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거북이의 눈물을 본 후 ‘스테인레스 빨대’를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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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거북이의 눈물을 본 후 ‘스테인레스 빨대’를 구매했다
  • 이유나 기자
  • 승인 2019.10.20 2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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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유나 기자

우리는 무심결에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쉽게 버린다. 그렇게 버려진 쓰레기들은 소멸되지 않고 바다속의 미세 플라스틱으로 돌아와 우리의 건강과 삶의 터전을 위협한다.

가속화되고 있는 환경 파괴를 늦추기 위해 불필요한 플라스틱과 쓰레기를 줄여나가는 제로 웨이스트’(Zero-waste)가 범지구적인 운동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전세계적인 동영상 플랫폼 유투브에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영상들이 수시로 업로드 되는 것은 물론, 각종 SNS에서도 #zerowaste 해시태그가 달려 끝없이 전파되고 있다.

최근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기자에게 계기가 되어준 건 바로 분리수거였다. 매주 주말, 일주일동안 모아놓은 일회용품을 갖다 버릴 때마다 혼자 사는데도 이토록 많은 일회용품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내심 놀라웠다. 그렇게 분리수거장에 일회용품을 가져가면 또 문제였다. 이집 저집에서 배출해 태산처럼 쌓인 쓰레기들을 보며 이 모든 게 종내엔 다 어디로 가는 걸까 걱정이 밀려오기도 했다.

기자가 가장 많이 사용해온 일회용 플라스틱은 단연 빨대였다. 커피와 탄산음료를 자주 마시는 기자에게 빨대는 없어선 안되는 생필품이었다. 재활용할 필요없이 한번 쓰고 버려도 인근 편의점에서 공짜로 쉽게 가져다 쓸 수 있으니 하루에 두세개씩 사용하는 건 기본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콧속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혀 고통스러워하는 바다거북이에 대한 영상을 보게 됐다. 코에 꽂힌 빨대를 뽑아주자 바다거북이의 코에서 엄청난 양의 코피가 쏟아졌다. 해당 영상을 본 후 충격을 금치 못했던 기자는 사용하고나서 따로 모아놓은 플라스틱 빨대들이 뭉텅이를 이루고 있는 걸 보며 불쾌한 환멸을 느꼈다. 마치 스스로가 앞장서 환경파괴에 일조하고 있는 것 같았고, 나 자신이 그 바다거북이를 해친 원흉이라는 생각이 가시질 않았다.

친환경 스테인레스 빨대를 샀습니다

세척하는 건 귀찮아도 만족도 100%

최근 참회하는 마음으로 연남동의 한 제로웨이스트 카페에서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빨대를 2000원에 구매했다. 더 이상 플라스틱 빨대는 사용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동반하면서. 친환경 빨대는 가장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 운동의 일환이다. 보통 반영구적인 용도로는 실리콘 빨대와 스테인레스 빨대를 많이 사용하는데, 고무 냄새에 취약한 기자는 혹시나 하여 스테인레스 빨대를 구입했다. 구입 첫날 연마제를 묻혀 빨대를 열심히 닦은 후 2주동안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일체 끊고 스테인레스 빨대만을 사용했다.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생활에 무수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만 같았다.

스테인레스 빨대는 특유의 시원한 촉감이 기분 좋은 감각을 선사한다. 특히 얼음이 가득 든 아이스 음료를 마실 때 냉기가 입술 닿는 부분까지 타고 올라오면서 진가를 발휘한다. 빨대가 단단하기 때문에 음료를 빨아들일 때의 느낌도 사뭇 다르다. 뿐만 아니라 스테인레스 빨대를 사용하고부터 빨대 입구를 잘근잘근 깨무는 보기 흉한 습관도 고칠 수 있어 다행이었다.

한번 사용하고나면 바로바로 닦아줘야 해서 귀찮은 건 어쩔 수 없지만, 습관을 들이다보니 귀찮음도 점점 덜해져간다. 세척은 물로 하되, 전용 세척솔(1000)을 사용해 꼼꼼히 닦아준다. 빨대 입구가 좁기 때문에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말려주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보기 좋다” vs “유난이다

스테인레스 빨대를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

스테인레스 빨대는 집에서 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항상 휴대하며 사용한다. 카페 매장에서든, 커피 테이크아웃을 하든 일회용 빨대는 받아 쓰지 않았다. 흥미로운 건 내 행동에 대한 주변 반응이 매우 제각각이라는 점이었다. 누군가는 보기 좋다” “나도 하나 구입해봐야겠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굳이 밖에서까지 그걸 써야하냐” “유난이다” “너 하나 그거 쓴다고 환경이 나아지질 않는다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그렇게 말하고 있는 본인이 당장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고 있어서인 것 같았다.

이에 공교롭게도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가 떠올랐다. 최근 UN총회에서 기후변화 대비를 촉구하는 연설을 한 툰베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정상급 정재계 인사와 방송인으로부터 조롱을 받았다. 툰베리의 어린 나이에 대한 불신과 다소 격정적인 언사에 대한 조롱이 대다수였는데, 이 사건은 환경을 아끼고자 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권력자들과 사회의 태도가 냉담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케 했다.

스테인레스 빨대를 사용한다는 것만으로도 핀잔을 받고, 환경보호에 나설 것을 호소한 어린 소녀에게도 가혹한 비판을 가하는 세상에 과연 변화가 찾아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소신껏 계속 쓰레기를 줄여나가며,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를 더욱 배워나가고 싶다. 바다거북이가 좀 더 깨끗하고, 푸르른 바다에서 헤엄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사진=언스플래쉬, 픽사베이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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