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이윤진 기자)
패션업계에서 ‘콜라보레이션’이나 ‘협업’을 통한 제품 출시는 최근 더욱 다양화, 세분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유명 영화나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이미지를 단순 차용하거나, 유명 스포츠 스타의 이름을 넣는 수준의 콜라보는 이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유명 디자이너가 제품 콘셉트 결정부터 디자인과 제품 출시까지 전 과정에서 함께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또 스포츠 브랜드의 경우 직접 운동선수가 제품 설계와 디자인에 참여하기도 한다.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경우는 가장 적극적이고 전문화된 콜라보레이션이라고 평가한다. 한때 패션쪽에만 한정되어 있던 콜라보는 이젠 그 영역을 넓혀 생각지도 못했던 조합끼리 콜라보를 진행에 소비자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주고 있다.
[레트로 브랜드 곰표] 그 중 대표적으로 ‘곰표’를 꼽을 수 있다. 요즘 SNS를 보면 “곰표 맨투맨~”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인증샷을 올린 젊은 친구들이 눈에 뛴다. ‘곰표’는 우리가 아는 대표적인 밀가루 브랜드로 모회사인 대한제분(1952년 설립)이 1950년대 초부터 선보인 곰표는 어느덧 70세에 가까워지는 장수 브랜드다. 하지만 높은 인지도와는 별개로, 다소 올드하거나 투박하다는 느낌이 있었던 곰표가 본격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2018년 대한제분이 선보인 채널 ‘곰표-레트로 하우스’부터였다. 레트로 열풍과 더불어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온라인 플래그십 공간인 ‘곰표-레트로 하우스’를 일종의 문화의 장으로 활용, 브랜드의 역사 소재와 더불어 다양한 레트로 굿즈를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가장 활발히 활용된 콘텐츠는 곰표를 연상시키는 이미지, ‘밀가루 포대’와 ‘백곰’이다. 이후 여러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스와니코코 X 곰표의 ‘밀가루 쿠션, 세븐일레븐 X 곰표 ’곰표치약‘, CU X 곰표 ‘오리지널 팝콘’, 4XR X 곰표 ‘곰표패딩’ 등 각종 제품으로 출시됐다. 식품과 화장품, 패션 브랜드의 조합이 어색하게 여겨질수도 있지만 상품들은 매번 SNS상은 물론 온오프라인 모두 높은 화제성을 가져왔다. 특히 지난해 11월 대한제분은 온라인 쇼핑몰 ‘4XR’과 협업해 ‘곰표패딩’, ‘곰표 맨투맨 그린’ 등을 선보여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중 맨투맨과 후드티는 5차판매까지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제품에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곰표 밀가루 로고가 디자인으로 활용됐다.
[곰표치약] 곰표의 또 다른 제품 2080 뉴샤이닝 화이트치약은 대한민국 대표 치약 브랜드 ‘2080’과 ‘곰표’가 만나 콜라보 한 치약이다. 2080 뉴샤이닝 화이트치약에 곰표의 밀가루 패키지 및 마스코트인 ‘북극곰’ 디자인을 그대로 옮겨놔 밀가루같이 하얗고 깨끗한 치아 관리에 도움을 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이번2080과 곰표의 콜라보 제품은 뉴트로 트렌드를 반영해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새로움과 재미를, 40대 이상에게는 옛 추억을 주려는 목적으로 디자인됐다. 소비자들은 이번 콜라보의 패키지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는 반응이다. 곰표 치약을 실제로 써 본 한 소비자는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고 있는 곰의 모습을 보면 보는 이들도 함께 따라 웃게 된다”면서 “실제 치약의 색도 하얀색으로 ‘밀가루’와 ‘미백’이 연상되는 색이고, 향도 세련되지 않은 ‘언젠가 할머니집에서 맡아본 것 같은 추억의 향’으로 정감이 간다”고 말했다.
[곰표 밀가루 팩트] 처음 출시 됐을 당시 ‘이건 뭐지?’라는 반응을 불러온 곰표X스와니코코 콜라보. 처음 이 팩트를 접한 여성들은 “밀가루 팩트? 그것도 엄청 하얘진다고? 보통 팩트에는 21호, 23호가 있는데 이건 21호 밖에 없네. 사용해도 괜찮을까? 뭐 이런 제품이 다 있지?” 라는 반응을 보였다. 보통 여성들이 쉽게 선택할 수 없었던 스와니코코 밀가루 쿠션은 ‘겟잇뷰티 뷰라벨 쿠션 1위로 등극하며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걱정반 호기심반으로 팩트를 집어든 여성들은 모두 입을 모아 “와~일단 써봐야 알아요”라고 감탄한다. 이 제품을 써본 소비자들은 스와니코코 쿠션 제품력을 곰표 밀가루 쿠션에 고스란히 담아 밀가루처럼 부들부들하고 뽀송뽀송 파우더리한 느낌을 제공하면서 피부톤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는 평가다. 곰표 밀가루 이미지만 떠올리며 무조건 밝을 거라는 예상도 뒤집었다. 하루 종일 무너지지 않는 지속력에 특히 쿠션 안에 들어가 있는 알부틴은 잡티제거를 위해 쓰는 세럼에 포함되어 있는 성분으로 쿠션 팩트에 들어가 있다는 자체가 혁명이라는 반응이다.
[곰표 팝콘] 곰표의 새로운 마케팅이 처음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CJ CGV와 함께한 ‘왕곰표 팝콘’ 콜라보레이션이었다. 20kg짜리 곰표 밀가루 포대에 팝콘을 가득 담아 선착순으로 5000원에 판매하는 행사였다. 며칠 뒤 입소문을 타고 새벽 6~7시부터 ‘왕곰표 팝콘’을 사기 위해 CGV에는 긴 줄이 섰고 제품은 모두 완판 됐다. 이후 CU를 통해 팝콘이 판매 됐는데 소비자들은 “고소하고 짭조름해 중독성이 강하다”며 “양도 일반 팝콘 스낵 대비 2배라서 넉넉하다”고 만족했다. 이는 영화관 팝콘 일반 사이즈보다 약 3배가량 많은 양으로 최근 넷플릭스, 유투브, 왓차 등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이 보편화되면서 홈시어터족이 크게 늘어 소비량도 함께 증가했다.
콜라보를 진행한 한 전문가는 “곰표 밀가루나 참이슬 소주 등 현재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브랜드는 사실 우리 토종 브랜드이면서 전형적으로 오래된 제품”이라며 “레트로 열풍이 새로운 것을 찾는 소비자의 욕구, 독특한 패션 소비로 연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00년대까지는 명품이 부의 상징이자 과시욕의 대상이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면서 “젊은 세대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이나 개성을 중시 할 수 있는 물건들이 훨씬 인기가 좋으며 ‘유희적 소비’를 하는 것을 즐거워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