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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의 싱글라이프-⓻] COVID-19 로 바뀐 싱글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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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의 싱글라이프-⓻] COVID-19 로 바뀐 싱글라이프
  • Journey
  • 승인 2020.04.2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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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AC(Before CORONA After CORONA)

(시사캐스트, SISACAST= Journey)

 

요즘 유행하는 말이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전, 후의 변화를 뜻하는 BCAC. Before CORONA After CORONA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IMF 라는 낯선 이름의 외환위기를 겪었고, 우리 세대는 COVID-19라는 미증유의 전염병 사태를 겪고 있다. 아직도 진행형인 이 시대를 매일 눈에 담고, 귀로 익히며, 머리로 기억하는 증인의 한 사람으로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로 바뀐 싱글라이프를 정리해본다.


 

1. 흙 속의 진주들을 발견했다.

사회생활 18년 차에 싱글인 나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의 각종 사교활동이 많을 수밖에 없다. 거의 매일 각종 분야의 지인들 그리고 지인의 지인들과 새로운 만남을 하는 약속들이 끊이질 않았다. 처음 만난 사람들은 내가 세계를 여행한 이야기, 요리를 배웠던 이야기, 연애한 이야기, 그를 바탕으로 쓴 소설 이야기 등에 대해 듣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결혼하지 않는 이유를 알겠네요?”, “이대로도 좋지 않아요? 굳이 결혼하기에는 지금이 너무 보기 좋으신데요?” 암요. 매일이 좋지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 나는 당연히 외식 횟수가 극도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로인해 소수의 극 절친이 누군지 알게 되었다. 위험한 시기이지만 누구에게도 피해주지 않으면서 서로를 찾아 소중한 디너를 일주일에 한 끼 정도 먹는 것. 귀한 시간임을 알기에 서로에게 최선을 다한다.

소수의 지인들이 이토록 귀한 줄 알게 된 이유는, 전 세계적 우울감 속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온갖 긍정적인 마인드로 서로를 다독이고 아낄 수 있는 관계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바르고 강하게 자란 그들은 겸허하게 인류의 재앙을 받아들이며 투덜거리지 않고 누군가를 탓하지 않는다. 그동안 숱하게 만난 사람들처럼 나를 이용하려 들거나 집적거리지 않는 고결한 성품임을 알게 되었다. 백색의 흙속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순백색의 진주를 찾아내었다.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가, 당신이, 너무나 귀하다. 감사하다.

 


 

2. 인생에서 정리할 사람을 골라낸다.

마음토닥정신건강의학과의원의 김은지 원장님이 재난 후 트라우마에 대해 강연한 영상을 보았다. 재난 후 생존자의 정서적 반응 단계에 대한 것인데 사건 이후 영웅기에 접어들면 난세에 많은 영웅들이 사람들을 구하기 시작한다. 영웅기 이후 허니문기에 도달하면 온갖 봉사자, 자원봉사자들과 재정 지원이 이루어지고, 상황이 나아지면서 희망을 갖게 된다. 또한 강한 유대감과 연대를 갖고 서로를 걱정한다. 이 시기를 거치면 환멸기가 오게 되는데 이 때는 정작 바랐던 재난은 끝나가지만 바뀐 세상에 대한 두려움, 자신의 미래도 밝게 느껴지지 않아 탓할 사람, 즉 분노의 대상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트라우마는 내 주위의 일반인들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 어느날 나를 대상으로 뜬금없이 화풀이를 하거나, 입만 열면 투덜투덜 부정적 에너지를 연신 뿜으며 숨겨왔던 본성이 드러나고 밑바닥을 보인다. 원래 밑바닥은 위기에 드러나게 되는 법이다.

 

인생에서 구린 인연들과 헤어지기 좋은 시기다.

 


 

3. 불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했다.

자연 속 인간이 얼마나 작고 나약한지, 우리는 바이러스나 먼지만큼이나 작은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먼지 같은 존재가 혼자 사는 집에 짐은 왜 이리 많은지, 하나씩 꺼내어 정리하기 시작했다. 사용하지 않지만 쓸 만한 의류, 잡화, 가전, 서적을 모아 교회에 장애인 일자리 마련을 위한 기부 행사에 기증했다. 흠집이 있거나 너무 오래된 의류, 잡화는 동네 의류함에 전부 넣었다. 어디서 얻었던 물건이나 가구도 전부 버리고 나니 홀가분하다.

언제 걸릴지 모르는 바이러스의 위험 앞에 놓여 죽음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해보았는데, 만약 무슨 일이 생겨 갑자기 내일 죽더라도 내 살던 자리는 깨끗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덕분에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은 개인위생의 결정판이다. 그 때문일까? 다행히도 여태 건강을 잘 지키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4. 생애 마지막 날인 것처럼, 오늘을 똑바로 살자.

당연하게 느꼈던 혼자의 시간이 더욱 소중해졌다. 생명이 위협받는 세상에서 홀로 살면서 지금 먹고, 마시고, 자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매 순간에 더욱 최선을 다하게 되었다. 아무도 모르는 시간, 아무도 알 수 없는 나 혼자의 삶을 사는 지금.

그 어느 때 보다도 꾸준하게 나만의 루틴을 칼같이 지키고 있다.

새벽 630분 온라인 새벽기도. 오전 9시 등산, 오후 12시 점심 후 재택, 저녁 6시 석식.

내일은 사과나무라도 한그루 심어야 할 지경이다.

전 인류가 겪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미증유의 재앙 속에서 서로 힘내자고 격려하기는 커녕, 화풀이 대상을 찾아 계속해서 나 혼자 피해자코스프레를 하거나, 근거 없는 자신감과 교만에 빠져 장황한 미래를 꿈꾸는 이들이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바뀐 세상은 절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며 칭얼대는 당신을 더 이상 받아주지 않는다.

 

뜬구름 잡는 소리 말고, 오늘이나 똑바로 살자.

 


 

 

인류는 태초이래 계속해서 수많은 재난과 역경들을 이겨내왔다.

우리는 이번에도 이겨낼 것이다.

정작 좋은 세상을 다시 만났을 때, 부끄럽지 않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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