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주 기자)
필자가 방문한 시간은 평일 저녁 7시 무렵, 이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헌책방의 문을 두드린다. 헌책이 즐비한 공간을 상상하며 자연스레 연상된 허름한 공간, 하지만 실제로 본 헌책방은 고풍스러우면서도 굉장히 세련된 느낌이었다.
'서울책보고'는 서울시가 유휴공간인 대형창고를 활용해 만든 초대형 헌책방이다. 보물창고같은 비밀스러운 분위기의 넓은 공간을 파고들면, 17만권의 도서가 책장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입구를 중심으로 오른쪽과 왼쪽 공간을 구분해 보면, 오른쪽 공간에는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테이블과,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이 이뤄지는 무대시설이 마련돼 있다. 또 벽을 가득 메운 책장에 시대별로 책을 구분하고, '여성작가전', '독립출판물'과 같이 큰 카테고리를 정해 관련 도서들을 정리해놓는 등 도서들을 알아보기 쉽게 배치해 놓았다.
왼쪽 공간 역시 수많은 책장이 줄줄이 놓여 있고, 동네서점(헌책방)별로 책이 정리돼 있다. 입구 쪽에 놓인 책방 배치도를 보고, 원하는 책방의 책들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비밀의 숲'
'헌 책을 돈 주고 산다고?'
오랫동안 알고지낸 관계에 온기가 맴돌듯, 오래된 책에도 온기가 느껴진다. 책장에서 책을 빼들고 표지와 내용물을 살펴봤다.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았구나를 느끼며, 이 책을 어떤 사람들이 읽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어떤 독자에게는 이 책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물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며, 책의 가치를 다시금 측정하게 된다. 헌책방의 책들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 의해 가치를 더해가고 있다.
한편, 서울책보고에서는 헌 책의 가치 제고와 헌책방 보존을 목적으로 헌 책 열람 및 판매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고서·희귀본·절판본 등 소규모 헌책방에서 찾기 힘든 책들을 비롯해 명사들의 책, 개성있는 독립출판물도 만나볼 수 있다.
이 밖에 기증자의 강연, 북토크, 북마켓 등을 통한 재능·지식 나눔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마련된다.
일례로, 매월 첫번째 토요일에는 서울책보고 무대에서 <책보고 경매하고> 행사가 열린다. 이 시간에는 고서, 희귀도서를 포함해 방 한켠에 잠들어 있는 책들을 경매 형식으로 사고 파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책의 새로운 순환구조를 새롭게 구축해나가고자 하는 취지로, 서울책보고 이용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뭇사람들은 종이책의 멸종 위기를 예상했다. 종이책이 줄어들며 자연스레 전국 서점들도 문을 닫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중고책 시장은 시대를 역행한다. 오래될수록 가치가 올라가고, 사람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소장욕구를 자극한다. 단순히 책의 내용을 떠나, 그 책과 연관된 추억들을 되새기게 하는 소장품이 되는 것이다.
헌책 열풍 속 동네헌책방은 활기를 띤다. 지역 곳곳에 생각보다 많은 헌책방이 운영되고 있다. 주말을 앞두고 무엇을 할지, 어디를 갈지 고민하고 있다면, 향수를 자극하는 종이내음으로 가득한 동네 헌책방을 찾아가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