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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Gig) 이코노미, 다재다능 하루살이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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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Gig) 이코노미, 다재다능 하루살이가 뜬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9.10.30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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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노동시장을 엿보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긱(GIg) 이코노미', 샅샅이 들여다 본 명(明)과 암(暗)

(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주 기자)

신(新)노동트렌드로 떠오르는 '긱(Gig) 이코노미'.
 
'긱 이코노미'는 비정규 프리랜서 근로 형태가 확산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필요에 따라 임시직을 뽑아 업무를 분담하는 고용형태인 셈이다.
 
긱 이코노미는 현재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고, 특히 미국 근로자의 약 35%가 '긱 워커(Gig Worker)'에 속하고 있다.
 

워라밸 문화의 확산과 '평생직장'을 선호했던 과거세대와 달리 집단에 소속되기를 꺼려하는 2030세대들의 성향, 그리고 다양한 플랫폼의 등장 등이 긱 이코노미 현상의 원인이 된다. 

음식배달, 차량운전 등 기본적인 생활서비스를 시작으로, 근래 들어서는 법률 상담, 프로그램 개발, 웹분석, 주택 인테리어, 반려동물 돌보기 등 기존 전문서비스에, 계속해서 새로운 업종이 더해지며 긱 이코노미의 영역은 점차 넓어지고 있다.
 
과거 긱 이코노미의 중심은 프리랜서, 1인 자영업자에 한정됐지만, 최근 온디맨드(On-Demand: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각종 물품 및 서비스가 모바일을 통해 즉각 제공되는 주문형 서비스) 경제가 확산됨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 업체와 단기 계약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가 긱 이코노미를 형성해가고 있다.

긱 이코노미 현상을 반영한 플랫폼 '숨고(Soomgo)'.
 

숨고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과 일을 도와줄 고수를 연결해주는 앱으로, 디자인/개발·음악·외국어·스포츠·인테리어·공연/행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즉각적인 고용이 이뤄진다.

실제로 플랫폼을 통해 이사/입주 청소, 페인트시공, 필라테스, 골프레슨 등 각종 생활·전문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많다. 서비스 제공 인력을 즉각적으로 모집할 수 있고, 리뷰를 통해 서비스의 질을 미리 가늠할 수 있어 이용 후 만족도가 대체적으로 높은 편이다.

긱 이코노미라는 개념이 노동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각되며 노동시장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두고 두 가지 견해가 상충하는데,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해 실업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밝은 측면이 부각되는 한편, 임시직의 증가로 고용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단기 고용 형태가 늘어나면 기업 측면에서는 필요한 시간만큼 노동력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고용할 수 있으며, 기업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고용이 이뤄질 수 있다. 또한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는 효율적이면서도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으며 집단 소속에 따른 스트레스, 무기력한 삶과 멀어질 수 있다. 이 밖에 단기 고용으로 본업과 부업을 병행하며 소득을 늘리는 경우도 있다.
 
반면, 긱 이코노미가 사회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단기 고용의 가장 큰 단점은 불안정한 고용 형태다. 소득이 안정적이지 않고, 최저임금, 4대보험, 복리후생 등 정규직이 누리는 기본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며, 승진이나 이에 따른 임금인상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이 일에 대한 목표의식을 잃게 하고, 개인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즉, 긱 이코노미가 일자리의 양을 늘리지만, 일자리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긱 이코노미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적 제도가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 긱 이코노미 노동자들은 업무를 맡는 과정에서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므로 노동법상 노동자로 규정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업무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될 수도 있다.
 

반대로 고용주 입장에서 겪게 되는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노동력이 실시간으로 거래되는 긱 이코노미 특성상,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인적사항과 경력사항만 확인이 가능할 뿐 노동자의 인품이나 업무적합성을 판별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문제가 발생할 때 고용주가 짊어져야 하는 무게도 상당하다. 

최근 SNS를 통해 알려져 언론으로 보도된 일명 '배달거지' 사건. 배달업체에서 고용한 배달원이 중간에 음식을 빼먹어 소비자들의 항의가 잇따른 사건이다. 또한 차량공유서비스에서도 기사의 욕설, 성희롱 논란이 불거져 소비자들의 원성이 커진 바 있다. 이같은 사례가 늘어날수록 고용주들은 기업 이미지 손상 등 각종 피해를 짊어지게 되고, 이는 긱 이코노미 노동자들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열정을 가진 다수의 긱 이코노미 노동자들까지도 영향을 받게 되는 악순환으로 흘러가게 된다.
 
긱 이코노미 시대의 막이 오르며, 우려하는 시선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워라밸과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사회풍조 속에 긱 이코노미는 노동시장의 한 흐름으로서 정착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긱 이코노미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테두리 마련과 함께, 고용주들이 신뢰하고 업무를 분담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숨고(Soomgo)/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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