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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을 소개합니다] 레트로 감성이 살아 숨쉬는 헌책방, 서울책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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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을 소개합니다] 레트로 감성이 살아 숨쉬는 헌책방, 서울책보고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9.11.08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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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주 기자)

요즘 레트로(RETRO,복고)가 하나의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시대를 거슬러 레트로 감성과 추억의 향수를 되새김질하는 사람들이 늘고있다.
 
새로운 것보다 옛 것에 묘한 끌림을 느끼는 사람들은 레트로 감성이 녹아든 공간을 찾아나선다. 
 
그렇게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 곳은, 레트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서울 헌책방 '서울책보고'.
2호선 잠실새내역에서 내려 1번 출구로 나오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전지적필자시점 : 손때 묻은 책을 만지며]
 

필자가 방문한 시간은 평일 저녁 7시 무렵, 이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헌책방의 문을 두드린다. 헌책이 즐비한 공간을 상상하며 자연스레 연상된 허름한 공간, 하지만 실제로 본 헌책방은 고풍스러우면서도 굉장히 세련된 느낌이었다. 

'서울책보고'는 서울시가 유휴공간인 대형창고를 활용해 만든 초대형 헌책방이다. 보물창고같은 비밀스러운 분위기의 넓은 공간을 파고들면, 17만권의 도서가 책장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입구를 중심으로 오른쪽과 왼쪽 공간을 구분해 보면, 오른쪽 공간에는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테이블과,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이 이뤄지는 무대시설이 마련돼 있다. 또 벽을 가득 메운 책장에 시대별로 책을 구분하고, '여성작가전', '독립출판물'과 같이 큰 카테고리를 정해 관련 도서들을 정리해놓는 등 도서들을 알아보기 쉽게 배치해 놓았다.

왼쪽 공간 역시 수많은 책장이 줄줄이 놓여 있고, 동네서점(헌책방)별로 책이 정리돼 있다. 입구 쪽에 놓인 책방 배치도를 보고, 원하는 책방의 책들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비밀의 숲'

이 곳을 둘러본 필자의 느낌이다. 비밀의 숲은 손때 묻은 보물들로 가득하다. 어떤 보물이 이 곳에 숨어 있을 지 알 수 없고, 보물을 찾아 숲을 헤매는 사람들의 표정은 기대와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마음에 쏙 드는 보물을 발견한 사람들은 망설임없이 보물의 값을 치르기 위해 계산대로 향한다. 누군가는 이 모습을 보고 의아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헌 책을 돈 주고 산다고?'

사실 필자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무엇이든 새 것이 더 좋고 가치있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헌 책에 관심을 갖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한편으로는 이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공간에 1시간 넘게 머물다보니, 왜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오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오랫동안 알고지낸 관계에 온기가 맴돌듯, 오래된 책에도 온기가 느껴진다. 책장에서 책을 빼들고 표지와 내용물을 살펴봤다.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았구나를 느끼며, 이 책을 어떤 사람들이 읽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어떤 독자에게는 이 책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물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며, 책의 가치를 다시금 측정하게 된다. 헌책방의 책들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 의해 가치를 더해가고 있다. 

손때 묻은 책을 만지며, 빛바랜 표지와 낡은 종이를 바라보는 필자의 시각이 달라짐을 느낀다.
 

한편, 서울책보고에서는 헌 책의 가치 제고와 헌책방 보존을 목적으로 헌 책 열람 및 판매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고서·희귀본·절판본 등 소규모 헌책방에서 찾기 힘든 책들을 비롯해 명사들의 책, 개성있는 독립출판물도 만나볼 수 있다.

이 밖에 기증자의 강연, 북토크, 북마켓 등을 통한 재능·지식 나눔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마련된다.

일례로, 매월 첫번째 토요일에는 서울책보고 무대에서 <책보고 경매하고> 행사가 열린다. 이 시간에는 고서, 희귀도서를 포함해 방 한켠에 잠들어 있는 책들을 경매 형식으로 사고 파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책의 새로운 순환구조를 새롭게 구축해나가고자 하는 취지로, 서울책보고 이용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아울러 오는 23일과 24일에는 서울책보고에서 <독립출판물 보고 IN 서울책보고>를 진행한다. 독립출판마켓으로 마련된 이 행사에서는, 개성 넘치는 독립출판작가들의 작품과 다양한 주제로 큐레이션된 독립출판물을 만날 수 있으며, 독립출판작가의 릴레이토크와 버스킹공연이 펼쳐진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뭇사람들은 종이책의 멸종 위기를 예상했다. 종이책이 줄어들며 자연스레 전국 서점들도 문을 닫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중고책 시장은 시대를 역행한다. 오래될수록 가치가 올라가고, 사람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소장욕구를 자극한다. 단순히 책의 내용을 떠나, 그 책과 연관된 추억들을 되새기게 하는 소장품이 되는 것이다.

헌책 열풍 속 동네헌책방은 활기를 띤다. 지역 곳곳에 생각보다 많은 헌책방이 운영되고 있다. 주말을 앞두고 무엇을 할지, 어디를 갈지 고민하고 있다면, 향수를 자극하는 종이내음으로 가득한 동네 헌책방을 찾아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사진=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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