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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Book/1Life] 노곤해진 혼삶에 생기를 더해 주는 수많은 음식들, '왜 맛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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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Book/1Life] 노곤해진 혼삶에 생기를 더해 주는 수많은 음식들, '왜 맛있을까'?
  • 양태진 기자
  • 승인 2020.04.28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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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이 1인 중심으로 해체되는 시간. 단조로운 혼삶이 다양한 관점의 '북 실크로드'의 삶으로 전환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음식 맛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냥 '맛있다'를 넘어, '진짜 맛있다!'를 체계적으로 이해해 볼 수 있는 특별한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시사캐스트, SISACAST= 양태진 기자)

난세의 현 상황이 주춤하기도 잠시, 그래도 놓치지 말아야 할 위생 규범과 그 밖의 생활 지침들은 여전히 유효한 때, 마스크 착용과 각자의 거리 확보는 물론이고, 집 안에서의 주된 생활 여파는 이전과는 다른, 뭔가 뜻깊은 일상을 만들어 놓았다.

그 중 하나가 책과도 친해 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나름의 이 기회로 책에 매료되어 볼 수만 있다면, 누군가의 지적 호기심은 물론, 세상을 바라보는 이치와 더불어 세상이 내뱉는 언어에 대한 풍족한 이해력까지 상당부분 채워질 수 있을지 모른다.

 

책은 와이파이가 안 터지는 우주에서도 먹힌다. 다만, 습득 방법만 다를 뿐.(사진=픽사베이)

그 첫 시간으로, 집에만 틀어박혀있어도 맛있는 건 시켜먹어야 하거나, 직접 해 먹어야하는 우리의 까다로운 입 맛처럼, 풍요로운 혼삶에 언제나 빠질 수 없는 식욕과 더불어, 침샘고이게하는 맛에 대한 기억에 근사한 접근을 한, 책 한 권을 여기 소개한다. 제목은 '왜 맛있을까 (Gastrophysics)'.

2018년 1쇄가 발행된 이후, 현재 5쇄 까지 발행된 이 책은 음식의 색깔과 냄새, 그리고 소리와 식기, 무게, 질감 등 수많은 요인들까지 나름 과학적이면서도 체계적인 심리학 이론을 통해, 독자가 직접 맛을 디자인하고 스스로의 식사에 대한 경험치를 극대화 해 볼 수 있도록 기술해 놓았다. 작가의 상상력과 더불어 그가 음식에 관해 이룩해 놓은 방대한 경험치가 읽는 이로 하여금, 직접 자신 만의 설계비법 또한 세워볼 수도 있을, 그런 가벼운 이론서로도 통할 법 하다.

 

책 <왜 맛있을까 (Gastrophysics)>의 전면부 메인 표지. 초판 발행 당시, 여러 미디어를 통해 소개되어 화제가 된 바 있다.(사진=시사캐스트)

책 본문으로의 진지한 탐험을 시작하다 보면, 순간순간 작가의 센스있는 위트와도 마주할 수 있다. 작은 소재 또한 미식가로서의 주제로 변모시켜, 우리가 한때 간과했던 부분들까지도 쓱슥 긁어준다.

어느 정도 신기한 기분을 머금은 채, 여러 챕터들에 집중하다보니, 어느새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음식의 결합이 눈에 들어왔다. AI 시스템인 디지털 메뉴가 횡행하고, 손님들의 눈동자를 추적하여 패턴화된 마음을 읽는 등의(좋아할 토핑 세가지를 말해주는 피자헛의 잠재의식을 활용한 메뉴판 또한 언급) 일련의 시도들에 대해, 작가는 단순한 마케팅적인 책략의 냄새만 가득하다 일침을 가한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인간을 위해 만드는 것이 진짜 맛이어야 하기 때문이 아닐 터.

 

인간을 통한 음식의 맛만이, 진정한 맛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기에, 이러한 접근이 거의 실종되다시피한 차가운 음식들은 자칫 바닥에 떨어진 아이스크림처럼, 먹을 엄두를 내기도 쉽지 않을 때가 많다. *책 속 삽화이미지와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맛의 감각에 있어 경험의 중요성 또한 강조하고 있는 이 책은, 이제껏 음식이나 음료의 선택에 있어 그 누구도 '소리'에 대한 의식은 제시하지 않았던 바, 먹고 마시는 소리, 조리 과정의 소음, 포장재의 거슬리는 소리, 시끄러운 배경 음악마저도 우리가 인식했던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다시 말해 소리를 느끼는 것 또한 잊혀졌던 맛의 또 다른 감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근사한 식당에서 전자렌지의 '띵' 하는 소리를 들었다면, 바로 서빙된 그 음식에 대한 소비자의 입맛엔 영향이 있을까 없을까.

책은 곧바로 분위기 또한 강조하며, 가장 기본적인 질문으로서, '분위기를 바꾸면 사람들이 접시나 잔의 내용물을 인지하는 방식도 바뀔까?'라는 나름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이 또한 책을 통해 직접 답을 들어보길 권장한다.

 

이 책의 저자인 '찰스 스펜스(Charles Spence)'는 세계 정상급 셰프들과 글로벌 요식업계가 사랑하는 심리학자로, 포춘 500대 글로벌 식품 요식업계(스타벅스, 네슬레, 하겐다즈, 유니레버 등)가 1순위로 꼽는 연구개발 파트너이기도 하다. 그는 오감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가 더 맛있고, 더 즐거우며, 더 건강하고, 더 기억에 남을 만한 식사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설파한다.

 

포춘 500대 글로벌 식품 요식업계의 대표 브랜드인 '스타벅스' 간판(상단)과 '네슬레'의 시제품 모습.(하단) *책 속 삽화이미지와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책의 원제인 '가스트로피직스'는 가스트로노미(Gastronomy, 미식학)와 피직스(Physics, 물리학)의 합성어로 이는 찰스 스펜스가 인지과학과 뇌과학, 심리학 그리고 디자인과 마케팅 분야를 융합해 창안한 새로운 지식 분야로 불리운다. 그는 이러한 새로운 렌즈를 통해 매일같이 우리가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경험을 보다 잘 이해하고 개선할 수도 있을거라 이야기한다.

 

"경쾌한 음악은 단맛을, 고음의 음악은 신맛을, 신나는 음악은 짠맛을, 부드러운 음악은 쓴맛을 더 잘 느끼게 합니다. 반면 시끄러운 소리는 단맛을 덜 느끼게 만들죠."

- '찰스 스펜스'

 

다이어트에 관한 '찰스 스펜스'만의 식견은 또 어떠할까. 음식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식욕을 만족시키는 경우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져 그 결과 또한 책을 통해 알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옥스퍼드 대학과 케임브리지 대학의 연구팀이 진행한, 접시나 그릇의 크기를 줄일 경우, 칼로리 섭취를 약 10퍼센트(160칼로리)정도 줄일 수 있었다는 사실도 그 놀라운 결과 중 하나. 

작은 접시에 음식을 덜어 먹는 것이 실제보다 음식이 더 많아 보일 수도 있다는 해석을 비롯하여, 시리얼 포장지의 그릇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린 얼마나 덜어 먹어야 적정할지에 대한 대략적인 판단을 한다는데, '찰스 스펜스'는 과감한 한 표를 던진다.

 

접시의 크기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적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어찌보면 당연해 보일지 몰라도, 현실 적용이 가능하다면 다소 놀라운 결과다.(상단) 시리얼 포장지 그림으로도 참고할 만한 그릇 사진.(하단) *책 속 삽화이미지와 무관함.(사진=픽사베이)

잔뜩 먹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상상한 이후에 음식을 먹는 경우도, 그것에 상응하는 연구 결과, 그 음식에 대한 섭취량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는 다이어트 중인 사람에겐 희소식일 수도 있지만, 단지 치즈에 대한 상상이 초콜릿에 대한 욕구는 억제해 주지 못하기에, 서로 다른 음식이 상호 보완해주지는 못한다는 것 또한 이 책은 상기시켜주고 있다.

 

'찰스 스펜스'는 TV 음식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그 문제점을 논의의 대상으로 상정한다. TV  속 인기많은 레시피가 사람들이 직접 만들어 먹는데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으나, 그것이 대부분 먹어야 할 양의 기준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

여기서 하나 놀라운 점은 진짜 사람들이 TV레시피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는 음식에 관심이 많은 2000명을 조사한 결과로 알 수 있었는데, 이 2천 명 중 요리 프로그램에 소개된 음식을 하나만이라도 만들어본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책은 또 음식 광고가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건, 그 음식 이미지가 뇌의 정신적 시뮬레이션을 작동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어느 수프 봉지의 광고가 스프 그릇 오른쪽에 스푼을 놔두었다면, 오른손을 쓰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경우를 상정할 때, 그릇 왼쪽에 스푼이 있는 경우 보다 구매 의사가 15퍼센트 정도 더 증가한다고 말한다. 이는 우리 뇌가 보다 쉽게 먹는 행위를 더 잘 상상한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만일, 당신이 오른손잡이라면 어떤 스프에 더 식욕이 당길까? 또는 왼손잡이라면? *책 속 삽화이미지와 무관함.(사진=픽사베이)

 

"자꾸 손이 가 원망스러운 간식은 빨간 그릇에 담아두세요. 빨간색에 대한 회피 본능이 있어 손이 덜 갈 겁니다." 

- '찰스 스펜스'

 

 

그리고 왜 사람들은 먹방같은 푸드 포르노에 열광하는지, 그 이유 또한 상세히 설명해 준다. 그 일례로 작가 '찰스 스펜스'는 자신이 직접 경험했다고도 하는 '그 이상하고도 핫한 트렌드'('찰스 스펜스'의 말이다)를 한국 사람들의 먹방 시청 문화로 부터 가져온다.

2011년 한국에서 시작됐다는, 이 음식을 먹는 생중계 방송에 대해 그는 스크린 속 BJ와 함께 밥을 먹고 있다고 상상하는 시청자들 입장에선, 여타 TV프로그램의 3인칭 시점보다는 음식에 대한 평가가 훨씬 높을거라 말한다. 1인칭 시점의 먹방이 더 식욕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이는 또 다른 연구 결과가 입증하는 것으로 시청자의 뇌가 먹는 행위를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때, 음식 이미지가 가장 강력한 시각적 호소력을 지니는 것으로 드러난데에 그 근거를 두고있다.

 

움직이는 노른자에 대한 예찬은 각자 입맛이 다른 것처럼 각양각색일 수 있으나, 대부분 직접 계란 후라이 할 때를 떠올려 보면, 공통된 침샘 반응을 예상할 수 있다.(상단) '막스앤스펜서'의 2005년 푸딩 광고 스틸컷. 움직이는 단백질처럼 시각적 이미지의 푸드 포르노를 광고로 활용한 대표 케이스다. 가운데가 과장되게 녹아 내리는 초콜릿 푸딩과 함께 관능적인 나래이션은 나중에 패러디까지 됐었다고 한다. "그냥 초콜릿 푸딩이 아닙니다. 이것은 막스앤스펜서의 초콜릿 푸딩입니다." 이 광고로 푸딩의 판매량은 무려 3500퍼센트나 치솟았다고 이 책은 전하고 있다.(하단) *책 속 삽화이미지와 무관함.

이외에도 영리한 음식 마케터가 되기 위한 조건이라든지, 좋은 식당을 위한 조언에 있어 자신의 경험을 아끼지 않는 '찰스 스펜서'. 그는 또 '왜 움직이는 노른자만 보면 침이 흐르는지?', '단백질이 움직이는 모습이 왜 노른자 포르노라 불리울 만큼, 중독성 강한 음식 사진계의 새로운 트렌드로까지 불리우는지', 이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간다.

'움직이는 단백질' 이미지들은 시선을 확 잡아끔과 동시에, 우리의 뇌를 순간적으로 거부할 수 없게 만든단다. 다시 말해, 에너지 가득한 음식 이미지는 시각적인 주의를 사로잡을 수밖에 없다는 것. 움직이는 음식 이미지에 대한 수많은 기자들 또한 '최면'이라 묘사했다고 하는데, 음식을 움직이는 모습으로 보여주는 또 하나의 이유는 더욱 강렬한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 그는 말하고 있다. 움직이는 음식이 더욱 신선한 것으로도 지각될 수 있을 것이기에.

 

책의 후면부 표지. 목차는 다음과 같다. 1부. 거의 모든 감각의 식탁, 1. 맛있게 먹었다는 느낌은 정확히 어떤 느낌일까? 2. 냄새만으로 배부르지는 않겠지만 3. 어떤 색깔이 더 맛있을까? 4. 바삭거리는 소리가 클수록 맛있다 5. 토끼 스튜는 토끼 가죽 스푼으로, 2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식탁 6. 우리 분위기 있는 곳에서 먹어요 7. 오리지널 소셜 네트워크 8. 미슐랭 셰프도 좌절시키는 10km 상공의 식사 9. 프루스트의 마들렌처럼 10. 왜 스타벅스는 진동벨 대신 이름을 부를까? 11. 소리, 분위기, 맛 모두를 즐기세요 12. 로봇 셰프를 믿을 수 있을까? 13. 완벽한 식사의 조건 *책은 전국 서점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사진=시사캐스트)

"식탁의 즐거움은 모든 시대, 모든 세대가 공유하는 것이며, 모든 나라에서 매일 함께하는 것이다. 이 즐거움은 다른 즐거움과 함께하며, 그것들을 능가한다. 그리고 기억에 남아 우리를 위로해 준다." 

- '장 안텔름 브리야사바랭'의 고전 저서 <미각의 생리학>에서

 

작가 '찰스 스펜스'는 이 유명한 프랑스 미식가의 구문을 활용하며, 먹고 마시는 행위가 삶의 가장 즐거운 경험 중 하나일 것이라며 모든 글을 마치고 있다.

인생 최고의 즐거움이 먹는 데에서부터 나올 수 있다는, 이 책만의 주도면밀한 맛에 대한 예찬은 모두가 평소 한 번 쯤은 떠올려보거나, 음식을 먹을 때 만큼은 꼭 참고해 볼만한 여지가 다분하다.

또한, 1인 삶의 일상에 파고들어 그들의 음식 소비욕을 제대로 공략해보려는 수많은 브랜드와 자영업자들 또한 그들 자신의 승부처는 무엇이 될지, 그 물음에 대한 답도 들어볼 수 있는 그런 필독서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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