기자
  • 승인 2019.10.13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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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유나 기자)

어떤 관광지를 가나 사람에 치일 수밖에 없는 대만 타이베이의 주말. 50대의 중년 여성을 모시고 가볼만한 곳의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애초에 사람이 너무 많아 지옥펀으로 불리는 명소 지우펀은 일찌감치 포기했고, 짧은 일정 안에 타이베이마저도 다 둘러보지 못할 게 뻔하여 멀리 가는 일정은 모조리 배제시켰다. 대신 우리 모녀는 숙소가 위치한 시먼딩을 비롯해 타이베이 메인역 부근에서 다채로운 23일을 보냈다.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풍경, 대만 사람들의 친절함만으로도 충만한 여행이었다.

대만에 왔으면 딤섬을 먹어야지

국내 관광객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딤섬 맛집으로는 딘타이펑팀호완이 있다. 둘 다 인기가 많은 맛집이지만 맛 취향에 따라 파가 갈린다. 여러 음식을 경험해보고 싶어 딤섬집은 한군데만 가기로 한 모녀는 팀호완으로 발길을 옮겼다. 딘타이펑은 한국에도 분점이 많아 이전에도 실컷 가봤지만, 대만에 있는 본점의 음식 퀄리티가 훨씬 뛰어나다고 하여 아쉬움이 따르기는 했다.

팀호완에서 먹은 음식들
팀호완에서 먹은 음식들

팀호완은 타이베이 메인역 바로 앞에 위치해 있었는데, 오후 1시가 넘어 도착하니 이미 몇팀이나 매장 앞 의자에 앉아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 외로 빨리 자리가 나서 금방 들어갈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딤섬, 볶음밥 등 가장 유명한 메뉴로만 꽤 많이 시켰는데도 음식은 차례차례 하나씩 뜸을 들여 나와 사람을 감질나게 만들었다. 음식은 전반적으로 맛있었지만, 특히 소보로 빵 안에 달달한 양념의 돼지고기를 채워넣은 바베큐번은 굉장히 특이하고 입맛을 돋우는 맛이었다. 이 바비큐번 때문에라도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한번 더 방문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시간이 모자라 그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다.

키키 레스토랑에서 먹은 음식들
키키 레스토랑에서 먹은 음식들

사천식 퓨전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키키 레스토랑은 여행 어플 Kkday를 통해 사전예약을 하고 찾아갔다. 우리 모녀는 푸싱치지엔 점으로 예약했는데, 시먼역에서 택시를 타니 160대만달러(한화 약 6100) 정도가 나왔다. 예약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한 키키 레스토랑은 수많은 대기 손님들로 입구가 소란스러웠다. 직원에게 예약 바우처를 보여주니 바로 자리로 안내해줬다. 우리와 비슷하게 도착한 비예약 손님은 한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예약을 한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키키 레스토랑의 음식은 전반적으로 특이했고 난생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 많아 특별한 경험이 됐다. 특히 겉을 살짝 튀긴 연두부에 간장 소스를 덧바른 달걀두부 튀김은 입안에 넣는 순간 뭐 이런 음식이 다 있나싶을 정도로 특이한 식감을 자랑했다.

단수이 풍경
단수이 라오제 거리 풍경

낭만 한 스푼, 단수이

여행 둘째날, 형편없는 호텔 조식을 먹고난 후 바로 대만 북부의 항구도시 단수이로 향했다. 단수이는 우리 모녀가 유일하게 타이베이를 벗어나 다녀온 관광지였다. 대만 인기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촬영지로 유명하고, 일몰이 아름다운 바다가 타이베이 8중 하나로 선정된 곳이란다. 여행 계획을 짜며 이곳은 우버를 타고 다녀오려 했으나, 생각보다 대만의 대중교통이 쾌적하고 편리하여 지하철을 타고 다녀왔다. 시먼딩에서 단수이까지 우버로는 왕복 45000~5만원 선이지만 지하철로는 고작 왕복 3900(1) 선이니 돈도 꽤 아꼈다.

단수이 홍마오청
단수이 홍마오청

아무래도 우리 모녀의 이번 여행에 운이 잇따랐던 것 같다. 우기에 방문한 대만의 날씨는 비 한방울 내린 적 없이 23일 내리 해가 쨍쨍했다. 완벽한 날씨와 더불어 클래식한 건물들과 푸른 바다, 드넓은 천공이 어우러진 단수이의 풍경은 기가 막혔다. 기다란 강변을 따라 산책길이 조성되어 다양한 먹거리와 기념품점이 즐비한 단수이 라오제 거리에서 쇼핑도 하고 길거리 음식도 먹으며 가장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다. 해안가에 자리한 리버뷰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은 뒤엔, 유럽식 건축이 인상적인 홍마오청과 진리 대학, 소백궁 등을 구경했다. 단수이 관광의 마지막은 페리 유람선을 탑승해 워런마터우 섬까지 다녀오는 걸로 마무리 짓고 싶었으나 한 시간은 대기해야 한다고 하여 포기하고 말았다. 시간이 여유로워 페리 위에서 단수이의 일몰을 바라볼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이만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관광이었다.

택시기사님의 GOD BLESS YOU!

대만여행을 하는 내내 이곳저곳 돌아다니느라 택시를 참 많이도 탔다. 현지 택시기사들과의 의사소통에는 딱히 문제가 없었다. 기본적이나마 영어를 하는 분들도 있었고, 여행 어플 트리플의 현지에서 길묻기기능을 틀어 번역된 화면을 보여주니 대부분 알아서 목적지까지 바래다줬다. 우리에게 코리안?’이라고 먼저 묻고는 친근하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분도 여럿이었다. 대만의 택시기사들은 한명도 빠짐없이 전부 친절했고, 한국에서 택시를 탈 때마다 종종 일어났던 불쾌한 상황이 단 한번도 생기지 않았다. 신기한 일이었다.

대만 타이베이의 한 풍경
대만 타이베이의 한 풍경

키키 레스토랑에서 배부르게 식사를 한 뒤 시먼딩으로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탔을 때였다. 우리 모녀가 서로 한국말을 쓰자, 듣고 있던 기사님이 웰컴 투 타이완이라며 친절하게 인사를 건넸다. 나는 서툰 중국어로 짤막하게 고맙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기사님은 내가 중국어를 쓰는 게 신기했는지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리며 박수를 쳤다. 그 기사님은 시먼딩에 도착해서 내리기 전에 갓 블레스 유라며 우리 모녀에게 축복을 전하기도 했다. 나는 애석하게도 아는 중국어가 거의 없어, 그저 활짝 웃으며 쎼쎼만 반복하다 내릴 뿐이었다.

나는 그날밤 숙소로 돌아와, 지난날 아름답고 서구적인 유럽을 여행하다가도 동양인만 노린다는 소매치기, 인종차별과 삭막한 분위기를 몸소 겪어 인류애가 말살되던 과거를 기억해냈다. 반면 대만은 길을 헤매는 한국인 관광객에게 먼저 친절을 베풀고, 자신의 나라를 방문한 우리에게 고마움과 축복을 건네는 아름다운 시민들로 가득한 나라였다. 맛있는 음식, 이국적인 풍경, 알찬 서비스, 그리고 기분 좋은 날씨만으로도 완벽한 여행이 될 수 있지만, 예상치 못한 타인의 친절함이 우리의 여행을 더 행복하게 충족시켜주었다. 그날 만난 택시기사님의 따스한 갓 블레스 유만으로도 대만은 꼭 다시 한번 오고 싶은 나라로 마음속에 아로새겨졌다.

사진=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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