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주 기자)
고등학교 시절 대학만 가면 모든 것이 술술 풀릴 것 같았다. 고단한 수험생 생활을 마친 끝에 대학에 입학했지만, 나는 '취업'이라는 더 큰 벽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단순히 직업명을 보고 직업에 대한 환상을 갖기 마련이다. 필자의 경우, 대학시절 아나운서를 간절히 꿈꿨다. 단순히 TV 속 아나운서의 멋지고 화려한 모습을 보고. 하지만 진로를 설정한 후, 조금씩 그 세계를 접하게 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직업명의 화려함과 이질적인 업무 환경, 상상했던 것과는 많이 다름을 몸소 실감했다.
진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사람들에게, 형형색색 다양한 포장지로 감싸진 '직업'들을 직접 뜯어 정확한 내용물을 보여주고자 한다. 포장지 안의 실체가 포장지 느낌과 같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체를 알고 접근한다면, 진로 설정에 있어 더욱 신중한 선택을 하고 확신을 갖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몸이 열개라도 부족한 커리어우먼, 임희원 직업능력평가사와의 즉문즉답]
(직무별로 자세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우선, 최저임금적용제외 평가를 말씀드릴게요. 최저임금법 제7조에 의해 장애인근로자의 고용유지와 안정을 목적으로 최저임금의 적용이 제외될 수 있는데요, 최저임금 적용이 되지 않더라도 더 많은 장애인근로자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죠.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은 사업체에서만 최저임금 적용이 제외될 수 있는데, 그 인가여부를 평가해 소견서를 작성, 제출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교육부연계사업인 진로설계컨설팅은 장애를 가진 고등학생들, 특히 졸업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대상이 됩니다. 직접 학교를 찾아가서 학생들의 능력(신체·심리·작업·지능 등) 수준을 평가해 알맞은 직무를 찾아주는 일입니다. 학생 한 명 한 명마다 가지고 있는 재능이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파악해 어떤 직무에서 최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를 모색해나갑니다. 취업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정보도 제공해주고요.
근로지원인 평가는 '근로지원인 제도'와 관련된 건데요, 장애인 근로자가 일을 할 때 힘든 부분을 보조해주는 근로지원인이 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어느정도의 시간동안 근로지원인의 도움이 필요한지를 평가해 결정해주는 일입니다.
표준사업장직무분석은 표준사업장에 가서 장애인 근로자를 위한 직무 분석을 해주는 업무입니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있는데요. 이것이 충족이 되지 않으면 기업에서는 고용부담금을 부과하게 되죠. 그래서 몇몇 기업에서는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만들어서 장애인을 고용하곤 합니다. 이렇게 장애인 근로자가 일하는 표준사업장에 가서 근로자들이 주어진 업무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제가 하는 일입니다.
저는 이 변화 과정을 지켜보면서 '고용이 곧 복지'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실습 기억이 오랫동안 머리를 떠나지 않더라고요. 그 기억이 제 진로 설정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친 듯 합니다. 제가 하는 일들이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하게 되죠.
Q. 직업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하지만 그만큼 제가 하는 일에 대한 보람도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업무를 처리함으로써 장애인 근로자들이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되고, 장애를 가진 고3 학생들이 좀 더 좋은 조건으로 고용되어 자신이 가진 역량을 발휘하게 됩니다. 제 평가가 임금 수준에 영향을 미치고, 고3 학생들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점에 굉장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때로는 이 점이 부담으로 다가올 때도 있지만, 일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 뿌듯함도 큰 편입니다.
물론 타고난 역량은 단순히 밑바탕일 뿐이고, 그 위에 어떤 그림을 완성하느냐는 개인의 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추가적으로, 현재 업무환경에서 더 나아졌으면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지금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장애인 1명의 인생을 결정하는 일인데 하루를 온전히 투자해도 모자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인력이 부족해 평가사 1명당 하루에 5명 정도의 인원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더 오랜 시간을 두고 평가를 해야 하는데 여건이 그렇지 못하다보니 늘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인력보충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임희원 씨와의 긴 인터뷰를 마치며...
고용장벽에 가로막힌 이들에게, 벽을 함께 허물어주는 조력자가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