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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리포트] 사회성 낮은 반려견을 애견 유치원에 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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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리포트] 사회성 낮은 반려견을 애견 유치원에 보내기 시작했다
  • 이유나 기자
  • 승인 2019.10.13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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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유나 기자)

견권이 높아지면서 반려견을 위한 제도나 혜택들이 점차 생겨나고 있는 요즘, 인터넷에서 개 키우는게 벼슬이냐?!’는 댓글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하지만 개를 직접 키우고 있는 견주로서 개 키우는 게 벼슬이라기 보단 오히려 죄인 같을 때가 종종 있다. 우리집 반려견인 푸들이 시도 때도 없이 짖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산책을 시킬 때 누가 곁을 지나가기라도 하면 왕왕! 짖고, 집에 손님이 와도 왕왕! 밤에 잠자다가도 다른 방에서 누가 인기척을 내면 왕왕왕! 짖어댄다. 다른 강아지들을 길거리에서 만나도 왕왕! 짖다가 공격적으로 돌변해 달려들기 일쑤다.

푸들과 말티즈, 두 마리의 반려견과는 아파트에서 함께 살고 있다. 집안 창문을 활짝 열어놓기라도 하면 반려견이 짖어서 이웃집에 피해가 갈까봐 365일 창문을 닫고 산다. 산책을 할 때에도 최대한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해 다니고, 누가 귀엽다며 다가오려는 듯 보이면 부리나케 도망간다. 순전히 두마리의 반려견이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짖어대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사람과 강아지 모두를 피하는 생활을 3년 넘게 이어온 것이다.

애견유치원에서 자기들끼리만 뭉쳐다니는 기자의 반려견들
애견유치원에서 자기들끼리만 뭉쳐다니는 기자의 반려견들

그러던 며칠 전,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애견 유치원에 반려견들을 데려가보았다. 그곳은 애견 유치원과 애견 카페를 겸하고 있는 곳이어서 하루에도 동네 강아지들 수십마리가 모여드는 핫플레이스였다. 마음 아프게도, 우리 말티즈와 푸들은 유치원에 있던 다른 강아지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자신들을 구해달라는 듯이 목 빠져라 기자만 쳐다볼 뿐이었다. 내가 나가는 걸 주저하자, 유치원 측에서는 인사 없이 가는 게 강아지들에게 좋다며 내 등을 떠밀었다.

약속된 두시간 후 반려견들을 데리러갔다. 여전히 위축된 상태로 한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던 반려견들은 기자를 발견하자마자 방방 뛰며 쫓아왔다. 극적인 상봉이었으나, 기자가 유치원을 나선 뒤에는 저들끼리만 뭉쳐다니면서 다른 강아지들과의 접촉을 피했다는 말을 듣고 급속도로 우울해졌다. 유치원의 원장 선생님은 우리집 반려견들에 대해 극심한 분리불안같다며 결여된 사회성을 지적했다. 자신들을 사람과 동등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곁에 다가오는 강아지들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기자와 가족들이 반려견들을 잘못 키웠다는 얘기였다.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에서 가정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야!”라며 부모를 나무라는 장면을 보면 그저 심드렁하기만 했는데, 그 비슷한 말을 직접 들어보니 충격스럽기 그지없었다. 물론 그동안에도 가족들이 너무 과보호하고, 다른 강아지들과 어울릴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은 평소에도 해왔지만 타인을 통해 잘못 키웠다는 말을 듣는 것은 무척이나 죄스러웠다. 사회성을 길러주고 훈련을 시키기보다는 집안에 끼고 돌며 마냥 예뻐하고 귀여워해주기만 한 게 오히려 독이 되었다니, 강아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서 눈물이 글썽여질 정도였다.

 

앞서 설명했듯이 우리 강아지들에게서 확연하게 보이는 두가지의 문제는 낮은 사회성, 그리고 그로 인한 분리불안 증세다. 분리불안이란 보호자가 보이지 않을 때 반려동물의 심리상태가 불안정해지는 증세를 뜻한다. 제대로 훈련받지 못해 사회성이 낮은 강아지에게서 많이 보이며, 그 증상으로는 과도한 짖음, 물건 훼손, 배변 실수, 가구 밑에 숨기, 흐느끼기, 식분 증상, 공격성, 무기력한 행동 등이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집 반려견들에게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던 증상들이었다. 가족들이 잠깐만 집을 비워도 그 사이에 변을 먹거나, 집이 난장판이 되어있는 상황이 자주 일어나 가족들에게도 곤욕이었다.

최근 기자와 가족들은 더 늦기 전에 강아지들의 사회성을 길러주고 분리불안 증상이 완화될 수 있도록 애견 유치원에 보내기 시작했다. 두 마리를 한꺼번에 보내면 자기들끼리만 붙어다니기 때문에 하루에 한 마리씩 보내고 있다. 낯선 강아지들끼리 한데 모여있어 처음에는 무서울 수 있으나, 서로를 졸졸 따라다니며 냄새를 맡고 놀이 활동을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점차 사회성이 길러질 수 있다고 하니 좋은 효과가 나타나길 바랄 뿐이다.

이 외에도 분리불안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방송이나 관련 서적 등을 통해 많이 소개되어 왔다. 출근 전에 반려견의 아침산책을 시켜주거나, 장난감을 갖고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반려견에게 과도한 관심을 주지 않는 것, 그리고 견주와 반려견이 같은 침대에서 취침하지 않는 것 등이 있다. 다른 방안은 따르는데 무리가 없었으나, 밤에 강아지들을 떼어놓고 자는 건 견주에게나 반려견에게나 무척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하지만 기특하게도, 강아지들은 이젠 제법 저들끼리 따로 잘 자는 편이다. 처음에는 자신들을 데려가라며 방문을 긁어댔으나 점점 횟수가 줄더니 이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기자와 가족들의 무지로 반려견들을 버릇없이 3년 넘게 키워왔으니, 이미 고착화된 분리불안증세가 쉽게 개선되지 않을 거라고는 예상한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그동안의 잘못됐던 생활습관을 다잡는 노력을 기울여보려 한다. 강아지의 사회성은 저절로 길러지지 않으므로 견주들의 올바른 애정과 훈련이 필요하다.

사진=픽사베이,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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