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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삶 엿보기] 혼자 사는 삶, 자유와 외로움 사이에서 만들어가는 현재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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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삶 엿보기] 혼자 사는 삶, 자유와 외로움 사이에서 만들어가는 현재와 미래
  • 이현이 기자
  • 승인 2019.10.18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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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이 기자)

혼자 산다는 건 엄청난 자유와 지독한 외로움이 한데 뒤섞여 좋은건지 나쁜건지 하는 구분도 쉽지 않다. 하루종일 뒹굴 수 있는 자유와 그 뒤에 찾아오는 공허함에서 어느 쪽이 크게 다가오는지는 각자가 다를 것. 싱글라이프를 살고 있는 이들을 만나 그들의 삶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얘기를 나눈 이들은 기자를 포함해 3명, 37세 신다빈씨와 39세 고은영 씨다. 다빈씨는 치과에서 상담실장직을 맡고 있고, 은영씨는 필라테스 강사로 일하고 있다.

기자: 혼자 산다는 것, 어떤가요?
신다빈: 좋지요(웃음). 참 좋은 거 같아요. 30살이 되던 해 독립을 했으니 7년가량 혼라이프를 즐기고 있는데, 처음에는 혼자라 무섭기도 하고 우울감도 느껴졌었거든요. 근데 어느 순간 혼자라는 게 이렇게 편할 수가 없어요.

고은영: 저도 마찬가지에요. 제가 꾸민 집에서 저만의 컨셉을 가지고 산다는 건 굉장히 흥미롭고 재밌는 일 같아요. 저는 독립한지 10년이 넘었는데, 이제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게 어색할 것 같아요.

기자: 그래도 힘든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

고은영: 저 같은 경우는 필라테스 강사로 일하기 때문에 체력 보충과 다이어트 식단이 항상 필요해요. 회원님들에게 귀감이 되어야하기 때문이죠. 혼자 살면서 가장 큰 불편함은 식사준비를 대신 해줄 사람이 없다는 거에요. 그래도 그동안 요리 실력이 처음보다 많이 늘긴 했지만, 정말 간단한 거 외엔 아직도 어렵거든요. 그래서 샐러드 도시락을 주문해서 먹기도 하고, 간단하게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식품을 구입해서 챙겨먹기도 해요. 저는 이렇게 식사 해결이 가장 고됩니다.

신다빈: 저도 마찬가지에요. 식사 챙기는게 가장 불편하고 힘들죠. 보통 배달음식을 많이 먹는데, 이것도 질려서 간혹 요리를 하기 위해 장을 봐오지만 나중에 보면 냉장고 안에서 재료들이 상해가는 것을 볼 때, 이것을 또 치워야 하기 때문에 좌절이 오기도 해요. 그런 번거로움 때문에 요리하는 횟수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고은영: 저도 크게 마음먹고 장을 봐오지만, 냉장고에서 방치되다가 나중에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는 경우가 간혹 있다보니 최대한 장을 안보려고 해요.

기자: 요즘 혼자사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데, 그런 뉴스를 접하다보면 많은 두려울것 같아요.

고은영: 저는 큰 사건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누군가 쫓아와 현관문을 두드린적이 있어요. 바로 경찰서에 신고했고 한동안은 귀갓길이 무서웠지만,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도 없으니 늦은시간에 다니지 않은 것 외엔 제가 할 수 있는게 없더라고요. 혹시 몰라 항상 휴대폰을 손에 쥐고 다닌 기억이 있어요. 최근에 안 좋은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걸 보고, 집앞에 CCTV를 달았는데 그 덕분에 살짝 안심은 되더군요.

신다빈: 혼자사는 여성을 상대로 하는 그런 나쁜 범죄가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 가방에 호신용 스프레이와 호루라기를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데, 다행히 아직까지 써본 일은 없어요. 앞으로도 사용할 일이 없긴 바랄 뿐이죠.

기자: 부모님의 결혼에 대한 압박은 없나요?

고은영: 저는 이미 비혼 선언을 했고, 부모님도 결혼에 대한 큰 압박은 없어요. 다만 범죄 뉴스가 한창일 때면 부모님의 잔소리를 듣게 된답니다. 잔소리 듣기 싫어서라도 혼자사는 여성을 상대로 하는 범죄가 더 이상은 일어나지 않길 바랄뿐이에요.

신다빈: 저희는 저보다 3살 많은 언니도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서 부모님의 압박이 좀 있긴 해요. 부모님이 자식자랑, 손자자랑하는 친구분들을 만나는 날엔 더욱 그렇더라고요. 부모님이 친구분들을 안만나셨으면 좋겠어요.(웃음)

기자: 은영씨는 비혼을 선언했다고 했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고은영: 가장 큰 이유는 지금 제 삶에 만족스럽다는 거에요. 거기에 결혼하면 제가 짊어져야 할 책임감이 제겐 너무 크게 다가와 부담스러운 마음이 커서 비혼을 결심하고 선언하게 됐어요. 주위 친구들을 보면 결혼할 땐 행복해 보이지만, 결혼 후 아이 양육과 남편이나 시댁과의 갈등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들도 제게 ‘절대 결혼하지 말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신다빈: 저는 비혼주의자는 아니에요. 살다가 좋은 사람 만나면 결혼을 할 수도 있고, 만나지 못하면 이렇게 혼자 살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해요.

기자: 본인들이 바라보는 결혼이란?

신다빈: 저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딱 그정도에요. 꼭 해야 할 필요도 없고, 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어요. ‘결혼 적령기’라는 테두리 안에 맞춰 결혼한다는 것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인생’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현재 만나는 사람이 없어서 더욱 결혼에 대해선 ‘남의 일’로 생각하고 있어요.

고은영: 저는 결혼하면 그때부터 진짜 고생길로 접어든다고 생각해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도 그 행복함이 오래 지속되기란 힘든 거 같아요. 서로 달라 싸우기도 하고, 시댁과 친정이라는 무거운 짐과 함께 배우자와 자식까지 내 인생을 옥죄는게 결혼아닐까 생각해요. 너무 비관적인 것 같지만, 이게 현실아닐까요?

기자: 지금은 젊어서 괜찮지만, 나중에 나이가 들어 몸이 아프거나 만날 친구가 없거나 할 땐 혼자인 삶이 외롭지 않을까요?

고은영: 어차피 인생은 혼자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와 같이 있으면서 외로운 것보다 혼자있어서 외로운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내가 노인이 됐을 때는 사회적으로 복지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을거라고 기대해요.

신다빈: 저는 지금 싱글라이프에 너무 만족하지만, 노년기를 생각하면 조금 두려움이 생기긴 해요. 치과 손님 중,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란히 손잡고 오시는 분이 계시는데, 참 보기에도 좋고 서로 의지하며 사시는 모습이 귀감이 되더라고요.

경제적인 부분은 제가 젊어서 열심히 모으면 문제없을 것 같은데, 노년기의 혼자인 외로움을 생각하면 늦게라도 결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중요한 건 결혼에 대한 큰 부담은 없다는거에요.


이처럼 다빈씨와 은영씨는 여유롭고 자유롭고 만즉스러운 혼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1인 가구로서의 불편함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도 있지만, 그들이 사는 지금과 그들이 맞이할 미래는 모두 그들이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내 삶에 대한 책임, 그것은 혼라이프를 사는 이들이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부분일 것이다. 자유와 외로움 속에서 어떤 것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을지는, 삶에 대한 책임감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부디, 외로움보다 자유를 더 크게 느끼는 혼삶러들이 많길 바란다.

[사진=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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