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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ΟVIE] 1인 가구의 삶이 나름 각광받는 그 두번째 이유, '결혼이야기(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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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ΟVIE] 1인 가구의 삶이 나름 각광받는 그 두번째 이유, '결혼이야기(2019)'
  • 양태진 기자
  • 승인 2020.04.07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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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러운 바깥 외출 대신, 집에서의 좋은 영화 한 두 편으로 매주 다양한 삶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시간.

'1 + 1'은 '2'도, '1'도 아닌, '3'이라는 현실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한 부부의 일상 추적 드라마.

(시사캐스트, SISACAST= 양태진 기자)

현실과 영화의 경계선상을 어느 정도 균형감 있게 넘나들며, 1인 가구의 인생이 어찌보면 선택받은 삶일 수도 있다는, 나름의 상징적인 깨달음(?)까지 전해주는 이번 영화를 통해, 지극히 현실적인 남녀 결혼생활의 한 단면을 역추적해 보자.

 

결혼 이야기 (Marriage Story)

서로 다른 객체로서의 인식을 넘어, 완전히 상반된 양 갈래길로 들어섰음에, 이를 재확인 차 무언가를 다정히(?) 들여다보고 있는 남녀 주인공의 모습 스틸컷.

과거 첫 만남에서 느꼈던 달콤한 설레임이, 헐거워진 옛 기억의 조임 내지는 각자의 단출한 의지만으로도 과연 되살아 날 수 있을까.

정답은 "이 영화를 끝까지 봐라"이다.

물론, 영화는 시작부터 8년 차 부부의 각별한 애정 기류를 나름의 독특한 시선으로 명징하게 드러낸다. 그들 사이에 균열 있다면, 그저 같은 업에 종사하고 있는, 연극 연출가로서의 남편이 소속 배우인 아내에게 일방적인 지침을 늘어놓는 정도랄까.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이라는, 미 대륙의 양 극단을 각각 터전 삼아 오가는 내용에 있어, 부부 내면의 거리감 또한 상징적으로 드러내 주는 메인 포스터 중 하나. 이 영화는 '넷플릭스'를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다. 

한때 잘 나가던 하이틴 스타, '니콜'. 그녀는 남편 '찰리 바버' 사이에서 낳은 아들과 함께 단란한 세 식구의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들은 삶의 터전에 대한 보이지 않는 대립각을 세워 오던 바, '니콜'은 한 TV드라마의 출연 제안을 받게되고, 결국 어린아들 헨리와 함께 본래 살던 고향, 할리우드로 향한다.

이 때까지만해도 그들의 기본적인 애정 표현은 별 놀라울 것 없이 유지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들의 관계는 선홍빛 잇몸을 내보이며 그 실상을 낱낱이 폭로하기에 이르는데,

 

평소 남편 '찰리'의 머리 손질을 손수 맡아 해 주던 아내 '니콜'의 모습.(상단) 평소 살던 뉴욕에서 LA로 향하기 전, '니콜'의 흐느끼는 모습.(중간) 정말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일지, 과거를 반추하 듯 노래를 부르고 있는 '찰리'의 모습.(하단) 

'니콜' 역을 맡은 '스칼렛 요한슨'은 아주 오래 전부터, 할리우드의 손꼽히는 연기자로서의 입지를 다져온 섹시 여배우로, 대표작으로는 영화 '대부'를 만든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딸인 '소피아 코폴라'가 연출한 <로스트 인 트랜슬레이션(2003)>과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도 오른, <허(Her)>, 그리고 여전사 '나타샤' 역할로 인기몰이를 한 <어벤져스> 시리즈 등이 있다. 그녀는 이 <결혼이야기>로 '2020 아카데미 시상식'과 '2020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한다. 

 

'니콜'은 동료의 권유에 못이기듯 곧, LA에서 제일 잘 나가는 이혼 전문 변호사 '노라'를 통해, 남편 '찰리'가 그동안 자신한테 저지른(?) 일들이 무엇인지 되짚어 가며 결국, 이들의 일상은 이전의 한 곳을 벗어나, 두 곳의 장거리 이동을 수반한다.

 

남편 '찰리'의 말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보이는 아내 '니콜'역의 배우 '스칼렛 요한슨' 모습.(상단) '니콜'의 말에 분통을 터뜨리는 남편 '찰리'역의 배우 '아담 드라이버' 모습.(하단)

남편 '찰리' 역을 맡은 '아담 드라이버'는 2017년 <스타워즈: 에피소드 VII>를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배우로, 그 또한 이 영화 <결혼이야기>를 통해, '아카데미 시상식'과 '골든 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영광을 얻었다.

 

다시 영화 속 이야기로 돌아가면,

'니콜'의 다소 일방적인 행동에 '찰리' 또한 실력파 변호사 '제이'를 찾아가지만, 협상의 난항이 예상되는 바,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던 끝에, 급기야 아들 '헨리'의 양육권 마저 위협받는 상황에서 그는 다시 LA로 넘어와 상대적으로 덜 공격적인 '버트 스피츠'를 변호사로 선임한다.

 

매력적인 변호사 '노라' 역의 배우 '로라 던'의 첫 등장씬 모습.(상단) 공격적인 성향에 화려한 언변까지 갖춘 변호사 '제이'역은 배우 '레이 리오타'가 맡아 연기했다.(하단)

이 부분에서 특히 눈여겨 볼 것이 바로 조연들의 역할이다. '니콜'의 변호를 맡은 '노라 팬쇼'역의 배우 '로라 던'은 강한 개성을 겸비했던 명배우 '브루스 던'의 딸로도 잘 알려져 있는 바, 우리에겐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배우 '샘 닐'과 함께 처음 공룡을 보고 놀라는 장면으로 각인됐었다. 그녀는 이번 영화의 감칠 맛나는 변호사 연기로 '아카데미 시상식'과 '골든 글로브'에서 각각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룩한다.

전직 가정법원 변호사로 이혼 자문에 있어 부드러운 톤으로 '찰리'를 도와주는 '버트 스피츠'역은 헐리웃의 오래된 명배우 '앨런 알다'가 맡아 열연했다. 그는 우디알렌의 1996년 영화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를 통해 국내에서의 입지를 재확인했었고, 이후 영화 <왓 위민 원트> 등에서의 비중있는 조연으로 인기를 얻어 왔다.

카리스마 넘치는 변호사 '제이 머로타' 역에는 두 말 할 필요 없는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 <굿펠라스>에서 열연했던 배우 '레이 리오타'가 맡아, 변호사 '노라'와의 눈부신 대결을 펼치는 다혈질 공격수로 그 역할을 모자람 없이 보여준다.

 

이들 관계는 아들의 양육권 문제로 그 갈라섬의 난제가 더 극으로 치닫는데, 그 보이지 않는 거리감과 그들을 가로막는 벽 등은 영화의 여러 씬으로서 이미지화되고 있다.

법정 다툼이 극으로 치달아 갈수록 법정 밖에서의 그들은 서로 죽일듯 싸워 마땅할텐데, 이 영화는 조금이나마 남은 애정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이들의 내면적 혼돈을 가중시킨다.

이처럼, 서로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은 채 여느때처럼 상대방을 존중하는 모습이란, 보통 부부의 모습을 뛰어넘는 것으로, 남녀의 헤어짐 자체와 그 이유에 대한 생각까지도 극대화시켜주는 한 방편이 되어준다. 

 

소송절차가 난항을 거듭할수록, 이들 부부는 작은 이해 차이 조차 극복 못한 채, 결국 큰 이별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데...

 

영화 촬영장에서 현장을 지휘하고 있는 감독 '노아 바움백'의 모습.(상단) 변호사 '버트'가 '찰리'를 설득해 주선한 '노라', '니콜'과의 4자 대면 장면 촬영 현장 모습. 왼편에 선 '노아 바움백' 감독이 배우들과 교감하고 있다.(하단)

이 영화는 2017년에 제작 계획이 발표된 이후, 이듬해 1월부터 약 4개월 동안 촬영이 이루어졌다. LA와 뉴욕시를 오가며 진행된 이 영화는 넷플릭스 사의 오리지널 작품으로, 2019년 8월 29일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되었다. 소수 극장 개봉과 동시, 같은 해 12월 6일에는 넷플릭스에서도 디지털 스트리밍으로 공개되기에 이른다.

이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노아 바움백' 감독은 각종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르는 등, 이 영화를 통해 그의 역량을 인정받았으며, 미국 영화 연구소 및 전미 비평가 협회에서는 이 영화를 2019년 최고의 영화 10편 중 1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한국에서의 개봉과 스트리밍 공개를 알리는 국내용 포스터 모습.
과연 이들은 이런 당시의 모습 그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 영화의 또 하나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은 바로, '니콜' 엄마 '샌드라'역을 맡은 배우 '줄리 해거티'와 음악을 담당한 '랜디 뉴먼'이다.

할리웃의 고전으로 남은 영화 <에어플레인> 시리즈에서나, 90년대 초반 <왓 어바운 밥?>, <Reversal of Fortune> 등의 영화를 통해 국내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겼던 그녀, '줄리 해거티' 만의 독특한 연기를 만나 볼 수 있음과 더불어,

최고의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시리즈를 비롯, 픽사의 또 다른 유명 애니메이션들과 '배리 래빈슨' 감독의 1984년 영화 <내츄럴>, '론 하워드' 감독의 1989년 영화 <패어런트후드>, '페니 마샬' 감독의 1990년 영화, <어웨이크닝스>, '리차드 도너'의 1994년 영화 <매버릭> 등 이후 여러 유명 영화에서도 뛰어난 영화음악가의 면모를 과시해 온 '랜디 뉴먼'이기에 더욱 그렇다.

 

영화가 끝을 향해 달려갈 즈음, 함께 걸어온 과거에의 회상에 젖은 채, 울먹이고 있는 '찰리'의 모습.(상단) 이를 묵묵히 바라봐 주고있는 아내 '니콜'의 모습.(하단)

일상의 소소한 상황 연출과 배우들의 섬세한 생활연기가 조화를 이루면서, 각 캐릭터들의 타고난 성품 및 직업적 습관 등이 잘 부각된 반면, 

결코 너그럽지 않은 현실 묘사는 결혼을 후회할 만큼의 지친 모습까진 아니더라도, 어린 아들과 데면데면해지지 않으려 고군분투하는 각자의 노력을 통해, 충분히 그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특별한 씬의 경우, 아이와의 생활을 감시하러 온 공무원 연기를 포함, 그런 그녀에게 조심스런 행동과 인식을 심어주려던 도중에 일어난, 본의 아닌 사고를 무마하려는 '찰리'의 모습에서 주인공의 심리를 정확히 잡아낸 뛰어난 각본과 탁월한 연출력 또한 확인할 수가 있다.

아이를 맞이할 때마다 보이는 '니콜'의 손동작은 전형적인 엄마로서의 행동 사례를 철저히 연구한 결과로, 이 또한 직접 영화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겠다.

 

1+1 은 셋이라는, 이 영화의 현실적 깊이감을 보다 잘 표현한 두 장면의 스틸컷.

첫 만남의 설레임만으로 평생의 반려자를 결정지을 순 없다. 하지만, 서로 잘 알지 못할 때의 호기심 어린 관심과 애정을 지속시킬 수만 있다면, 서로에 대한 온전한 존중은 회복될 수 있지 않을까. 때론 불꺼진 방 안의 해질녘 노을을 바라볼 때 처럼, 남은 애정의 아름다움을 그 자체로만 바라볼 수 있진 않을지. 하지만 이 영화는, 현실을 모르고서 내뱉는 그저 달콤한 단상이라 이를 일축한다.

서로 다른 길 위에서 각자의 바램만이 앙금으로 남아, 설레임은 커녕, 한국인의 정서로 대변되는 애꿎은 '정' 하나만으로 이들의 원거리 삶은 아슬아슬 지탱돼 온 것이다. 결혼에 대한 불편한 진실 앞에 무너져 가는 한 남녀의 사례가 자칫 진부한 듯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좀 더 현실적이면서 냉철한 접근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존중한다면, 그런 간접 경험에서의 이번 영화는 유익한 기회가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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