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사가 숨을 불어넣은 전자게임, 'Wreck it Ralph'의 세상으로 안내합니다. 그 상(上) 편.
(시사캐스트, SISACAST= 양태진 기자)
'INSERT COIN (깜박깜박)'
'아케이드 게임'*의 위상이 드높던 시절, 이 최면(?)용 오락기들이 대거 운집했던 일명 '전자오락실'들은 동네 어디를 가든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남녀 불문, 동전을 짤랑이다, 즐비한 게임박스들과 마주할 때면, 삑삑대는 전자음에 아드레날린 과다분비!
곧바로 손잡이 하날 낚아채 버튼을 눌러댈 때면, 마치 게임 속 세상이 전부인 마냥, 그 짧은 시간에 모든 희노애락을 경험했던 것이다. 더이상 머물 수 없는 아쉬움에 빈 주머니 탓만 할 때까진.
이후 PC가 보급되면서 그것도 서서히, 몇 안되는 특정 장소에서나 볼 수 있을 그런 추억거리로 전락(?)한 오락실이라지만, 긴장감과 정감 사일 오가며 단 몇 개의 동전만으로도 행복감을 전해 주던 그 시절, 그 화면들은 여전히 '게임'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뇌릴 스치는, 기억 속 명예의 전당에 헌액(獻額)되도 큰 모자람이 없을, 그런 상징적인 존재가 되어 있던 것이다.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 (WRECK-IT RALPH)>
이런 게임들이 한자리에 모인 어느 전자오락실.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로 누군가에 의해 하루종일 반강제적으로 움직여진 캐릭터들은 과연, 전원이 꺼진 게임박스 속 미지의 공간에서 뭘 하고 있었을까?
어린시절, 감히 상상 한 번 못해 봤을, 이런 말도 안되는 질문에서부터 출발한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 (Wreck-it Ralph)>는 당시의 게임 유저들이었다면 한 번 쯤은 매료됐을, 그런 유명 캐릭터들의 과중한 업무(?) 이후 일상을, 놀라운 의인화 기법으로 완벽히 구현해 내고 있다.
다시 말하면, 불 꺼진 게임 화면 뒤편의 세상은 인간 사회와 아주 다르지도, 그렇다고 아주 같을 수도 없는 그야말로 '사람따라하기(?)' 세상 그 자체인 것. 보통의 디즈니를 비롯한, 수많은 애니메이션에서 구축해 온 이 세계관은 복잡한 회로들만 얽혀 있어야 할 공간을 하나의 연극 무대 또는, 촬영 배경으로 설정, 해당 역할을 수행한 캐릭터가 주변 곳곳에 마련된 자신만의 일상 공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설계해 놓은 것이다.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의 '류'와 '켄'은 퇴근 후 맥주 한 잔을 하기 위해, '태퍼'라는 펍에 들르는가 하면, 게임 '픽스-잇 펠릭스 (FIX-IT FELIX)'의 주인공 '펠릭스'는 순식간에 고쳐 낸 맨션 속 주민들과 연일 이루어지는 파티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주먹이 거의 머리 크기 만한 영화 속 주인공 '랄프'의 경우, 게임 내 악당 신세 그대로, 건물 한 켠 잔해 더미 위에서 나름 혼삶의 대명사를 자처한 채로 외로움과 씨름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이 지금 보다는 더 나은 존재라는 걸 입증할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과 함께, 소위 고쳐주기만 하는 히어로 '펠릭스' 만큼의 대우는 받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외로움을 제대로 때려부숴 볼 만한 영웅으로의 길모색에 커다란 한 발을 내딛는다.
그 입증 방법이란 생전 처음 보는 다른 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해야하는 것. 그러고 나면 '메달'이 수여되는데, 그것을 '랄프'가 본인의 게임 안으로 가져오기만 하면 진정한 영웅으로 대접받을 수 있을 것이란다.
주인공 '랄프'의 목소리 역엔 '존 C. 라일리'라는 연기파 배우가 참여했는데, 그는 '스티븐 시걸'의 주연작, <Above the Law (1988)>를 시작으로 '로버트 드니로'와 '숀 펜'이 출연한 <We're No Angels (1989)>, '탐 크루즈'의 <Days of Thunder (1990)>, '잭 니콜슨'의 <Hoffa (1992)>, '메릴 스트립'의 <The River Wild (1994)> 외에도, <Dolores Claiborne (1995)>, <Boogie Nights (1997)>, <The Thin Red Line (1998)>, <Gangs of New York (2002)> 등 굵직한 실사 영화의 주조연급으로 맹활약해 온 유명 헐리웃 배우다. 그는 영화 <Chicago (2002)>에서 'Amos Hart'역으로 멋진 노래까지 선보이기도 하였으며, 주연으로도 등장했던 영화 <Criminal (2004)>에선 상당히 인상깊은 사기꾼 역할을 안정적으로 소화해 내기도 했다.
'펠릭스'역 목소리를 맡은 '잭 맥브레이어'나, 여전사 'Calhoun'역을 맡은 '제인 린치' 등 다른 성우들 또한 모두 유명 배우 출신들로, 게임 캐릭터의 실제 목소리에 버금가는 상당한 싱크로율을 자랑하고 있다.
어쨌거나, 혼자 지내는데 이골이 난 '랄프'이기에, 펜트하우스(게임 속 배경이 되는 공간) 내 다른 캐릭터들과 모두 함께 어울려 살고 싶은 마음에 그 방법을 찾아 나선 곳은 다름 아닌, 게임 '히어로즈 듀티'.
이곳에서 겨우 메달을 획득해 낸 랄프는, '슈가러시'라는 또 다른 게임 속에 불시착 한 뒤로, 각 종 캔디와 도넛, 초콜릿 등의 살아움직이는 먹음직스런(?) 캐릭터들을 요리조리 피해다니다, 결국, 코드화로 분해돼 버린 메달을 다시 획득하기 위한 긴 여정 길에 오른다.
그를 돕는 유일한 친구, '바넬로피'는 그저 게임 속 오류투성이일 뿐이기에, 악역일 뿐인 랄프의 입장에선 서로의 공통된 외로운 삶이 그녀를 더욱 애처로워 보이게 할 뿐.
이에, 그녀를 도와야한다는 정의감 내지는 본연의(?) 희생 정신으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던 때가 언제였냐는 듯, 곧바로 '바넬로피'만을 위한 진지한 새 여정에 과감히 동참하는데..
그럼 과연, 혼자만의 고독한 삶을 벗기 위해 안간힘을 써 온 '랄프'가 오히려 누군가를 돕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진정한 영웅으로도 거듭날 수 있을지,
이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 (Wreck it Ralph)>는 '넷플릭스'나 그 밖의 관련 어플들을 통해 시청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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